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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대의 '이상한 계약'... 특정업체 선정 의혹, 국유재산 사용료는 면제

[단독] 72보병사단 '올림픽 문화 콤플렉스' 사업 논란

등록 2019.10.21 08:20수정 2019.10.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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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문화 콤플렉스 72사단이 영내에 조성한 '올림픽 문화 콤플렉스' 시설의 일부 ⓒ 제보자 제공


육군의 한 부대가 운영중인 장병 복지시설을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시설을 관리·운영할 업체를 선정하면서 사실상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대 측이 관련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유재산 사용료는 물론 공공요금까지 면제해줘 특정업체가 과도한 수익을 가져가도록 계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72사단의 '올림픽 문화 콤플렉스'에 드리운 위법적 요소들

문제의 사업은 육군 제72보병사단(올림픽부대, 사단장 김종태 준장)이 지난 8월 초부터 사단사령부 영내에서 운영중인 '올림픽 문화 콤플렉스(Olympic Culture Complex)' 사업이다. 이 시설은 카페와 노래방, VR체험장, PC방, 전자다트 게임장, 힐링존(안마의자), 스튜디오(포토존), 버스킹 공연장 등 총 8종류의 문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설은 군인복지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복지시설에 해당한다. 그런데, 72사단은 통상적인 사업자 모집 공고 절차를 밟는 대신 관련 장비를 기증할 단체부터 찾아 나섰다. 부대 측에서 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자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내용과 질을 제시하면, 영업활동에 필요한 장비는 입찰로 선정된 사업자가 알아서 마련하면 될 일인데, 장비 기증자부터 찾아 나섰다는 점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72사단은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로부터 지난 5월 말 PC 30대, 노래방 기계 6대, VR게임 4대, 전자 다트 3대, 안마의자 2대 및 카페시설 1개소를 기증받았다. 카페 인테리어 공사비용 8100여만 원도 같은 단체가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후원 혹은 기증에 대한 조건은 없었다는 것이 부대 측의 설명이다.

이후 72사단은 지난 6월 14일 "문화 콤플렉스를 설치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업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와 관할지자체인 양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했다. 그런데 '문화콤플렉스 관리위탁체 선정 모집 공고문'을 살펴보면 곳곳에 위법적 요소들이 발견된다.

우선 공고를 낸 주체가 72보병사단장으로 되어 있는데, 국유재산 관리업무(관재) 권한은 사단이 아닌 국방시설본부가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부대가 위치한 양주시를 관할하는 국방시설본부 경기북부시설단을 통해 공고가 되었어야 했지만, 운영자를 모집할 법적 권한이 없는 사단장 명의로 공고가 나갔다.


72사단이 낸 관리위탁업체 선정 공고는 국유재산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용수익 계약에 해당한다. 사용수익 계약은, 국유재산인 건물과 시설을 사용해서 영리활동을 하는 대신 재산가액에 사용요율(최소 1천분의 50)을 곱해서 산출한 연간 사용료를 계약기간 동안 납부하게끔 되어 있다. 통상 국유재산 사용허가 입찰 공고문에는 사용허가 재산(건물 및 토지)의 면적과 1년간 사용료 예정가격을 적시하고 있고, 일반경쟁 입찰을 통해 사용료를 가장 높게 써낸 입찰자를 선정한다.

사용수익 계약의 근거가 되는 국유재산법에는 국유재산의 범위를 "부동산과 그 종물(부속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72사단의 공고문에는 사용허가 재산에 관한 정보는 없고, 관리시설로 "카페(1개소), PC방(30대), 노래방(4대), VR게임(2대)"로만 나와 있다.

장비가 본래의 목적으로 쓰이기 위해선 반드시 건물이나 토지에 설치되거나 장착되어야 한다. PC나 노래방 기기, 카페 설비 역시 제대로 운용하려면 건물이나 토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국유재산 사용수익 계약의 대상이 장비가 아닌 부동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장비가 설치될 건물이나 시설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밝혀야 국유재산 사용료 산출이 가능한데, 72사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을 빌려 식당을 하려는 사람에게 식당의 면적이나 임대료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주방에 딸린 국솥이나 가스버너 운영자를 뽑겠다고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왜 입찰자격을 '비영리 법인'으로만 제한했나?

