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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4대강 '삽질'을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현장] 4대강 대국민 뒤통수 프로젝트 <삽질> 언론시사회

19.10.24 10:53최종업데이트19.10.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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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언론시사회에서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김병기 감독이 4대강 사업을 12년간 끈질기게 취재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제2의, 제3의 삽질을 막기 위한 위기의식으로 영화 <삽질>을 만들었습니다."(김병기 감독)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이 지난 23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관객들과 조우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꾸준히 알려온 이철재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영화 <삽질>을 만든 김병기 감독, 안정호 기자와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온 몸으로 맞서며 추적한 '금강의 요정' 김종술 기자가 참석했다.   

▲ 영화 '삽질' 김병기 감독, 12년 동안 '4대강 사업' 끈질지게 취재한 이유 2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4대강 사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 유성호

  김병기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을 당시 수상 소감을 언급하며,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22조 2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일회성 사업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사업 유지를 위해 매년 5천억 원~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내 세금이 이렇게 허투루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이었던 김병기 감독이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력 대권 후보였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전신인 한반도 대운하는 당시 유력 대권 후보이던 이 전 대통령의 제1공약이었다. 때문에 그 어떤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공약 검증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이 다녀온 이후 한반도 대운하 성공을 자신했던 독일 운하를 방문했다.

그러나 독일 운하의 현실은 이 전 대통령 독일 방문 당시 보도된 것과 전혀 달랐다고. 현장에서 운하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알게 된 김 감독은 이후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이어 한반도 대운하 검증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대운하 반대 운동이라는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십수년간 이어진 <오마이뉴스>의 4대강 사업 탐사보도는 갖은 협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직 4대강의 재자연화를 위해 심층 취재를 이어온 '4대강 독립군' 김종술, 이철재, 정수근 시민기자들의 저널리즘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지금도 거의 매일 금강에 나간다는 김종술 기자는 "(4대강) 수문이 개방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극과 극"이라면서 "4대강 수문은 열려있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닫힐 수 있다. 영화를 보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기자들이) 가까운 4대강을 직접 찾아가 봤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집념의 취재를 해 온 배경에 대해 김병기 감독은 "저보다는 4대강 사업을 주도했거나 부역했던 분들이 더 끈질겼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지만 그분들은 지금도 4대강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 4대강과 관련된 각종 연구 용역과 같은 이권을 많이 챙기고 있다. 그 사람들이 끈질기기에 더 끈질지게 4대강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세금을 도적질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들이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시민기자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매년 두세 번씩 시민기자들과 함께 4대강 사업 관련 탐사보도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삽질>은 한반도 대운하, 4대강 사업을 향한 이 전 대통령의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욕망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김병기 감독은 "우리 사회가 4대강 사업을 통해 무려 22조 2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지출하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22조2천억 원의 돈 잔치를 벌인 사람들이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일부뿐이었을까' 하는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국민 모두를 부자 만들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그에게 표를 던진 우리 안의 이명박, 내 안의 이명박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함께 배워봤으면 한다."

십수년 넘게 축적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와 촬영 분량을 100분 남짓한 영화에 담으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을 터. 김종술 기자는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지역 공동체 파괴다.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계속 금강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농지 보상으로 받은 돈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고, 마을 주민들끼리 갈라져서 소송 중인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쉽게도 영화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영화에는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들 혹은 부역자들이 여전히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등장한다. 김병기 감독과 함께 <삽질>을 연출한 안정호 기자는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질문의 폭도 넓었다.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의도치 않은 블랙코미디가 됐다"며 "4대강 사업 자체가 저희가 의도치 않은 하나의 블랙코미디"라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김종술 기자는 "우리 강의 미래는 '삽질'에 달려있다"며 "4대강 삽질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4대강 보가 계속 닫혀 있다면 국민들이 노후에 써야할 자금들이 강에 버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4대강 주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구하는 대목이었다.

"강은 마법사라는 말이 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 맑아지고 더 많은 생명들을 품고 건강한 생태계를 이뤄서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강을 살리면 현재 우리들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이 4대강을 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이철재 시민기자) 

이명박 정권 당시 22조2천억 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4대강을 망친 희대의 사기극과 주동자들을 낱낱이 고발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오는 11월 14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언론시사회에서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김병기 감독과 김종술, 이철재 시민기자, 안정호 기자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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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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