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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많더라도... '봉준호 연구', 계속 하고 싶다"

[인터뷰] 봉준호 영화 메이킹 만든, 오르테가 감독과 플뤼숑 프로듀서

19.11.02 18:57최종업데이트19.11.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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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회 프랑스 리옹 뤼미에르영화제에 초청된 제쥐 오르테가 감독과 에디 플뤼숑 피디 ⓒ 클레어 함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최근 리옹 뤼미에르 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프랑스를 찾았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옹은 뤼미에르 형제가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만든 곳으로, 영화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뤼미에르영화제는 고전영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MIFC마켓(Marché International Du Film Classique)이라는 세계 유일의 고전영화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첫 해에는 신상옥 감독의 회고전이 소개됐고, 3년 전엔 박찬욱 감독이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자신의 회고전뿐만 아니라, '카르뜨 블랑쉬' 프로그램을 통해 김기영 감독, 배창호 감독, 장선우 감독이 연출한 일부 작품들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또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스크린 쿼터 투쟁 및 미국 UIP 직배 사건, 블랙리스트 사건 등 한국영화사의 큰 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해외 총 205개국으로 수출된 <기생충>은 지난 6월 5일 프랑스 개봉 후, 자국시장에서만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기생충>은 21세기 황금종려상 수상작 15편 중 프랑스 시장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에 이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뤼미에르영화제의 모든 시선은 방문 중이던 봉준호 감독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여느 때처럼 필자도 한 카페에서 프랑스인들과 봉준호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옆에서 커피를 마시던 프랑스 남성 두 명이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과 그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의 메이킹(비하인드 신) 다큐를 세 편이나 제작한, 지난 14년간 봉준호 감독과 끈끈한 우정을 이어온 프랑스 감독 제쥐 카스트로 오르테가(Jésus Castro-Ortega)와 에디 플뤼숑(Eddy Fluchon) 프로듀서였다.

그간 국내 언론과 영화제에는 전혀 소개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알고보니 칠레 태생인 오르테가 감독은 프랑스의 거장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아들이자, 저명한 배우 겸 감독 닐스 타베르니에의 조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프랑스 업계 내에서 15년간 활동해온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에디 플뤼숑 프로듀서는 지난 4년간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해 왔고 이전에는 자동차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둘은 열정적인 시네필로 파리근교에 위치한 Oxygene 라디오 방송에서 영화에 관한 토크쇼 프로그램도 2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현장 스태프의 회고담을 담은 < Memories – retour sur les lieux des crimes: '추억- 살인 현장으로 다시 가보다' (필자 주)>는 10회 뤼미에르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아쉽게도 공식 상영은 놓쳤지만, 이후 오르테가 감독의 배려로 <살인의 추억> 메이킹과 <마더 ("Mother, dans les coulisses du film: '마더, 무대 뒤에서' (필자 주)")> 및 <설국열차 ("Transperceneige, from the blank paper to the black screen")>도 볼 수 있었다. 다음은 뤼미에르영화제 기간과 이후 감독-프로듀서와 나눈 대화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 메이킹 제작현장. 배우 박해일과 에디 피디. ⓒ 에디 플뤼숑

 
- 봉준호 감독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오르테가 감독: "2006년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김기영 감독 회고전을 했는데 그때 봉준호 감독이 초청되었다. 우리는 당시 봉 감독이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의 판권에 관심이 많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접하고선 호기심이 발동해 직접 문의하고자 말을 건넸다. 봉 감독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자마자 나는 그에게 다짜고자 인터뷰 요청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80년대 프랑스 만화를 유능한 한국 감독이 각색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화사의 유의미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봉 감독의 <괴물>과 <살인의 추억>을 무척 애정했던 팬이었다. 에디 플뤼숑 프로듀서도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 물론, 그후로도 우리는 계속 연락을 했다." 

