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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딱 들켰다... 66세 여성 농부의 일갈

[게릴라칼럼] 19일, 여의도-서초동과 광화문의 다른 풍경

등록 2019.10.20 19:42수정 2019.10.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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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사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지금 검찰 일 잘하고 있잖아요. 왜 옛날 얘기하고 있습니까, 지금 잘 하고 있는데. 개혁 할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입니다."

19일 세종문화회관 앞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 무대에 오른 황교안 대표의 일성이다. 공안검사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황 대표는 연거푸 "전에는 몰라도 지금 검찰 잘하고 있잖아요", "검찰이 잘하고 있는데"라며 '윤석열 검찰'을 직접 칭찬하고 나섰다.

이날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도 해당 발언을 두고 '계속되는 칭찬'이란 제목을 뽑았을 정도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공수처 법은 장기집권으로 가는 독재법안"이라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당 의원들 또한 "공수처 반대"와 "'윤석열 검찰 비호'"에 여념이 없었다.

역시나 공안검사 출신 김진태 의원도 연단에 올라 "공수처는 야당에겐 '공포처'다, 국민의 힘으로 막아달라"며 "공수처가 생기면 내년 총선은 없을지 모른다. (공수처가) 야당 의원만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날 소셜 미디어 상에서 가장 주목 받은 <아시아경제>의 기사 제목은 바로 이랬다.

<"공수처 통과되면 다 잡혀간다"… 한국당, 조국 사퇴 후 첫 장외 집회>

이 제목이 호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어렵지 않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국당 구성원들의 공포(?)를 가장 정확히 짚은 '워딩'이었기 때문이리라.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황 대표를 향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안검사를 했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 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김종민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 방송에서 아래와 같이 지적하기도 했다.


"황교안, 나경원 대표님, 공수처가 장기집권 음모라고요?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기인 줄 아세요? 공수처 수사대상 7천 명 중에 야당 110명 빼고 다 여당입니다. 이게 무슨 장기집권이고 독재입니까? (중략)

공수처법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의 견제를 받겠다는 결단이 없이는 못하는 법입니다. 지금까지 그걸 누가 하자 그랬습니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두 명 밖에 없어요.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자고 하는 거예요. 이명박, 박근혜는 왜 안 했습니까? 장기 집권한다면서요?"


66살 포항 여성 농부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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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 입법 촉구를 위한 제10차 촛불문화제'가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검찰개혁사법적폐청산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신속처리대상안건 입법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촛불 시민'들 역시 다 간파하고 있었으리라. 국회의원을 포함해 각 지역 당협위원장에 당원 총동원령을 내리고, 집회 전후 참가 '인증샷'까지 요구하며 '진보 vs. 보수', '검찰개혁 vs. 공수처 반대' 프레임을 이어가려던 한국당 지도부의 속내를. "검찰 잘 한다"던 황 대표의 속내를.

여의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 "경북 포항에서 온 66세 농부"이자 "이 땅의 엄마"라는 소개말과 함께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의 일성은 특히나 큰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결코 발언의 수위가 높아서가 아니었다. 길지 않은 발언 속에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보수야당을 향한 직설화법이 촛불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정치검사 윤석열과 그 부하들은 들어라. 죄를 찾았으면 명백하게 죄를 밝혀라. 죄를 못 찾았다면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토끼사냥을 즉각 중단하라.
(중략)
황교안과 나경원과 자유한국당에게 죄를 묻겠다. 국민의 피 땀 어린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먹으면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면서, 온갖 거짓 선동으로 대통령을 모함하고 국민을 이간질 시키는 자유한국당은 즉각 해체하라."

이어 이 여성은 "더불어민주당에게도 경고한다. 자유한국당에게 끌려 다니지 말라"고 여당을 향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같은 시각, 서초역부터 교대역까지 6개 차로를 가득 메운 '검찰개혁' 집회 참가 시민들의 주장도 이 '66세 포항 농부'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반면 국회의사당 앞 서강대교 방면과 여의도 공원 앞 대로를 T자형으로 메운 촛불 시민들의 반대편에선 "공수처 반대, 조국 구속", "공수처 반대, 문재인 탄핵" 구호를 앞세운 보수단체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한때 '윤석열 협박'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던 자유연대 김상진 사무총장과 반공기업을 표방한 'GZSS' 등이 주도한 이날 집회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보수진영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한때 "윤석열 구속"을 외치며 과격 시위를 일삼았던 이가 이제는 "조국 구속"과 "문재인 탄핵"이란 구호를 앞세운 채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윤석열 검찰'을 응원하고 있었다.

19일 여의도 촛불집회의 인상적있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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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촬영한 여의도 촛불집회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 입법 촉구를 위한 제10차 촛불문화제'가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검찰개혁사법적폐청산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 이희훈

 
19일 여의도 집회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세 가지를 꼽자면 이러하다. 첫째, 절박함을 넘어서는 어떤 여유. 예상치 못했던 인파가 서초동 검찰청 앞으로 쏟아져 나왔던 지난달 28일 집회와 연이어 열린 '서초동 집회'에서 느껴졌던 절박함은 분명 줄었다. 그 대신, 굳이 무대가 보이지 않아도 좋아 보였다.

대규모 집회 장소로는 어울리지 않는 여의도 공원 방향 곳곳 어디라도 자리를 잡고 앉아 촛불을 든 시민. 이들은 검찰개혁으로 국회를 압박하면서, 좀 더 긴 싸움을 예고하고 있었다.

둘째, 역시나 돋보이는 시민의식. 보수단체 측과 행사 스피커가 맞물리는 문제 등으로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집회는 1시간가량 늦어졌다. 그럼에도 그 어떤 불평이나 항의는 없었다. 곳곳에 배치된 자원 봉사자들이 시민들을 안전하게 인도했고, 몇몇 자원 봉사자들은 집회가 한창임에도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여의도 곳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미 서초동 집회에서도 이러한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이 주목받았던 바, 촛불 집회의 진화를 입증하는 풍경이라고 할까. 그러한 시민의식이 바탕이 된 집회의 안전함과 안락함이야말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서초동으로, 여의도로 향하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그리고 언론 개혁. 이날 오후 7시 40분경,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태극기 퍼포먼스' 직전 집회 사회자는 "내일 1면에, 오늘 메인뉴스에 보도할 언론사만 올라와 달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자는 "돌아오라 손석희"란 구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 두 달여간, 달라진 언론과 방송 지형을 상징하는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만큼, 이날 집회의 또 다른 흐름은 '언론개혁'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집회 직후, 유튜브엔 현장 리포트를 준비 중이던 KBS와 YTN 기자들이 "진실 보도"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에 결국 리포트를 포기하고 쫓기다시피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민들 사이에서 집회 현장을 취재 기자가 직접 리포트했고, 이를 <뉴스데스크> 메인뉴스로 생중계했던 MBC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이날 촛불집회는 '조국 사태'를 통과하며 '언론개혁'이 '검찰개혁'과 함께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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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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