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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덴마크 학생들이 말하는 인생의 행복

덴마크 류슨스틴 고등학생과 구리시 인창고 학생들의 3박 4일 동행기

등록 2019.10.18 18:38수정 2019.10.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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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고등학생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우리 학교에 왔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루슨스틴(Rysensteen) 고등학교 학생 27명이 지난 8일부터 4일간 구리에 있는 우리 학교(인창고등학교)에 와서 교육문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2학년에 재학 중인 나는 그 덴마크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를 가졌다. 
        

인창고등학교 ⓒ 변효원

 
내가 덴마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학년 초에 오연호 작가가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보면서부터였다. 나는 그 책의 제목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그럼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인데,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상인 덴마크는 어떻게 해서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런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후 학교에서 진행한 오연호 작가의 강연을 직접 듣게 되었다. 그걸 계기로 나는 행복한 인생은 무엇일까,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그동안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학원을 안 다니는 친구가 없었고, 학원을 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고 성적도 뚝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학원 다니는 건 당연한 거라고,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연호 작가의 책 속에 나오는 덴마크 아이들은 성적 향상을 위해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정해진 길 속에서 '옆을 볼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덴마크 학생들은 경쟁에서 자유롭고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는 것을 누리고 살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우리도 그렇게 될 순 없을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그런 질문들을 품고 있어서인지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덴마크 학생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는 덴마크 친구들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한국에 왔을 때 무엇을 체험하기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것부터,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 별것 아닌 것까지 서로 답장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평범했던 내 일상을 신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덴마크의 학생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한 덴마크 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홈스테이 호스트'를 했다. 엄마와 나는 외국 손님을 위해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면서 맛도 있는 음식은 뭘까? 고민 끝에 결정한 음식은 바로 비빔밥. 여러 가지 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은 함께 어우러진다는 뜻도 담겨 있어 더없이 좋은 음식인 것 같았다.

나는 덴마크 친구에게 비빔밥을 소개하고, 어떻게 먹는지 방법도 알려주었다. 매워서 못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한 식탁에 앉아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으니 마치 덴마크 친구와 가족이 된 듯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역사와 함께하는 매쓰투어 한글날 기념 한글창제 반포 (경복궁에서) ⓒ 변효원

    

덴마크 친구들 환송만찬 덴마크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 ⓒ 변효원

  
서울 구경도 시켜줬다. 경복궁에 가서 한복 입기 체험도 했다. 국어, 수학,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경복궁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것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홍대입구역 주변 거리도 함께 걸었다. 쇼핑도 하고 버스킹도 구경했다. 덴마크 친구들은 "인구 50만 명이 채 안 되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잊을 수 없는 서울에서의 추억을 선물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덴마크 친구들과 학교 수업도 같이 들었다. 덴마크 친구들은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지켜보기도 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는 축구와 농구를 땀 흘리며 함께 했다. 우리는 덴마크의 응원 구호와 우리나라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서로를 응원하였다.
 

토크콘서트 덴마크 학생들과 토크콘서트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 변효원

 
토론대회도 함께 열었다. 덴마크 친구들은 이성 교제 문화, 열린 감옥 시스템 등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동성연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동성연애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는 점, 재소자들이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문 우리와 달리 덴마크는 일단 서로를 믿고 그들에게도 자유를 제공한다는 점이 신기하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덴마크에서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그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 입장에서 봤을 때 덴마크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대학에 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꼭 이루어야 할, 어쩌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 입시가 덴마크 친구들에게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덴마크 학생들은 30%만 대학에 간다고 했다.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가 보장된 사회였다. 나에게도 대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덴마크 친구들을 통해 대학에 가는 것이 꼭 인생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020년 1월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거꾸로 덴마크로 간다.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덴마크 학생들과의 교류, 그래서 나는 더 큰 설렘을 가지고 2020년 1월을 기다리고 있다.
#덴마크 #인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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