<오마이뉴스>가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라인자산처분시스템(온비드)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올라온 군 부대의 사용수익계약 입찰공고문 70여 개를 살펴본 결과, '허가면적'과 '입찰최저가'가 나와 있지 않은 공고문은 72사단이 낸 것이 유일했다. 대신 72사단 공고문에는 다른 공고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항이 눈에 띈다. "영리 또는 생계를 목적으로 하려는 법인·단체"를 신청 제외 대상으로 적시한 것이다.

부대 측은 "보다 나은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 이런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차피 군 부대 안에서 운영되는 식당이나 카페, 노래방 등은 모두 장병들의 편익을 위해 운영되는 시설이니만큼 72사단의 '문화콤플렉스'가 반드시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만 운영해야 할 만큼 특별히 더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입찰자격을 비영리 법인으로만 제한하고 법인의 정관, 단체의 회칙 또는 규약 등을 제출하도록 한 것은 사전에 특정단체를 염두에 두고 다른 입찰참여자들을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진입장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72사단은 공고문에서 사업자의 수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조항을 마련해 두었다. 위탁범위로 "문화콤플렉스 운영 및 시설(장비) 관리 전반"이라고 명시하면서 운영재원으로는 "시설(장비) 사용료 전액"이라고 적시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인건비와 장비에 대한 유지·관리·보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유재산을 이용해 영리행위를 하는 대가로 국가에 내야 하는 사용료를 사실상 면제해주는 특혜를 준 셈이다.

군납비리 내부고발자 김영수 전 해군 소령(전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담당 조사관)은 이 부분이 "업체의 수익금을 최대한 보호해 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소유의 시설을 가지고 장사를 해서 돈이 남았는데, 그게 국가의 회계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72사단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민원인에게 보낸 회신문을 보면, 문화콤플렉스 사업에 대해 "부대의 자산을 직영하는 것으로 구비된 시설과 장비를 관리위탁자가 관리하는 체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자산 취득 경위에 대해선 "제3의 기관으로부터 문화콤플렉스 구성에 필요한 장비를 '기부채납'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2사단이 낸 공고는 외형상 일반 경쟁계약으로, 별도의 법령 조항에 따라 진행되는 기부채납과는 절차가 완전히 다르다. 기부채납에 의한 계약이었다면 공고 자체를 낼 필요도 없었다.

장비 기증자(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와 선정된 관리위탁체(육군협회)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부대가 내세운 기부채납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한다. 또 관련법령에 의하면 기부채납은 부동산에만 해당하고, 장비는 기부채납이 아닌 기증의 대상이다. 기증에 따른 반대급부도 요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72사단은 문화 콤플렉스가 부대 자산을 직영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관리위탁체의 시설사용료를 면제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수도 사용료까지 부대 측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영업이 잘되면 잘될수록 국가의 부담은 커지는 이상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부체납에 의한 수의계약이라 하더라도 기부한 재산가액만큼만 국유재산 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 사업은 독점이 보장되는 군부대 안에서, 임대료도 내지 않고 수도․전기 요금도 면제받는 파격적인 조건이라 선정된 업체로선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관리위탁업체 육군협회와 K사의 수상한 관계

입찰에는 육군협회(회장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와 한국능률협회 등 2곳이 참여했고, 72사단은 관리위탁체로 비영리 사단법인인 육군협회를 선정했다. 위탁기간은 계약일로부터 3년이다.
 

K사가 사업자로 되어 있는 카페 영수증 72사단은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정의당)실에 K사는 육군협회와 협약을 맺고 PC방, 노래방 장비에 대한 컨텐츠 및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PC방과 노래방 뿐만 아니라 카페 영수증에도 K사가 사업자로 나와있다. ⓒ 김도균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주체가 육군협회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영내 카페, PC방, 노래방 영수증에는 사업자가 육군협회가 아닌 K사로 되어있다. 지난 9월 카페에서 일할 매니저 및 파트타임 직원 구인 공고를 낸 곳 역시 K사였다.

