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친일잔재 청산을 제도화하겠습니다"

[회견문 전문]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례 제정 추진'

등록 2019.10.18 11:03수정 2019.10.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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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대표 류경완)은 18일 "경상남도 친일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류경완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이제라도 친일잔재 청산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이다.

이제라도 친일잔재 청산을 제도화하겠습니다

"정신이 없는 역사는 정신없는 민족을 낳으며, 정신없는 국가를 만들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리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얼마 전 KBS 탐사보도는 일제 강점기에 민족과 동지들을 배신하고 일본의 밀정 노릇을 했던 895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놀랍게도 1909년 이또오 히로부미를 처단했던 안중근 의사와 함께 활동했다고 알려진 우덕순이 만주지역 친일단체 조선인민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일제 최고급 밀정 노릇을 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그런 그가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19세기말 일본이 한반도를 침탈하여 국운이 풍전등화의 상황에서도 이 나라 양반 대신들과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왕권을 대신하겠다는 권력욕으로 친러파, 친일파로 나뉘어 싸우기 바빴습니다. 일본의 폭력배들에게 명성황후가 시해를 당하고,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후에는 친일파 이완용 내각은 고종폐위를 일본에 건의하고, 합방청원운동을 하는 친일단체 일진회와 공을 다투며, 나라를 들어 일본에 받쳤습니다.

이들이 나라 전체를 들어 이민족에게 맡긴 대신 얻은 것이라곤 극소수 황실 가족들의 품위 유지비와 몇몇 친일파 관리들에게 주어진 작위와 은사금이 전부였습니다. 일제는 병합과 함께 대한제국 황실과 고위관료, 재야의 명망 있는 정객 등 76인에게 작위를 수여하였고, 한일합방을 반대했던 한규설 등 일부 인사들만 작위를 반납했습니다. 병합조약의 체결로, 대한제국 2천만 동포의 운명은 간단히 일본 제국주의자의 발길 앞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무고한 일반 민중들은 오로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은총에 신체와 재산을 맡겨야 하는 식민지 백성의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나라를 구하고자 나선 이들은 오히려 관리들에게 핍박받고 천시 받던 이 땅의 농민들과 해산된 대한제국의 하급 장병들이었습니다. 농민들이 직접 봉기한 1894년 동학농민혁명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었고, 1907~9년 해산된 군인과 동학농민, 일부 양반들의 의병활동으로 희생된 인원이 1만 6천명, 다친 사람이 3만 6천명에 달했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임진왜란 때도 왕과 대신들이 한양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칠 때 이 땅의 민중들은 수군으로, 의병으로 왜적과 맞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대전으로 도망가 거짓 서울사수를 외칠 때도 이 땅 무명의 청년들은 38선에서 피를 흘렸습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만주에서 상해에서 재산과 가족의 목숨까지 내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울 때, 많은 지식인들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일제의 사법부 판‧검사로 행정 관료로 경찰 간부로 들어가 일제에 협력하였습니다. 소위 사회 지도층‧지역 유지들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스스로 앞장서 전투기를 일제에 헌납하거나 우리의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일제 침략자들의 전쟁도구로 내몰았습니다.

수 많은 언론인과 저명인사들이 논설과 강연회를 통해 일제를 찬양하고, 민중들에게서 민족혼을 빼앗고 내선일체를 외치고 다녔습니다. 일제의 육사와 만주군에 지원하여 독립군을 진압하고, 경찰로 고등계 형사로 활동하며 독립애국지사를 체포 고문하고 그 가족들을 감시하는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해온 이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일제에 협력하며 돈을 모으고, 헐값에 일제 적산을 불하받아 재산을 늘려 재벌로 성장한 이들도 많습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은 임시정부 당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독립운동을 운동을 방해한 자와 매국노에 대해 공개적으로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친일파 청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임시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해방이 됐으니 친일파 청산은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1946년 과도입법의원에서 "민족반역자 부일협력자 모리 간상배에 관한 특별법 조례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군정은 친일파 처벌법안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민군정하에 있던 경찰과 공무원들 대부분이 친일파였기 때문입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야 재헌 국회는 헌법 101조를 통해 친일파 처벌의 근거를 만들고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한일합방을 비롯해 주권침해 조약의 조인 모의한 자에게 사형 또는 무기징역 재산몰수를, 일제 고등경찰로서 독립운동자와 가족을 살상한 자에게는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제정되었습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친일을 하거나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고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들에게는 징역과 공민권 정지와 재산 몰수도 가능했습니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이 통과되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약칭 반민특위가 조직되었습니다. 특별조사관과 특경대가 만들어졌고 특별재판부와 특별 재판부와 특별 검찰부도 구성 되었습니다. 반민특위는 독립운동가와 일제 강점기에도 지조를 지킨 인물로 국회가 선임했습니다.

