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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초선들의 불출마, 누군가는 끙끙 앓는다

표창원의 참회와 이철희의 책임론... 고개드는 '중진 퇴진론'

등록 2019.10.24 20:57수정 2019.10.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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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제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도둑놈처럼 보이겠지. 그렇다고... 잘한 게 있어야 또 뭐라고 이야기 할텐데."
 

24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경기 용인정)의 불출마 소식을 접한 민주당 내 한 지역구 초선 의원이 씁쓸한 듯 읊조렸다. 지난 15일 이철희 민주당 의원(비례대표)부터 표 의원까지. 국회 입성 전부터 현안에 대한 '빅마우스'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두 의원인 만큼, 이들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선 의원이지? 중진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다니라고..."

두 사람을 향해 쏠려있던 시선은 자연스레 '남은 사람들'에게로 옮겨갔다. 이철희 의원이 불출마 선언 직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현장에서 만난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에게 "불출마 선언을 할 사람은 안하고 안 해도 되는 사람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의도치 않게 의문의 1패를 안겨드려 죄송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웃음이 오간 대화였지만, 다가올 '총선 국면'에 대입하면 뼈 있는 대화다.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오는 11월 인재영입위원회 발족을 예고하는 등 여당은 야당에 비해 더 빨리 총선 준비에 나선 만큼, '빅마우스' 초선들의 퇴장은 퇴진을 요구받는 일부 중진 그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의 이유로 설명한 말들도 적잖은 압박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 의원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라며 반성과 참회를 강조했고,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86 책임론'을 언급하며 "누릴 만큼 누렸다. 젊은 세대들이 들어갈 길이 다 열려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막혀 있다면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불출마 선언한 이철희 "조국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정당 정치'에 묶였던 빅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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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두 '빅마우스'의 퇴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해석은 "그럴 만하다"는 시각이다. 국회 밖에 있을 땐 별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했던 이들인 만큼, 정당 정치에 묶여 현실 정치를 목도하면서 국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컸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표 의원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법사위는 지옥 같았다. 한국당은 우리가 야당 때 그랬던 것처럼 극단적인 언행을 동원해 공격했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로남불로 보이는 것도 괴로웠다"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동시에 "공직은 내게 있어 굴레 같은 일이었다"라면서 "물러나는 사람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을 모실 공간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이 마라톤을 뛰는 페이스로 정치를 한다면 나는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 같다. 당 지도부도 (내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인재영입과 총선 전략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철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직후 인터뷰에서 "조국 국면을 보며 정치에 대한 환멸이 생겨났다"면서 "최소한 국정감사를 하러 왔으면 모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추한 꼴은 안 보여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선배 의원에게 고충을 털어놓은 일도 있었다. 이 의원은 "옆 자리 정성호 의원에게 창피해서 더는 못하겠다고 하니 선배 의원으로서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내 수도권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체질이 비슷하다, 밖에선 스피커 역할을 잘했던 사람들인데 발언을 할 때마다 그게 당 입장이 되는 것처럼 부각돼 많이 제약을 받았다"면서 "밖에선 특공대처럼 방어를 잘 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선)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주어진 자기 역할을 못하면 떠나는 게 쇄신'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라면서 "뜨끔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경북 구미을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권 의원(초선, 비례대표)은 표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누군들 떠나고 싶지 않겠느냐"라며 두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권하기도 했다. "국회 권력은 여전히 촛불 이전이다, 낡은 정치는 낡은 사람에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차제에 대구·경북으로 오시라,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엄혹한 현실이 있다"라면서 "뭔가 하나는 하고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조언했다.
#표창원 #이철희 #불출마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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