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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자체 규정도 무시한 채 분식회계 저질렀다

'1년 이상 주가하락 때 손실반영' 기준 문제되자 2년으로 변경

등록 2019.10.28 22:12수정 2019.10.2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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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본사. ⓒ 연합뉴스

 
삼성물산이 1조6000억 원대 분식회계로 제재 받은 가운데, 앞서 회사가 보유 주식 가격이 1년 이상 하락하면 이를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금융감독원 회계조사국 관계자는 "당시 회계기준으로는 (주가가) 지속적, 유의적으로 하락할 때 손상을 인식한다고 돼있고, 양적 기준은 회사가 정하게 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회사가 (주가하락폭이) 50% 이상이거나, (하락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로 기준을 정했다가 이후 2년 이상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내부적으로 정해둔 기준을 어기면서 손실을 회계상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이 같은 부분이 문제가 되자 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은 2017년 1~3분기(1~9월)의 분·반기보고서를 작성할 때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8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아래 증선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SDS 주식의 시장가격이 1년 이상 하락하면서 1조6322억 원 가량 손실을 봤음에도 이를 당기손익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에만 기재하면서 순이익을 부풀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사실을 포착한 뒤 증선위에 보고한 금감원은 삼성물산의 증권발행을 6개월 동안 제한하고,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전 재무담당임원)에 대해 해임권고를 내릴 것을 제안했다.
 
자체 기준도 어긴 삼성물산, 증선위는 제재 경감
 
하지만 증선위는 회사의 위반사항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임권고안을 제외하고, 증권발행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경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당시 회계기준상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했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잘못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3일 삼성물산 쪽도 보도자료를 내고 "IFRS(국제회계기준)를 적용하고 있는 유럽 다수의 회사가 (주가 하락의) '지속적' 기준을 2~5년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증선위 결정에 반박했었다.
 
그렇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이에 대한 기준이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보유 주식 가격이 1년 이상 혹은 절반 넘게 떨어지면 이를 회계상 손상차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규정해두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것.
 
증선위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8월 증선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정도면 IFRS(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준비·적용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행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저는 이것(금감원 쪽 보고)을 보면서 기대수준보다 낮은 듯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회계정책이라는 것은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적용해야 하는 것인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삼성물산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반면 한 위원은 "손상차손이 손익계산서를 통해 자기자본으로 마이너스(-)가 되느냐, 아니면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기자본으로 가느냐는 궁극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회사의 이런 회계처리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해당 의견은 증선위 쪽 최종 결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심화할 것...검찰 수사 필요"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번 회계분식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조6000억 원이 넘는) 이 정도의 분식이 시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당시에는 삼성물산의 재무상태를 정반대로 알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삼성물산은 2017년 1분기에는 1855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반기에는 3330억 원, 3분기에는 4916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공개했었다. 이는 제재 이후 각각 1조251억 원, 9041억 원, 7455억 원의 순손실로 수정됐다.  
 
박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증선위가 이처럼 안이하게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이는 검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회사가 왜 분식을 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승계가 아닌 경영적인 이유를 주장해왔는데, 2년 만에 손실이 이렇게 많이 나오면 설득력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2015년 삼성 쪽은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경영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강조했었는데, 이후 대규모 손실이 나오자 이를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금감원과 증선위는 삼성물산의 분식을 '고의'가 아닌 '과실'로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당초 회사가 1년 이상 보유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를 손상차손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부 규정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칙 중심의 K-IFRS 회계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앞으로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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