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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내년에 위기 올 수도... 지금은 비관적 전망 더 높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25] 안정식 SBS 북한 전문기자

등록 2019.10.18 15:41수정 2019.10.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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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회담을 열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7개월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스톡홀름으로 떠나기 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 대사는 큰 기대와 낙관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데자뷔'라고도 한다. 북한의 속셈은 뭘까?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안정식 SBS 북한 전문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북한 실무진, 애매한 합의에 대한 위기감 가지고 있어"
 

안정식 SBS 북한 전문기자 ⓒ 이영광

- 지난 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이 결렬을 선언했어요. 그 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보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완전히 협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이번 스톡홀름 만남에서도 북미 간 현격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죠. 때문에 '협상을 잘 풀어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입니다. 북한이 협상 시한을 올해 말로 제시해서 두 달 반 정도 남은 셈이죠. 그 안에 북미가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다시 만나더라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인 거 같아요."

- 실무회담에 나선 김명길 대사는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북미 간 물밑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도 새로운 접근이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미국에 보다 과감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가져오라고 일종의 대외 압박 차원의 얘기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 회담 직전에 북한이 미사일 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이 올해 단거리 미사일을 몇 차례 발사했습니다만 SLBM 발사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는 차원이 다른 과격한 도발입니다. 북한이 협상을 앞에 두고 SLBM을 쏜 건,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협상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북한은 북한의 길을 가겠다고 시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 그럼 북한이 원하는 건 체제 안전인가요?
"북한이 이번 북미협상에 임하면서 몇 차례 자신들의 입장 표명한 걸 보면 안보를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사라져야 한다고 표현했어요. 이른바 안전론과 발전론 얘기를 했는데, 안전론은 체제 보장일 거고 발전론은 제재 부분일 테지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미국이 보여주고, 북한에 취해지는 여러 제재를 해제 또는 완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봐야겠죠."

-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 부위원장 같은 경우 북한이 처음부터 이 판을 깨려고 한 것 같다고 보던데.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해요.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협상 구도였다면 합의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구도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결렬을 선언했을 텐데, 제가 볼 때는 이런 측면도 작용하는 거 같아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회담 전면에 나섰던 북한 협상 라인들이 줄줄이 날아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에 임하는 외무성 라인도 협상을 잘못하면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을 거예요.

누가 봐도 북한이 잘했다는 정도의 협상을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결렬돼서 북미 간 대립 구도로 가는 게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나을 수도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할 때 '미국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나와 협상이 안 됩니다'라고 하면 자기들은 살아남거든요. 그러나 애매한 선의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기반해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갔는데 거기서 또 일이 안 풀리면 지금의 협상 라인도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지금의 협상라인은 협상하려면 완전히 북한에 유리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위기감, 불안감이 있는 거 같아요."

- 북한은 약소국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벼랑 끝 전술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던데.
"북한이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불리는 과격한 협상 스타일을 보여왔죠. 그게 북한의 협상 기술인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지금 2019년 10월의 국면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다소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탄핵이나 시리아 사태 등으로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해있잖아요. 내년에 대통령 선거도 치러야 하고요."

- 그런 판단이 맞을까요. 틀릴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고 내년 대선에서 재선해야 하는 부담도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어떻게든 북한과 일정 정도의 합의를 이루어서 외교적 성과를 자랑하고 싶을 거고, 그래서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미국이 양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타결했을 경우에, 그 합의가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북한과 합의를 해서 외교적 성과를 이뤘습니다'라고 국내에 선전할 때, 대체로 '트럼프가 어려운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애매한 합의를 해서 오히려 '백기 투항한 거다'라는 식의 평가가 나오면 트럼프에게는 역풍이 불 수 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할 때 국내 정치적으로 세일즈 할 수 있을 정도의 합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겁니다. 이 정도 가지고는 국내 정치적으로 세일즈 못 하겠다 싶으면 합의가 아니라 오히려 강경모드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가 재선이고 노벨평화상을 기대하잖아요. 그럼 올해 안 뭔가가 나와야 할 거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을 원하겠지만 거기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상황은 아닌 거 같고요. 내년 대선도 있기 때문에, 결과물이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결과물이 오히려 미국 내에서 역풍이 불 상황이면 안 하는 게 나은 거거든요. 그래서 미국이 어떻게든 북한과 합의할 거라는 시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미, 대승적 양보 않으면 협상 진전 있을까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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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 연합뉴스

