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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을 이해하기 전에 386부터 돌아봐야 하는 이유

[서평] 이철승 '불평등의 세대'

등록 2019.10.28 16:41수정 2019.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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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조국 정국이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조국 정국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주목해볼 수 있는 지점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2030 세대의 반대여론이었다. 2030, 즉 청년세대는 현 정부와 여당에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그런 이들이 이번 조국 정국에서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정의로움을 내걸었던 그들

실제로 몇몇 대학교에서 조국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되기도 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2030 세대의 비판적 여론도 감지 되었다. 진보 정치세력에 압도적 지지를 보여왔던 세대였던 그들은 왜 이러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을까.

이는 현재의 2030 세대가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 속에서 무한한 경쟁을 치러 왔지만 경제적으로 긍정적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미래를 예감하고 있는, 과거의 청년세대와는 전혀 다른 청년 세대로 변모했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비참한 청년세대의 현실 속에서 공정성이라는 최소한의 기제가 무너진 것에 대해 그것도 정의로움을 핵심 이미지로 내세웠던 인물과 세력이 공정성을 위배했음에 대해 청년세대가 이번 조국 정국에서 분노를 터뜨린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의로움을 내세웠던 인물들과 세력은 386 세대였다. 그리고 386 세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위와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 저서가 출판 되었다. 세대 문제, 그 중에서도 세대로 인해 불평등에 주목하는 저서인 <불평등의 세대>(이철승, 2019)가 그 것이다.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2019, 문학과지성사 ⓒ 문학과지성사

 
"결국, 이 책은 '세대론'의 프리즘을 통해, 그리고 '한국형 위계 구조' 라는 틀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계층화 과정' 및 '불평등 구조'를 해부하는 프로젝트다."(28쪽)

386 '세대'에 대하여

386 세대. 즉, 현재의 50대는 한국전쟁 세대와 산업화 세대와 충돌하며 현재 한국사회의 헤게모니를 쟁취하였다. 그러나 정의를 외치며 민주화를 완성한 386세대가 사회 권력 구조의 정점에 선 현재 사회는 불평등이 극심해진 사회가 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상층 자산계급-하층 자산계급의 격차는 끝없이 확대되고 있으며 청년 세대는 계층 상승을 기대하기 다는 계층 고착화에 대해 우려하며 비관이 더 익숙한 세대가 되었다.

저자는 위와 같은 불평등의 확대가 세대 별 네트워크 응집성의 차이에서 기반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그리고 불평등의 확대에 있어서 386 세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가 경험한 두 번의 금융위기가 노동시장에 변화를 가지고 왔고, 각 세대들은 각기 다른 응집성을 가지고 각자의 세대정치를 펼쳤는데 그 결과386 세대가 한국의 헤게모니를 쥐었고 386 세대 중심의 사회 체제가 현재의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켰음을 저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이희훈

 
저자는 세대 간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해 연령에 대한 존중과 시험을 통한 관료제 진입 요약 가능한 동아시아적 위계질서 개념에 주목한다. 또한 저자는 세대의 형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즉, 한국의 조직사회는 조직 내부의 위계가 연령과 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트워크 형성의 기반에도 연령과 세대가 주요 요인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연공서열이 높은 정규직 임원들이 연공서열이 낮은 비정규직 일반사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고, 연공서열과 직급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큰 한국사회에서 세대와 계급은 어느 정도 중첩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 것이다. 

   

저서 내용 중 저자의 세대 네트워크 개념을 갈무리 ⓒ 문학과지성사

   
네트워크 위계구조와 386 세대의 헤게모니 장악

한번 형성된 위계구조는 어떻게 작동할까. 저자는 위계구조 상층부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지위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을 끌어오는 방식이 있고, 자신이 상층부에 올라선 자신의 조직의 하층부 사람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상층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착취적 효율성'은 산업화 세대와 386 세대를 거치며 한국 사회위계구조의 기본틀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IMF 이후 공동화 된 기업 수뇌부에 대거 진입한 386 세대는 자신들의 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 집권을 했다. 그러나 저자는 현 시점에서 386 세대의 헤게모니 속 한국이 글로벌 기업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는 순응적 인사정책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의 변화 역시 막아온 게 지금의 386 세대, 더 넓게 보면 동아시아적 위계구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세대와 성별을 다양화 하는 무지개 리더십 수립을 제시한다. 실제로 저자의 연구를 통해 여성이 이사진에 많을수록 기업 성과가 뛰어났으며 능력주의 중심 기업에서는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리더십에 더 많이 진출하였다. 즉, 저자는 386 세대의 내부자 연대에 균열을 내야지만 한국이 다시 경쟁력을 갖을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20대 청년들이 이색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 ⓒ청년전략스페이스 기획단

 

386 세대가 만든 불평등

마지막으로 저자는 산업화 세대와 386 세대가 누린 한국형 위계구조 속에서 청년과 여성은 그 피해자로 상정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노동조건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유노조-무노조로 나뉘어 있다. 최초 진입을 어디로 했느냐에 따라 추후 근로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으며 위와 같은 노동 조건은 높은 확률로 세습되며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사회적 안정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출발선 자체가 386 세대에 비해 악조건으로 시작하고 성장속도도 늦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질문은 한계에 다다른 한국형 위계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이제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불평등의 원천이 된 한국형 위계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사회적 자유주의(social liberalism)을 제시한다. 사회적 자유주의는 칼 폴라니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유경쟁은 인정하지만 경쟁이 약육강식의 범주로 넘어가면 국가 개입을 인정하는 체제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386 세대의 대승적 양보를 요구한다. 임금피크제, 직무에 따른 임금, 연금제도 수정과 같은 정책을 받아들임으로써 신규 고용창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저자는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복지국가 전략도 제시한다. 청년세대에게 일자리 이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조류가 되었다. 국가가 이를 위해 직업 훈련과 재훈련, 직업 알선과 같은 노동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번 조국 정국에서 청년세대가 분노한 것은 자신들의 나아질 것 같지 않던 현실이며, 이를 자극했던 것은 조국 전 장관으로 대표되는 386 세대에 대한 분노였을 수도 있다. 386 세대는 정의를 내세웠지만 자신들의 세대 이익을 위해 현재의 청년 세대를 착취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 이번 조국 정국에서 나타난 2030 세대의 기존과 다른 행보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현재의 청년 세대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쥐어져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기회가 결국에는 386 세대의 양보가 선행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위와 같은 사회적 안정이 기반되어야만 청년 세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또다른 고용창출을 해낼 기업을 만들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인 것이다. 즉 위험의 사회화와 기회와 보상의 자유화가 한국사회의 미래임을 저자는 주장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는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을 썼다."(349~350쪽)

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이철승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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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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