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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맞이하는 중국의 꼼수... 우리는?

감독 리피 빠지고 2군 출전... 어린 선수 및 전술 시험대 되는 대회

19.10.26 15:41최종업데이트19.10.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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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10일부터 18일까지 부산에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이 열린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한국 남자대표팀은 11일 홍콩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중국과 15일, 일본과 18일에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일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각국의 유럽파 정예 멤버는 나설수 없다. 그래서 참가국들은 역대 대회 때마다 자국이나 아시아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왔다. 성적에 대한 부담보다 새로운 선수들을 점검하거나 전술을 실험하는데 주력한 경우도 많았다. 물론 유럽파가 없더라도 공식 A매치로는 인정되고 때문에 FIFA 포인트 등은 정상적으로 반영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은 사령탑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즈보닷컴>을 비롯한 중국 주요 언론들은 지난 24일 리피 감독이 동아시안컵에 불참하고, 현재 중국 슈퍼리그 우한 줘얼의 리티에 감독이 임시로 팀을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수구성도 귀화선수 엘케손 등 자국 리그 정예멤버가 대거 빠지고 유망주 중심의 2군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서 임시 감독대행이 팀을 이끄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멀쩡히 감독이 건재한데도 대회 출전을 거부하여 다른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경우는 축구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중국 내에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리피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중국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했다가 중국 축구협회의 간절한 러브콜을 받고 6월에 다시 복귀했다. 리피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통과를 위하여 귀화 선수 영입을 추진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약체 필리핀에 졸전 끝에 비기는 등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의미가 크지 않은 동아시안컵에 나섰다가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결과가 좋지못할 경우 지도력에 대한 비난 여론만 높아지고 실익이 없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리피 감독은 2017 동아시안컵에서는 직접 지휘봉을 잡았지만 당시에도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22세 이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고 최종성적은 3위에 그쳤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리피 감독은 이미 중국 대표팀 복귀 때부터 동아시안컵은 자신의 대표팀 운영 플랜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피 감독의 행동이 그에게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는 중국은 물론, 이번 대회 개최국인 한국까지 무시하는 무례하고 황당한 짓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리피 감독을 배제하고 이번 동아시안컵의 개최 시기나 효율성을 따지고보면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안컵이 열리는 대회 기간은 한·중·일 자국 리그(FA컵 포함)가 종료되는 시점과 큰 차이가 없다. 중국 슈퍼리그가 12월 1일에 끝나고 K리그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하면 12월 8일에 종료된다. 동아시안컵에 차출된 선수는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길어야 열흘, 짧으면 3~4일만에 다시 동아시안컵 대회에 나서야한다. 장기레이스를 마치고 지친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손발을 맞출 틈도 없이 대표팀 경기를 치러야한다. 더구나 대회가 열리는 부산이 아무리 남쪽이라고는 하지만 12월은 한국의 한겨울이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과 부상 위험이 높아질수 있다. 냉정히 말해 동아시안컵이 큰 권위가 있거나 타이틀이 걸려있는 대회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우리도 동아시안컵을 다르게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파울루 벤투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정상적으로 팀을 이끌고 출전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도 현재 A팀이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 돌입해있는 상황이다. 대표팀을 맡은지 1년이 훌쩍 넘어 더 이상 선수 파악이나 점검이 필요한 시점도 아니다. 이미 정예멤버와 전술적인 틀이 어느 정도 잡혀있는 상황에서, 굳이 12월에 지쳐있는 K리그 선수들을 억지로 불러모아 동기부여도 불분명한 동아시안컵에 나서는게 벤투호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우리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을 동아시안컵에 내보내는 것은 어떨까. 김학범호는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시기적으로 동아시안컵은 김학범호가 U-23 챔피언십을 앞두고 전술을 점검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릴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선수 점검과 컨디션 관리도 유리하다. 중국의 사례처럼 동아시안컵에서 어떤 팀을 내보낼지는 전적으로 자국의 판단이다. 한국은 리피 감독처럼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대회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23세 이하 대표팀을 내보낼수 있는 나름의 명분도 있다.

물론 김학범호도 현재 11월, 12월에 나름의 로드맵이 있다. 11월 해외에서 평가전, 12월에는 국내에서 훈련과 자체 평가전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차피 평가전 상대를 힘들게 섭외해야하고, 클럽팀에서 실전경험이 부족한 23세 이하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게 고민이라면, A대표팀에 큰 매력도 없는 동아시안컵을 김학범호를 위하여 과감하게 양보하는 것이 한국축구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김학범호는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 중국, 이란과 함께 C조에 속했다. 이란-우즈벡은 아시아 축구의 강호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동아시안컵에서 일본, 중국의 성인 프로멤버들과 경쟁할수 있는 것은 23세 이하 대표팀에 귀중한 경험이 될수 있다. 특히 동아시안컵에서 유망주가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전력을 경험해보는 것은 사실상 미리보는 챔피언십이나 마찬가지가 될수 있다. A대표팀 멤버이기도 한 이동경(울산) 이재익(알라이안) 같은 김학범호의 주력이 될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 이원화'에 대한 부담없이 23세 이하 대표팀에만 전념시킬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한다.

중국이 리피 감독이 불참하고 정예멤버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동아시안컵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르게 가져갈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수 있다. 대표팀 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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