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지난 2018년 한국시리즈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 모두에게 아쉬운 승부였다. 2위와 14.5경기 차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2위 SK에게 2승 4패로 패하며 시즌 패권을 내줘야만 했다.
'업셋' 패배의 쓰라림이야 두산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였겠지만 박건우 만큼 마음의 짐이 컸을 선수는 없다. 박건우는 지난 한국시리즈 내내 빈타에 시달리며 아픈 가을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타율 0.326, 12홈런을 기록했던 박건우는 한국시리즈에서 24타수 1안타(타율 0.042)로 부진했다. 두산은 믿었던 박건우의 방망이가 시리즈 내내 터지지 않으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 두산 타선의 키 플레이어인 박건우 ⓒ 두산 베어스
1년 전 패배에 누구보다도 큰 책임감을 느꼈을 박건우는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의 설욕을 기다렸다. 지난해 아픔을 딛고 칼을 간 듯,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박건우는 리그 외야수 중 손꼽히는 활약을 보였다.
올시즌 반발계수가 줄어든 공인구의 영향으로 대다수 타자들이 타격 기록이 하락됐다. 그러나, 박건우는 오히려 지난해 기록한 OPS(출루율+장타율)인 0.846에 비해 상승한 0.862의 OPS를 기록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인 WAR(케이비리포트 기준)도 2.9에서 4.5로 오르며 팀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박건우는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6시즌부터 4시즌 동안 꾸준하게 3할의 타율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주고 있다. 꾸준한 타격 이상으로 박건우는 두산 타선에 소중한 존재다. 양의지와 민병헌이 이적하며 팀에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우타자는 박건우 말고는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 두산 박건우의 최근 4시즌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우타자인 박건우의 역할은 중요하다.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는 1-2차전 선발로 좌완인 요키시와 이승호를 냈다. 시리즈에서 최대 2차례 이상 등판할 선발투수를 모두 좌완으로 내보낸 것은 좌타자가 많은 두산 타선을 의도가 느껴지는 기용이다. 키움은 선발 요키시와 이승호를 제외하더라도 오주원, 이영준, 김성민 등 왼손 불펜진도 탄탄한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타자인 박건우가 터져줘야만 두산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원활한 공격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목했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박건우는 지난 해 부진의 부담감을 벗지 못한 탓인지 1번타자로 출전해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또, 9회말 박건우는 선두타자로 나와서 때린 내야 뜬공 때, 키음 유격수 김하성의 결정적인 포구 실책이 나왔지만 1루까지 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체공 시간이 길었던 타구라 지레 포기하지않고 전력 질주했다면 2루에도 충분히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평소 집중력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박건우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다행히 경기는 9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1차전에서 5점차 리드를 따라잡은 것처럼 키움은 만만한 팀이 아니다. 시리즈 내내 상위타선에 배치될 우타 키플레이어 박건우가 터지지 않으면 우승은 요원할 수 있다.
▲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두산 박건우 ⓒ 두산 베어스
다행히 2차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좌완 선발 이승호를 상대한 세번째 타석까지는 모두 우익수 플라이에 그치며 무안타 행진이 8타수로 길어졌지만 2-5로 뒤진 8회말 1사에 키움 김상수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터뜨리며 추격의 물꼬를 텄고 5-5 동점이 된 9회말 1사 2루에서는 승부를 끝내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2차전 데일리 MVP가 됐다.
잠실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연달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3년만의 통합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선 두산. 악몽처럼 계속된 가을 부진에서 탈출한 박건우가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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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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