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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금 없이도... 2년 뒤 월 30만원 기본소득 가능"

[현장] LAB2050, 세목 신설 없는 국민기본소득제 발표 "소득공제 등 세금 감면 없애 재원 마련"

등록 2019.10.28 19:02수정 2019.10.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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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LAB2050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국민기본소득 연구결과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LAB2050은 이날 세목 신설 없이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 김시연

   
로봇세, 환경세 같은 새로운 세원 없이도 2년 뒤인 2021년엔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득공제, 세액공제 같은 세금 감면 제도를 없애 세금 누진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간 독립 연구소인 LAB2050(대표 이원재, 아래 랩2050)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국민기본소득제 연구결과 보고회'를 열고,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소득세 누진성 강화해 기본소득 재원 확보 가능"

랩2050에서 이날 발표한 국민기본소득제의 핵심은 로봇세, 환경세 같은 세목 신설이나 부동산 보유세 강화 같은 새로운 세원 없이 현재 세금 제도의 틀 안에서 재원 확보 방안을 찾았다는 점이다. 또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과 관련된 재정이나 기금도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원재 랩2050 대표는 이날 보고회에 앞서 진행된 언론 설명회에서 "기존 기본소득방안은 재원을 법인세 인상이나 토지보유세 강화, 기술보유세, 환경세 과세 등에서 찾는데 (과세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 그룹도 발생하고 당장 실행하기도 어렵다"면서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 각종 세금 감면 제도를 폐지해 소득과 과세 표준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장 2021년부터 전 국민(5182만2천 명 추산) 개개인에 월 30만 원씩 지급하려면 모두 187조 원이 필요하다.

랩2050은 기존 소득세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면 명목세율을 3%포인트 낮추고도 56조 2천억 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전체 필요 재원의 30% 정도다. 이밖에 ▲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는 복지정책과 세금제도 정비 약 50조 원 ▲ 재정구조조정 약 30조 원 ▲ 탈루 소득 과세 등 공정한 세금 제도 약 11조 원 ▲ 재정증가분(약 9조 원)을 포함한 유휴 및 신규 재원 활용 25조 원 등 나머지 재원 확보 방안은 기존 기본소득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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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LAB2050 대표가 28일 낮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국민기본소득제 연구결과 보고회에 앞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LAB2050은 이날 세목 신설 없이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 김시연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 액수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보장하는 생계급여 수준을 지향했다"면서 "내년에는 재정적 여건을 고려해 (기초연금에 준하는) 월 30만 원으로 정했고 2028년에는 생계급여 수준인 월 65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지급액이 월 65만 원까지 높아지는 2028년에는 재원이 405조 원으로 늘어나,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금액이 117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들고 재정 증가분도 145조 원이 필요하다.

"1인 가구 4700만 원, 4인 가구 1억 8800만 원 미만 손해 안 봐"

랩2050 방안대로 소득공제, 세액공제 같은 조세감면제도를 폐지하면 이른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연말정산 공제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연말정산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기존 고소득자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윤형중 랩2050 연구원은 "개인 연소득 4700만 원(국민 전체 상위 12%에 해당) 이하 소득계층은 (기본소득을 포함하면) 기존보다 소득이 늘어나도록 소득세 명목세율을 3%포인트 인하해 설계했다"면서 "가구원 수가 늘수록 기본소득 수입도 늘기 때문에 2인 가구는 총가구 소득이 9400만 원, 3인 가구는 1억4100만 원, 4인 가구는 1억88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기존보다 총소득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 아동수당을 받는 미취학 자녀 2명을 둔 연소득 1억 원 외벌이 4인 가구의 경우, 소득세 비과세 감면 감소 등으로 연간 지출이 1087만 원 정도 늘지만, 4인 기본소득 수입으로 소득이 1440만 원 늘어나 순소득은 353만 원 늘게 된다.

윤형중 연구원은 "기존 복지 제도는 복잡성 때문에 누가 이익을 보는 대상인지 몰랐지만 국민기본소득은 수혜 대상이 명확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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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제기본소득행진(Basic Income March)'에 참여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핸드프린팅으로 만든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불로소득 나눠 갖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외쳤다. 이날 전 세계 10개국 26개 도시에서 동시에 행진이 벌어졌으며 서울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진행된 행진에 150여 명이 참여했다. ⓒ 최경준

 
전 국민 기본소득제도 도입으로 기대하는 건 단순히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소득재분배 효과만이 아니다.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은 연령,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탓에 공무원 투입에 따른 행정 비용이 최소화된다"면서 "저소득층이나 중간소득 계층이 주로 혜택을 보기 때문에 내수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고 프리랜서 같은 자유노동을 안정시키고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민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불평등 완화, 빈곤 감소, 소비 진작 효과 등을 추정하기 위해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3가지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가 현재 0.3243에서 월 30만 원 지급 시 0.2304, 월 65만 원 지급 시 0.2150으로 최대 34%까지 떨어졌다.
  
이원재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지위 경쟁과 갈등 심화, 가계소비 부진 등으로 이어져 사회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역동성을 되찾으려면 국민기본소득제와 같이 분배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제도를 도입해 개인에게 자유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복지국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원재 대표와 윤형중 연구원을 비롯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승주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공동 수행했다.

한편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 26개 도시에서 '국제기본소득행진'이 동시에 열렸고, 미국 대선에도 민주당 예비후보인 앤드류 양이 18세 이상 국민에게 매달 1000달러(약 120만 원)를 기본소득으로 주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전 국민 기본소득 매달 18만 원씩, 지금도 가능" http://omn.kr/1lg4o)
#기본소득 #LAB2050 #이원재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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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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