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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섬뜩... 조선일보가 5년 전 한 일을 알고 있다

[언론개혁 5] 세월호 아닌 신자유주의를 건져 올리다

등록 2019.12.16 07:16수정 2020.02.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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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대표는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의 동생이며, 조선일보 사무실 일부가 입주해 있다. ⓒ 권우성


우리 사회에는 '미제 사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중 하나가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다. 참사 발생 5년 7개월 흐른 지난 11월 9일에야 검찰 특별수사단이 꾸려졌을 정도로 이 사건의 해결 속도는 매우 더디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인데도 이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국가권력이 뜨뜻미지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구 언론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27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피케팅 시위를 하던 시민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지지자들한테 욕설을 듣고 바닥에 밀쳐졌다. 세월호 유족들을 상대로 하는 비인도적인 처사가 아직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은 가해자들의 양심을 무디게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는 집단들이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이 그들 중 하나다. 2014년 한 해 동안 이들이 집중적으로 쏟아낸 보도를 다시 떠올려 보자.

가해자의 양심을 무디게 하는 세력

그해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이후 <조선일보>는 이 사건에 대해 한층 노골적인 발언들을 퍼부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선거 15곳 중 11곳에서 승리하자, <조선일보>는 세월호 유족들을 자극하는 발언들도 서슴지 않았다.

일례로 그해 8월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세월호 유족 도와준다며 오히려 망치는 사람들'은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하는 사회단체나 야당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유족과 국민들을 갈라놓으려는 의도까지 내비친다. 재보선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 사설은 과감하게도 '유족 대 국민'의 구도를 설정했다.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를 세월호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간주했기에 이런 구도를 설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설 끝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유족들과 함께하는)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월호 문제는 정치 싸움과 한풀이로 변질된다. 유가족과 국민 사이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세월호 문제라면 고개를 돌려버리고 있다. 7·30 재보선에서 민심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심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월호 때문에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는 민생 법안들이 전부 볼모로 잡혀 있다. 다수 국민의 인내도 어쩔 수 없이 고갈돼 가고 있다."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이 세월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인 듯한 느낌을 풍기는 글이다. 또 세월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지장을 받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다. '유가족과 국민', '다수 국민'이란 표현은 세월호 유가족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이 그처럼 비인도적인 보도들을 쏟아낸 이유가 박근혜 정권 보호라는 이유 때문만이었을까.


조선일보가 감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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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관련 왜곡, 은폐, 축소 수사를 규탄하고 실체적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제1차 페미시국광장 - 시위는 당겨졌다. 시작은 조선일보다'가 7월 12일 조선일보 대형 간판아래쪽에 대형 빔프로젝트를 이용해서 '고 장자연 배우에게 사죄하라' '폐간하라' '검찰 경찰 모두 공범' '수사 외압 언론 적폐' 구호를 비추고 있다. ⓒ 권우성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 국가권력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대기업 자본의 활동 공간을 극대화시키고 국가의 공공성을 최소화시키는 신자유주의가 국가권력을 장악했을 경우, 일반 대중이 어떤 불행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참사였다.

잠시나마 신자유주의 확산에 맞섰던 대표적 정권 중 하나가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1981~1995년)이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미국 자본의 세력 확대에 대항했던 이 프랑스 정권의 의지는 임기 초반에 꺾이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신자유주의가 지구 북반구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장석준 전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이 쓴 <신자유주의의 탄생>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 후로 북반구에서 화폐자본 중심의 지구 자본주의 재편을 거역하거나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국민국가 차원의 시도는 중단되었다. 달러-월스트리트 체제의 성장에 균열을 내거나 이를 교란하는 움직임은 한동안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드디어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맹위를 떨친 결과로 나타난 것 중 하나는 공공부문의 현저한 위축이다. 국가권력의 기능 중에서 일반 대중의 복리를 위한 부분이 현저히 약해진 것이다. 그래서 공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국가, 이를테면 '국가 없는 국가'가 우리 시대의 특징이 되고 말았다. 국가권력이 소수 자본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다수 대중의 공익은 소홀히 하는 현상이 마치 당연한 듯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2월에 <문화와 사회> 제26권 제3호에 실린 박소진 신한대학교 교수의 논문 '세월호 참사를 통한 폭력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再)사유'는 "당장 신자유주의적 국가를 우리가 바라는 국가로 바꾸기는 힘들어도, 시민들의 비판과 참여를 통한 공론장 형성을 통해 다양한 위기 상황들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낮은 '공공성'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신자유주의로 인한 공공부문 재정 투입의 약화로 인해 발생한 끔찍한 사건들을 아래와 같이 예시한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2018년) 12월 11일 벌어진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사망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공공부문인 철도와 관련하여 잇달아 일어난 사고와, 특히 지난 12월 8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 사고 등의 문제 역시 신자유주의적 국가 프레임과 깊은 관련이 있는 사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 국가권력의 공공부문 홀대에 기인한 측면이 매우 크다.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능이 국가 기능 내에서 현저히 위축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은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근본 원인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그 중차대한 시기에 그들은 방기했다.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된 보수 정권을 비호하고 그 배후에 있는 자본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주력했다. 이를 위해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들을 대거 쏟아냈다.

그해 9월 16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가치관의 혼돈'에는 국가권력을 향해 쏟아지는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고 관심을 다른 데 돌리도록 만들려는 의도가 담겼다.

본질의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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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4년 9월 16일자 김대중 칼럼 ⓒ 조선일보PDF

 
'김대중 칼럼'은 박 정권이 아닌 국민들을 나무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국가를 상대로 이것저것 요구하지도 말 것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국가권력을 함부로 무시하지도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이었다.
 
"우리는 나라를 우습게 여기면서도 나라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다. 나라나 정부를 걸핏하면 개판을 만들면서 툭하면 '이것 해내라, 저것 해내라'고 요구한다. 모든 것이 나라 책임이고 정부 탓이고 대통령 잘못이라면서, 자신들은 정작 나라의 무거움과 대통령 자리의 엄중함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저변에 깔고 있는 칼럼이다. 나라가 이것저것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공공부문을 축소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글이다. 세월호 참사의 최대 가해자인 국가권력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 칼럼이 아닐 수 없다.

이 칼럼은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세월호라는 마패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어느 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며 한껏 깎아내렸다. 그런 뒤 문제의 해법을 전혀 엉뚱한 데서 이끌어냈다. 국가권력을 개조해야 할 필요성은 숨긴 채 국민의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칼럼은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는 전문가들이 분석할 일이지만, 교육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통해 국민의식을 개조해야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진단한 것이다. 국가권력을 바꿔야 동종 참사가 재발하지 않고 그래야만 국민 여론이 들끓을 일도 생기지 않을 거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위기 때 드러난다. 평소 감춰둔 본성도 그때는 명징하게 표출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던 위기의 순간에,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 언론들은 신자유주의적 국가권력의 모순을 비판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려버리려 했다. 세월호를 건지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건져 올린 것이다. 자본과 보수권력의 이익에 봉사하는 그들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냈던 것이다.

그런 수구 언론들이 그동안 언론계를 주도할 뿐 아니라 국가권력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최근 검찰개혁 구호뿐 아니라 언론개혁 구호까지 함께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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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10월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한 참가자가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언론개혁 #조중동 #촛불집회 #세월호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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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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