- 북한에서 12월 말까지 대화해보겠다고 데드라인을 제시했고,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한데요.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중 누구 더 급하다고 보세요?
"북한과 미국으로 나눠서 보겠습니다. 북한이 올해 말로 현상 시한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올해 말이라는 건 그냥 북한이 제시한 거예요. 올해 말이든 아니든 북한이 정하기 나름이니 올해 말이 지나면 북한이 어려워지는 건 아니에요. 북한은 올해 말이 지나면 내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좀 더 과격한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볼 테니, 올해 말 시한이 북한에 시간적 압박감을 주는 건 아니라고 보고요.

미국 입장에서 시간이 흘러 대선 국면으로 가고 북한이 과격한 도발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악재가 될 수 있기는 한데, 애매한 합의로 미국 내 역풍이 불면 더 안 좋은 선택이 되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미국이 지금 시간에 쫓겨서 북한과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 북미 주장이 서로 다르잖아요. 미국은 좋은 논의를 했다지만 북한은 부인하는데 왜 다를까요?
"그건 내용 자체에 대해 다르게 설명한다기보다, 미국이 북미 협상을 더 이어가고 싶은 의향을 그렇게 표현한 거 같고요. 북한은 미국에 '이걸로는 안 되니 더 가져오라'는 뜻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럼 북미 대화 언제쯤 재개될 거라고 전망하세요?
"올해가 두 달 반 정도 남았죠. 두 달 반이 짧은 기간은 아니기 때문에 올해 안에 북미가 다시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북한과 미국 중에 한쪽이 대승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만난다고 해서 협상의 진전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다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말이 지나고 내년으로 가면 다시 위기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위기국면이라면 전쟁 위기인가요?
"전쟁 위기까지는 아직 과격한 말인 거 같고, 북한이 다시 ICBM급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경고해서 북한의 무기 실험과 미국의 과격한 대북 경고가 오가는 상황으로 다시 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오늘(15일)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이 있는데 우리 중계진과 응원단을 북측이 거부했잖아요. 이러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남북관계가 안 풀리는 건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봤자 얻어갈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번 축구에서도 응원단이든 중계진이든 모두 거부한 건 남북관계 개선의 이점이 없다는 판단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응원단 받아들이는 건 단순히 스포츠 측면에서만 해석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응원단이 몇백 명이라도 평양에 가게 되면 응원단만 갈까요? 참관단 형태로 정·재계 주요 인사라든지 사회계 주요 인사 같은 분들이 따라가게 될 확률이 높아요. 그럼 통일부 장관이 단장을 맡아 간다거나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죠.

대규모 응원단과 참관단이 방북하면 이건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 시킬 의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거든요. 북한 입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6월 말 판문점에서 만난 건 이벤트였을까요?
"4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보면, 사진 찍기용 이벤트였다는 비판적 평가도 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협상 진전의 모멘텀이 되지 못했습니다.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가 2~3주안에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고, 그게 잘 풀러 나가는 계기가 됐다면 좋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이후에도 4개월 동안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죠.

어렵사리 스톡홀름에서 만났지만 북미 간 간극이 있다는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6월 판문점 회동이 비핵화 협상이라든지 북미 관계 남북관계 진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솔직히 의문 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죠."

- 그럼 남한 정부는 손 놓고 관망해야 할까요?
"우리 정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안 보이기는 합니다. 이번 축구 경기 통해 참관단이나 혹시 통일부 장관 같은 고위인사가 단장 자격으로 방북할 수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관계를 풀어보는 계기로 활용해보려는 검토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무산되었고 이렇게 본다면 11월 한-아세안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 초청도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남북관계 진전의 전망이 잘 안 보이고요."

- 해법이 없다고 보세요?
"해법도 해법이지만, 지금의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올해 안에 북미협상이 재개되어서 뭔가 진전된 합의가 나올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란 고민을 동맹국인 미국과 계속해야겠죠. 두 번째는 결국 협상이 잘 안 되어 내년에 다시 위기국면으로 갈 경우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 비관적으로 보시네요?
"지금 상황에서는 낙관보다 비관적 전망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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