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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랑 놀지 않을까 봐 걱정했거든"

[그림책일기25] 꼬마 거북 프랭클린 '새 친구를 만나요' 통해 들여다 본 아이 마음

등록 2019.10.22 09:20수정 2019.10.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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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거북이 프랭클린이 겪는 이야기를 묶은 절판된 전집 '꼬마 거북 프랭클린'을 구했다. 7살인 아이에게 좀 늦은 감이 없지 않겠냐는 판매자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재미있는 책은 나이와 상관없으므로 괜찮다고 했다. 예상대로 아이는 책에 빠져들었다. 

애착담요를 잃어버린 프랭클린, 자전거를 처음 타는 프랭클린,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는 프랭클린 등 전집은 6~7살 아이가 일상 속에서 겪을 만한 이야기 10권으로 구성돼 있다.  
 

꼬마 거북 프랭클린 '새 친구를 만나요' 표지. ⓒ 서지은


가을 제주여행을 오면서 아이에게 잠자리 책을 고르라고 하니 역시나 프랭클린을 고른다.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아이와 잠자리 책을 읽으면서 보니 <새 친구를 사귄 프랭클린>이라는 책이다. 그동안 아빠와 주로 읽어온 전집이라 10권 책 중 처음으로 내가 읽어주는 책이다.


프랭클린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았어요. 같은 동네에서 늘 보던 사람들과 지내던 프랭클린. 어느 날 마을에 누군가 이사 왔어요. 프랭클린은 새 이웃이 궁금했어요. 거인이 쓰는 것 같은 침대를 쓰는 새로 이사 온 가족은 누굴까요?

어마어마하게 큰 무스가족이에요. 프랭클린은 태어나서 무스를 처음 봤어요. 어린 무스도 아주 컸어요. 프랭클린은 겁이 나서 집으로 달려갔어요. 다음 날 학교에 가니 부엉이 선생님이 무스를 소개해줘요. 선생님은 처음 학교에 온 무스를 프랭클린에게 부탁해요.

무스의 커다란 덩치에 겁먹은 프랭클린은 쉬는 시간에 무스만 남겨두고 밖으로 나갔어요. 선생님은 다시 한번 더 부탁해요. 프랭클린이 무스에게 같이 나가자고 하니 무스가 고개를 저어요. 교실로 돌아왔을 때 부엉이 선생님이 프랭클린에게 무스와 같이 빵집 포스터를 그리라고 해요. 

"저 혼자도 할 수 있는데요."
"무스가 기분이 어떻겠니? 여기 온 첫날인 데다 친구도 하나 없으니 무척 무서울 거야."
"무서워요? 저렇게 커다란데요?"
"작든 크든 누구나 무서운 법이란다."

프랭클린은 부엉이 선생님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이후 둘은 그림그리기, 블럭놀이, 오리기를 하면서 친해져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프랭클린은 새 친구가 생겼다며 엄마에게 자랑해요. 엄마는 잘 됐다며 쿠키를 새 친구 집에 가져다 주라고 해요. 프랭클린은 무스네 집에서 같이 쿠키를 먹어요.


"네가 내 단짝이 되어서 정말 기뻐. 아무도 나랑 놀지 않을까 봐 걱정했거든."

프랭클린은 무스가 무섭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둘은 늘 같이 놀았어요.


아이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자신과 다른 낯선 존재를 무서워 하는 프랭클린이 보였다. 여행 둘째날 아이와 두 번째 읽는데 아무도 자신과 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무스가 보였다. 유치원에서 무얼하고 놀았는지 물어보면 자주 혼자 놀았다고 하던 아이가 떠올랐다. 

"동글이도 무스처럼 놀 친구가 없을까 봐 걱정한 적 있어?"

고개를 끄덕인다. 혼자서 밥 먹을까 봐 걱정하는 학창 시절 꿈을 지금도 가끔 꾸는 나는 "엄마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책을 읽던 중이므로 더 이상 묻지 않고 책읽기를 마쳤다. 

아이들은 누구하고나 잘 논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국적 아이들끼리도 어울려 논다. 선입견이 없어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누군가와 놀고 싶은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부엉이 선생님 말대로 크든 작든 누구나 무서운 게 있다. 누구와도 잘 노는 아이들이지만 마음 속에 낯선이에 대한 두려움, 내쳐질 것에 대한 불안이 왜 없겠는가. 

아이에게 프랭클린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유치원에서 혼자 논다고 하던 말을 다시 생각해봤다. 그동안은 다른 아이들과 타협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고집하는 아이 성격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혼자 노는 게 싫은 아이 마음, 혼자 놀까 봐 불안하고 두려운 아이 마음을 읽어주지 못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제주에서 마지막 밤에 프랭클린 책을 한 번 더 읽는다면 동글이랑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커다란 무스가 무서워하고 걱정한 것처럼, 동글이가 혼자 놀까 봐 두려워했던 거 그거 괜찮은 일이라고. 무스에게 프랭클린이 나타난 것처럼 기다리면 누군가 동글이 친구가 되어 줄라고. 또, 동글이도 누군가에게 프랭클린처럼 손내밀어 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첨부파일 20191022_035616.jpg
#꼬마거북프랭클린 #잠자리책 #아이도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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