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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OECD 교육국장 "정시확대, 오히려 공정성 해쳐"

[단독 인터뷰] 국제교육컨퍼런스 위해 방한 "수능 강화는 국제 교육추세 역행"

등록 2019.10.23 18:28수정 2019.10.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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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 ⓒ 윤근혁

 
"I think so."(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편의점 의자 위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수학능력시험(수능) 강화 방안이 국제 교육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을 받고서다.

PISA 만든 국장 "부모능력이 표준화시험 이용"

한국-OECD 국제교육컨퍼런스가 열린 23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안드레아스 국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교육부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를 마치고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직접 설계한 안드레아스 국장은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한 "정시 비중 확대"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정시 비중 확대가 한국 체제에선 곧 수능 확대를 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수능이 학교교육과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다면 정시를 확대했을 때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표준화 시험은 부모의 능력에 의해서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청와대에서 검토한 '정시 비중 강화'가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아래 인터뷰 내용 중 뒷부분 2개의 질문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정시 비중 강화'를 발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나?
"정시를 축소하고 확대하는 건 진짜 문제가 아니다. 정시에서 보는 내용이 적실성(실제에 들어맞는 성질)이 있느냐가 문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랑 다른 것이라면 그걸 확대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수능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연결고리가 크지 않으면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방금 기자간담회에서 '표준화가 공정성을 지키는 게 아니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뜻인가?
"우선 가장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가장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를 시험화시키고 표준화시키면 문제가 발생한다."

-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나?
"예를 들어 표준화 시험에서는 재능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부모능력에 의해서 표준화 시험이 오히려 이용되기 때문에 공정성을 해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재능이 묵살될 수도 있다."

- 왜 표준화 시험이 재능을 묵살할 수 있다고 보나?
"학생들의 재능은 제각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사회를 아주 잘하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이 학생에겐 다른 과목은 아주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에서는 다른 과목까지 반영이 되고, 역으로 사회는 반영이 덜 될 수가 있다. 그건 학생의 재능을 묵살하는 것이 된다. 이런 것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대입에서 '수능 강화'는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한다."

"표준화 시험이 오히려 공정성 해쳐"
   
- 한국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엔 혁신학교와 민주주의적 학교도 있다. 하지만, 입시에 사로잡혀 있다. 대입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고 평가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가 공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좋은 기업에서 표준화 시험으로 직원을 뽑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대학생을 뽑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한국교육의 교육 불평등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서는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교육격차는 존재한다. 부자 학생들의 경우 좀 더 유명한 고교와 좋은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많이 있다고 본다. 물론 이 또한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다. 능력 있는 의사들에게 난치병 환자들을 맡기듯이 능력 있는 교사들에게 성취도가 어려운 학생을 맡겨야 한다. 물론 이에 따른 혜택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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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중인 안드레아스 OECD 교육국장 ⓒ 교육부

 
#OECD 교육국장 #대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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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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