그러나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 활동에 제동을 거는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잇 따라 발표하고 국회프락치사건을 만들어, 반민법을 제정하고 친일파 청산에 앞장섰던 제헌국회의원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체포했습니다.

급기야 1949년 6월 6일 이승만 정권하 친일파 출신 경찰들은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특경대원들을 체포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에게 했던 고문을 그대로 자행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된 조국에서도 친일경찰들에게 또 다시 고문을 당한 것입니다. 반민특위가 해산되고 결국 친일파 처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일 나치의 침공을 받았던 프랑스의 드골은 종전 후 나치협력자 767명을 처형하고, 4만 명에게 징역형, 12만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파면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나치협력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며, 노르웨이에서는 프랑스의 6배에 달하는 나치 협력자들이 처벌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친일파를 단한명도 제대로 처단하지 못했습니다. 친일부역자들은 해방 초기 잠시 움추러 들었을 뿐 미군정에서 과거 친일 부역활동이 오히려 주요한 경력이 되어 다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1~3공화국의 행정부, 군‧경, 국회, 법조계 주요 보직이 친일 전력자로 채워졌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광복군 출신이 단한명도 없이 모두 일본군, 만주군 출신으로 대물림되었고, 법조계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의 70%가 일제에 협력하거나 협력기관에 근무한 전력자들이었습니다.

2019년 오늘날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됐다고 말합니다.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 배상판결을 이유로 일본이 무역보복을 자행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할머니들을 욕보이는 대학교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교수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의 도움으로 경제가 발전했다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거리에서 공공연히 아베정권을 칭송하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자행된 후 이 같은 행태들을 접하면서, 토착 친일세력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모두가 오늘날까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얼마 전 경상남도교육청의 전수조사에 의하면, 교육현장에 친일 음악가가 만든 교가가 7개 학교에서 여전히 불러지고 있고, 일본인 교장과 욱일기를 배경으로 찍은 졸업사진을 전시한 학교가 6개 학교, 일본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가 10개 학교에 달한다고 합니다. 교육현장이 이러한 상황이라면, 도내 민간 영역에서는 얼마나 많은 친일 잔재가 아무런 경각심 없이 이용되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에 경상남도 도의회 민주당 도의원 일동은 해방 후 7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친일잔재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이제라도 일제잔재 청산의 제도화를 위해 나서고자 합니다.

우선 "경상남도 친일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겠습니다. 친일잔재 청산관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도내 친일잔재와 친일반민족행위자 관련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상징물과 창작물에 대한 조치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욱일기와 같은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하겠습니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밝혀진 1006인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선양, 기념, 추모 행사 및 사업에 대한 참여와 예산지원도 금지토록 하겠습니다.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상징물, 창작물 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왜곡된 역사와 훼손된 문화를 되찾는 장기적인 대책들을 마련하겠습니다.

"한 민족이 자주독립의 숭고한 정신을 잃고, 다른 민족을 숭배하고 신앙하며, 다른 민족에 의거하고, 다른 민족을 두려워하며,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대의를 버리고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나라나 민족을 버리면 이 민족은 필연코 생존의 여지가 없습니다"-동포에게 드리는 글(백범 김구, 1942 설날).

2019. 10. 18. 경상남도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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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0월 18일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라도 친일 잔재 청산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 윤성효

#친일 잔재 #경상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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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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