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 온 고양이들에게 베푸는 법칙

[경비일지 20] 삶의 사칙연산 - 나누기, 빼기, 더하기, 곱하기

등록 2019.10.29 15:15수정 2019.10.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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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당찮게, 왜 탁발을 떠올렸을까?

'탁발(托鉢)'이란 불교 수행법 중 하납니다. 단순하게는, 집들을 다니며 먹을 것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엔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먹음'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아집과 자만을 버리게 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나눔이란 보시로 공덕을 쌓게 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천하 만물이 모두 하나인 것을! 그런데…
 

탁발 나온 야생 고양이입니다. 다소곳이 앉아 밥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임현철

 
근무 중. 저만치서 야생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옵니다. 야생들은 집 고양이와 달리, 알아서 먹어야 합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난 이상, 노병사(老病死)가 자동적으로 뒤따릅니다. 깨닫지 못한 중생에겐 이 자체가 '고(苦)'입니다. 생(生)의 조건으로, 먹어야 하는 '식(食)'이 필연입니다. 어차피 살아야 할 삶, 이왕이면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요.

고양이, 어떤 날은 쥐 한 마리 입에 물고 지나갑니다. 폼이 아주 당당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이를 구했다는 거죠. 천하가 제 것이라는 몸짓입니다. 어느 날은 축 늘어졌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쫄쫄 굶은 뒤끝이던지, 아직 먹이를 구하지 못한 탓. 암튼, 자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치코치가 빨라야 합니다. 배고픈 고양이를 불러 세웁니다.

"야옹아, 어디 가냐?"

걸음을 멈춥니다. 처음에는 귀찮다는 듯 시큰둥했습니다. 뿐 아니라 '뭐하는 놈이 날 부르나?' 싶은 표정. 차츰, '아는 척하는 놈이 없는데 고놈 참 별거네!'하는 모양새. 그러던 게 이제 부르면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냐?'란 거죠. 여기에 오기까지 세월이 걸렸습니다. 먹이를 주는 등 노력이 필요했지요. 그렇게 얼굴을 익혔고, 친해졌습니다.

먹고 살기 고달팠을까. 언제부턴가 녀석들은 대개 도시락이 배달되는 식사 시간 전후로 나타났습니다. 같이 나눠먹자는 거죠. 어느 날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앞발은 세우고 뒷발은 접어 다소곳이 앉은 모습. 어떤 날은 문 앞까지 다가와 처량하게 밥 주기만을 기다립니다. 이를 보고 '탁발'을 떠올렸습니다. 목탁과 바리때만 없지 영락없는 탁발입니다. 여기서 든 생각 하나. 뭇 생명의 생존과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삶은 나누기와 빼기를 해야 행복하다."

지인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맞다" 했습니다. 왜냐면 삶의 깊이를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아시죠? 현재 우리는 늘 바라기만 합니다. 흔히 "~주소서!", "~믿습니다!"로 대변되는 사회. 더하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이를 떠올리면 나누기와 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하여, 가슴에 새겼습니다. 지인의 말은 예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나누기와 빼기만으로 충분한데 "자기 생활에 맞는 사칙연산이 필요하다"더군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적절하게 보태야 행복의 가치가 더 커진다나. 이 역시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풀어보았습니다.

'나누기와 빼기에, 더하기와 곱하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인생은 더욱 더 행복하다!'

불가(佛家)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습지요.<금강경>에 나오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입니다. "바라는 바 없고 집착함 없이 남에게 베푼다"란 뜻입니다. 이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 가운데 나는 공하다'는 <아공(我空)>을 넘어, '너와 나 그리고 온 우주가 하나!'라는 <법공(法空)> 개념이 강조된 겁니다.

유가(儒家)도 이 개념이 있습니다. 공맹(孔孟)은 '본성(本性)'과 '양심(良心)'으로 칭했습니다. 모든 생명은 가지고 태어난 근본 성질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善)과 비선(非善)을 분별하는 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대변됩니다. 이를 알고, 모든 생명 및 무생물과 함께 나누며 살길 강조하고 있습니다.
 

탁발 고양이 문 앞까지 다가와 빤히 보며 고마움과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나누며 교감합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통한다는 증거입니다. ⓒ 임현철

 

탁발 나온 고양이의 원칙, '나눔의 미학'과 '비밀의 방'

본성은 쫄쫄 굶은 고양이를 포용하게 합니다. 저나 고양이는 어차피 먹어야 사는 생명. 다만 분별 하는 순간, 인간과 고양이로 나뉠 뿐입니다. 고양이 탁발은 이렇게 생명 교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탁발 온 고양이들과 함께 나눔에도 원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밥숟갈 뜨기 전에 퍼서 줄 것. 둘째, 둘 이상의 몫 챙기기. 셋째, 좋은 마음 더해 나누기 등입니다.

재밌는 건, 탁발 고양이에게도 원칙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야생 생명체들이 배를 70% 이상 채우지 않듯, 남생이와 학 등 장수 생명들이 밥통을 1/3 이상 채우지 않는 것처럼, 고양이들에게도 자연 법칙이 나타났습니다. 실제 배부르게 먹지 않고, 배고프고 늙은 구성원 등에게 양보하는 아량까지 보이더군요. 나눔의 미학이랄까!

이보다 더 놀란 건, 탁발 고양이들 몸짓입니다. 때로 애교도 피우고 고마움과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밥 먹은 후, 뻔히 보이는 곳에서 발을 핥고 털을 고르는 등의 행위를 보입니다. 또한 문 근처에서 한동안 쪼그리고 앉았다가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곤 합니다. 뒤통수치기에 능한 인간이 자연에게서 배워야 할 원리지 싶습니다.

이를 보니, 공자가 신의 우주 작용 원리. 즉, 순수 의식 상태의 천하지도(天下之道)를 알려주는 <주역(周易)> 해설본 계사전의 가르침이 절로 떠오르데요. 공자는 텅 빈 가운데 신령스러운 '참나'. 즉, 모든 생명에게 있는 자신의 절대세계인 '비밀의 방'의 움직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역(易)은 무사야(無思也) 무위야(無爲也)요 적연부동(寂然不動)하나 감이수통(感而遂通) 천하지고(天下之故)하나니 비천하지지신(非天下之至神)이면 기숙능여어차(其孰能與於此)리오!" (역은 생각도 행위도 없는 중에 고요히 있다가 움직이면 천하의 이치를 깨치나니 천하의 지극히 신령스러운 이가 아니면 그 누가 능히 이에 이르리오!)

무튼, 탁발 나온 고양이는 '나누기'와 '빼기', 그리고 '더하기'와 '곱하기'를 우리네 삶 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특히 어떤 방법으로 뭇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답은 춘하추동으로 대변되는 천지자연 속에 녹아 있음을…

단풍이 한창입니다. 어느 누가 "춘생(春生) 추살(秋殺)"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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