국유재산법은 제30조에서 국유재산의 사용허가를 받은 자가 그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수익하게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관리위탁체로 선정된 육군협회가 아닌 K사가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다.

72사단 측은 "육군협회는 사단이 선정한 관리위탁업체로 올림픽문화콤플렉스 인력관리와 내부 장비와 물자에 대한 유지관리보수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K사를 비롯한 3개사는 육군협회와 협약을 맺고 올림픽문화콤플렉스 내 일부 서비스 품목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사 서울지사와 B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올림픽 문화콤플렉스' 내에서 PC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K사 서울지시와 B사 소재지는 모두 서울 도봉구의 한 건물 4층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B사 대표 라아무개씨는 72사단에 PC 30대, 노래방 기계 6대, VR게임 4대, 전자 다트 3대, 안마의자 2대 및 카페시설 1개소를 기증하고 카페 인테리어 비용 8100여만 원을 지원한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 회장이다. ⓒ 김도균


그런데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미심쩍은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올림픽문화콤플렉스 사업에 관련 장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는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장 라아무개씨와 K사 간에 관계다.

라씨는 오락기, 노래방 기기 임대업 등을 하는 B사의 대표도 맡고 있는데, 이 회사의 소재지는 K사의 서울지사 주소와 동일했다. 확인 결과 두 곳 모두 서울 도봉구의 한 상가건물 4층의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또 복수의 취재원은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장 라씨가 K사 대표 나아무개씨의 아버지라고 주장했다.

사업에 관련된 장비 일체를 아무런 조건 없이 무상 기증받았다는 부대 측의 설명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K사가 해당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를 통해 관련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대고, 비영리 사단법인인 육군협회를 내세워 사업을 따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의원실이 확인을 요구하자 72사단 측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개인동의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부대가 전자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와 양주시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했다는 입찰공고 절차에서도 결정적인 하자가 드러났다. 입찰공고 메뉴를 통한 정상적 방법으로 공고하지 않고, 입찰관련 공고를 제외한 조달관련 안내사항을 등록하는 공지사항란에만 입찰공고를 냈던 것이다.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72사단이 왜 이런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냈는지 모르겠다"면서 "통상적인 공고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운영만 할 뿐이어서, 이런 행위가 불법인지 여부는 국방부 쪽에서 판단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시, '영업소 폐쇄' 처분 절차 진행 통보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업 자체도 관할 지자체인 양주시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현행법상 PC방과 노래연습장은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지어진 건물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고 반드시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72사단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현재까지 사실상 무허가 영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9월 양주시는 PC방, VR게임방, 노래방 등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영업소 폐쇄) 처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부대에 통보했다.

72사단은 "해당시설이 사단 장병, 군인가족 등 특정집단의 복지향상을 위한 시설로서 '공중성'이 결여되어 있어 영업등록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현재 양주시와 영업등록과 관련된 필요성을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육군협회와 '복지문화 힐링장비' 사업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예비역 대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협회는 육군 후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일한 비영리 사단법인을 표방하고 있다. 육군협회는 '국가 안보 및 국방정책 지원과 대국민 홍보', '육군 발전 후원 및 대변', '국민-정부-군의 가교 역할로 총력안보에 기여'를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지상무기 전시회인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과 매년 열리는 지상군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다.
 
육군협회가 낸 사업 안내책자에는 72사단 올림픽 문화콤플렉스와 유사한 사업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복지문화 힐링장비' 사업으로, 신청한 부대를 대상으로 "육군 '소규모 편익장비 운영 및 지침'에 따라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를 진행"하며, 편익장비 관리위탁 계약으로 "부대 직영 가능"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72사단에 관련 장비를 기증하고 인테리어 비용 8100여만 원을 부담한 '한국기독실업인회 여의도지회' 라아무개 회장은 B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B사는 지난 2017년 8월 4일 육군협회와 신 병영문화 개선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여가 복지를 향상시키는 등 신 병영문화를 정착시켜 군 전투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K사 역시 육군협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육군협회와 '국군 복지문화 선진화를 목표'로 각 군 별로 신청접수를 받아 선진화된 복지시설체계인 '복지문화 힐링센터'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림픽 문화콤플렉스 #72사단 #육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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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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