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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 2번째 왕조 노린다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⑥]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19.10.18 09:25최종업데이트19.10.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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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여자 경기보다 남자 경기의 인기가 더 높다. 남자 경기의 역사와 전통이 훨씬 깊고 경기 내용도 더 박진감 넘치기 때문이다. 배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강한 스파이크가 쉼 없이 폭발하는 남자배구에 비해 랠리가 긴 여자배구는 지나치게 아기자기한(?) 경기내용 때문에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2005년 프로가 출범되면서 여자배구도 충분히 멋지고 화려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선수들이 있다.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과 '꽃사슴'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였다. 2005-2006시즌부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쌍포를 형성한 김연경과 황연주는 '여자배구도 후위공격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코트를 폭격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김연경-황연주 쌍포가 결성된 후 4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무대에서 더 이상 증명할 게 남지 않았던 김연경은 2009년 일본리그로 떠났고 2010년 황연주마저 이적을 선택하면서 흥국생명은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 2014년 박미희 감독 부임 후 빠르게 팀을 재정비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김연경 시대 이후 10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다른 팀들이 도전을 받게 된 흥국생명은 한층 높아진 여자배구의 인기 속에서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꼴찌수모 견딘 후 오른 통합 우승, 이재영 MVP 트리플 크라운
 

이재영은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V리그를 지배했다. ⓒ 한국배구연맹

 
2005년의 김연경, 2010년의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후 리그 판도를 흔들 신인이 없던 여자부에서 2014년 선명여고 졸업반 이재영은 오랜 만에 등장한 대형신인이었다. 박미희 감독이 세터부재라는 팀의 약점이 분명했음에도 이다영(현대건설)이라는 대형세터 유망주 대신 팀의 간판스타가 될 수 있는 이재영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이재영의 성장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재영이 2014-2015 시즌 374득점으로 정규리그 신인왕, 2016-2017 시즌 479득점으로 프로 3년 차 시즌에 정규리그 MVP에 선정될 때만 해도 흥국생명은 이재영을 중심으로 새로운 왕조를 건설할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에게만 공격을 의존하던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타일러 쿡(도로공사)이 7경기 만에 부상으로 조기 퇴출된 후부터 연패의 늪에 빠졌고 급하게 영입한 크리스티나 킥카 역시 흥국생명을 구원하지 못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 부임 4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하며 최대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의 부진은 흥국생명에게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 됐다.

흥국생명은 작년 FA시장에서 센터 김세영과 날개 공격수 김미연을 영입해 약점들을 보강했고 결과는 2018-2019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우승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624득점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4경기에서 107득점을 퍼부은 이재영은 정규리그와 챔프전,그리고 올스타전 MVP까지 석권하며 2010-2011 시즌의 황연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MVP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핑크폭격기' 이재영은 공격은 물론 서브 리시브에서도 흥국생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다. 매 시즌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치느라 비 시즌에는 항상 부상에 시달리곤 하는데 이 때문에 '대표팀 일정을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영은 지난 시즌 'MVP 트리플크라운'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김연경과 짝을 이뤄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확실한 주전 윙스파이커로 자리 잡았다.

'김연경 시대' 이후 첫 V리그 여자부 챔프전 2연패에 도전
 

루키 시즌을 보낸 이주아가 더 성장한다면 흥국생명의 전력은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의 일본 진출 이후 5명의 감독이 오갔을 정도로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낸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 부임 후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흥국생명은 비 시즌 동안 드래프트 1순위 출신의 유망주 공윤희가 지난 9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고 왼쪽 공격수로 활약하던 신연경이 컵대회부터 리베로로 변신한 것을 제외하면 큰 전력변화가 없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레니카 톰시아와 결별한 흥국생명은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다른 구단들이 2m가 넘는 장신 공격수들을 속속 지명한 가운데 흥국생명은 이탈리아 출신의 줄리아 파스구치(189cm)를 지명했다. 하지만 파스구치는 흥국생명의 훈련과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흥국생명은 대체선수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포 루시아 프레스코(195cm)와 함께 시즌을 맞을 예정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불혹이 되는 노장센터 김세영이 이번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염두에 둔 가운데 흥국생명은 프로 2년 차를 맞는 이주아의 성장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우승멤버로 활약하며 많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여전히 조송화 세터와의 속공 호흡이나 블로킹 타이밍,그리고 파워 등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 센터를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박미희 감독 밑에서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된다.

벤치자원 중에서는 프로 5년 차를 맞는 이한비의 활약이 관심거리다. 이한비는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정규리그 5경기 출전에 그칠 만큼 부진했지만 지난 컵대회에서는 4경기에서 64득점을 올리며 김미연과 함께 흥국생명의 공격을 책임졌다. 표승주(기업은행)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할 만큼 넘치는 공격 파워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만큼 서브리시브만 안정된다면 이재영과 김미연의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인해 4대 프로스포츠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여성감독이 됐다. 여자프로농구의 신생구단 BNK 썸에서 여성 지도자인 유영주 감독을 발탁한 것도 여자배구 박미희 감독의 성공사례를 참고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박미희 감독은 그저 성공한 '여성' 지도자에 머물길 원하지 않는다. 박미희 감독의 다음 목표는 '김연경 시대의 흥국생명' 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V리그 여자부 역대 2번째 챔프전 연속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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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재영 박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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