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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조국은 '젖은 땔감'이었다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검찰개혁, 그리고 보수기득권의 속내

등록 2019.10.18 07:17수정 2019.10.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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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검찰개혁방안 발표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 ⓒ 이희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정국은 '포스트 조국'의 출구를 찾고 있다. 검찰 개혁은 다시 '국회의 시간'을 맞고 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개혁안을 처리할 법사위원 18명 중 야당 의원이 10명. 본회의 297석 중 야당이 169석,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이 110명. 넘어야 할 제도권 보수의 벽은 여전히 높다. 그리고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조국만 퇴진하면 곧 검찰개혁에 나설 것 같던 이들이 또다시 광화문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조국 정국'의 투쟁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상수'에 조국이라는 '변수'가 빠졌는데도 '조국 없는 조국 정국'을 이어가겠다는 속내는 무엇일까. 지난 '조국 정국'에서 이들에게 조국이 어떤 의미였나를 돌아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조국 + 검찰개혁

애당초 자유한국당은 조국도 싫고, 검찰개혁도 싫었다. 그들은 개혁적 성향에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조국을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절 내내 비난해왔다. 그런 그가 장관으로 입각해 검찰 개혁에 성공하고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검찰 개혁은 어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장기집권 사령부", "집권 연장의 음모"라며 몸서리치고 있다. 그들에게 검찰 개혁은 자신들의 정권 탈환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할 악재다.

그 둘이 만난 '조국의 검찰개혁'은 한국당이 넘어서야 할 '극혐'의 조합이었다. 극혐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특정 부처의 장관 임명을 반대하기 위해 소속 의원이 릴레이 삭발을 하고 "의원직 전원 사퇴까지 불사하자"던 그들의 모습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최악의 조합에 맞서는 한국당의 전략은 '조국 반대' 여론을 부추겨 '검찰개혁 반대' 입장을 슬쩍 가리는 것이었다. '조국 임명 반대' 의견(51.5%, 9월 3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만큼 촛불 집회 찬성 여론(54%, 10월 1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이 높았기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검찰개혁 반대 입장은 유보하는 편이 유리했을 것이다(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덧붙이는 말 참조). 지난 1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수처 반대 입장을 드러낸 한국당을 향해 "그동안 안 된다는 얘기가 없다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고 나니까 태도를 돌변하는 건가"라고 반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실에서 작동한 진짜 환상적인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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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그들에게 조국은 '젖은 땔감'과도 같았다. 검찰개혁 반대 여론의 군불을 지펴낼 땔감이 필요했고, 동시에 자신들의 반대 명분을 가려줄 연막을 피우기 위해 그 땔감은 '젖어 있어야' 했다. 일가족 수사에 특수부 검사·수사관 100여 명을 동원한 검찰, 두 달여간 수십만 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낸 언론. 이들이 퍼붓는 소나기 공세로 조국 장관은 조금씩 '젖어 갔다'.

딸의 표창장, 아내의 사모펀드 의혹과 같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고, 검찰개혁의 풍경은 엉뚱한 이슈와 가짜뉴스로 자욱해졌다. 야당과 검찰과 언론이 함께 만들어 낸 프레임이었다. 그들은 짙은 연기를 내며 조금씩 사그러드는 굵은 통나무와도 같은 조국을 비난하고 즐기면서 내년 총선까지 천천히 타들어가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정경심 교수 측으로부터 '혐의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특정이 없다' 비판을 받는 '백지공소장'을 써가면서 두 달 넘게 수사를 끌어온 검찰이 수사 종결을 서두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프레임으로 "조국-윤석열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에 희망을 걸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손을 잡은 것은 언론이었다. 이들은 '피의사실 공표' 의혹과 '받아쓰기 특종'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장관을 흠집내고 대통령의 희망을 깨뜨렸다. 그 프레임 안에서 국민 모두가 조국 찬반의 어느 한 편에서 치열했을 뿐,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 내용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자택 압수수색 받는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해낸 일

그 틀을 조국 전 장관이 스스로 깨뜨렸다. 자신과 가족이 야당의 '젖은 땔감'이 돼 저잣거리에 회자되는 수치와 고통을 견뎌내며 35일의 임기 동안 검찰 개혁의 큰 걸음을 성큼 내디뎠다. 특히 특별수사부 축소·해체를 담은 2차 검찰개혁안은 13일 당정청 협의를 거치고 14일 발표된 뒤, 조 전 장관 사퇴 다음날인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지난 역대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채 46년 간 존속해온 특수부를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폐지한 조 전 장관은 "불쏘시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긴 채 광장의 함성, 정치권의 고성 너머 저쪽으로 사라졌다.

그는 개혁안을 통해 검사장 전용 차량을 폐지하고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는 지침을 제정했으며 인권 보호 및 검찰공무원 비위 감시 강화를 위한 법령 제·개정을 예고했다. 올해 안에 '신속 추진'할 13개 과제도 따로 묶어 제시했다. 자택을 압수수색 받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해낸 일들이다.

조 전 장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국민의 시선은 국회의 '다음 걸음'을 묻고 있다. "이제는 국회 차례"라는 여론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16일에는 '공수처'의 뜻을 묻는 검색어가 포털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랐다. 표창장과 사모펀드 수사는 시들해졌다. 이제 검찰 특수부는 '자연인 조국'을 상대로 한 수사의 출구를 찾는 한편, 자기 조직의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 김이 빠진 언론은 그 속성이 그렇듯, 한동안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쓰다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조국 + 검찰개혁) - 조국 =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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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문제는 여전히 민의를 거스르는 보수야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프레임이 깨지자 조국 정국 뒤에 숨겨온 자신의 민낯을 드러냈다. 조 전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라고 밝혔다. 다음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절대 불가" 입장을 국정감사장에서 다시 천명했다.

국민들은 조국 반대를 외쳐온 자유한국당의 목소리가 사실은 검찰개혁 반대였음을 알게 됐다. 검찰개혁의 '주체'로서 소임을 내려놓은 조국 전 장관의 취임과 퇴임 과정은 국민들에게 검찰을 개혁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한국당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드러날 차례다.

검찰개혁은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1998년 국민의 정부 이후 20년 간 이뤄내지 못한 역대 정권의 숙제이자 국민의 염원이다. 이번에는 끝장을 내야 한다. 대통령의 시간, 법무부의 시간을 거친 검찰 개혁이 광장의 외침과 함께 다시 국회를 향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로 뽑은 이들이 민의를 저버린다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서초동의 촛불이 여의도의 들불로 번지는 이유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윤영덕씨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된 것으로 9월 3일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1명(응답률 5.7%)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p. 10월 1일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0명(응답률 4.5%)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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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출신으로 1991년 조선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남총련 건준위 의장 역임. 중국 북경대학에서 박사학위(국제정치학 전공) 취득. 전남대 5·18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역임.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객원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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