- <살인의 추억>이 개봉한 지 14년, 촬영한 지 15년이 넘은 시점에 제작 현장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오르테가 감독: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다. 2017년 칸영화제에서 프랑스 배급업자인 마뉴엘 시쉬를 만났었는데 당시 <살인의 추억> 리마스터 버전의 극장 및 디비디 (블루레이) 재개봉 계획을 알려줬다. 우리는 추가할 만한 보너스 특별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고 내가 그 작업을 맡기로 했다."
 
- 시간이 많이 흐른 시점에 과거 영상과 사진을 재편집해야 했을 텐데, 어렵지는 않았나?
플뤼숑 프로듀서: "배급사는 기존에 남아 있던 사진과 영상 아카이브로만 재편집할 것을 제안했으나, 우리는 한국에서 재촬영하길 원했다. 봉 감독뿐만 아니라 생생한 범죄 및 촬영현장의 모습도 담고 싶었다."
 
- 촬영분량이 꽤 많았는데, 무엇에 중점을 두고 편집했나.  
오르테가 감독: "애초 계획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촬영 및 범죄현장에서 다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기획했었다. 그러나 당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대본을 쓰느라 정신적 여력이 너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구조를 생각해냈다. 고맙게도 봉 감독이 당시 조감독, 배우들에게 다 연락을 해줬고, 심지어 부인의 차도 빌려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물론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에 관해 배우와 스태프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도 담았다. 아울러 봉 감독은 80년대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을 했었는데, 나는 그의 이 관점을 기억하고 살릴려고 했다."

-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스태프가 당시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불교식 위령제를 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배우 박해일과 같은 나이였던 김미정 학생 (14)의 '사라진 미래'로 인해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발언이 기억난다. 
오르테가 감독: "제작진의 이런 제스처는 무척 감동적이고 사려깊은 행동이라 여겨진다. 프랑스에서는 영화작업과 현실간에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에선 이런 일을 상상하기 힘들다. 배우 송강호는 이 위령제를 이야기할 때 감정이 무척 복받치는 듯했고,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무척 마음 아파했다."

- <살인의 추억>을 촬영하면서 날씨 때문에 무척 애를 먹은 듯하다. 비가 쏟아지는 순간을 위해 한달 반을 기다리고, 2백명이나 되는 엑스트라 비용을 지불했는데도 촬영을 취소하는 걸 보면 봉 감독은 완벽주의자 같다. 또한 <마더>의 촬영지를 찾기 위해 8개 헌팅팀을 꾸려 전국을 3개월이나 돌아다녔다고 하니, 아무리 봉 감독이 공간 자체의 힘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지만, 당시 서우식 프로듀서도 무척 이해심이 많았던 것 같다. (웃음)
오르테가 감독: "요즘에는 그렇게 작업할 수가 없다. 어느 프로듀서도 그런 광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웃음) 감독과 시네필의 입장에서 보면, 명작을 위한 필요한 조치였으나, 제작자는 물론 다르게 여길 수도 있다."
 

10월 17일 프랑스 리옹 뤼미에르영화제에서 마스터클래스를 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왼쪽). 사회를 보고 있는 프랑스의 거장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 (오른쪽) . ⓒ Lea Rener /인스티튜트 뤼미에르 컬렉

 
- 영화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봉준호 감독의 촬영현장은 웃음이 넘치는 활기찬 분위기라고 들었다. 심지어, 커플이 탄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을 것 같다.
플뤼숑 프로듀서: "물론 많다. 송강호 배우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유명한 대사를 배우 박해일씨가 내게 가르쳐주려고 한 적이 있다. 다시 그 장면을 재현할 때, 유명한 배우 앞이라서 그런지, 나는 그 대사 대신, 알고 있었던 한국어 욕을 하고 말았다. 몇 초간 긴장의 순간이 흘렀으나 이내 모두들 상황을 파악하고는 박장대소했다. 배우들은 우리가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더 편하게 느낀 듯하다. 우린 나이브했으나, 무척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 봉준호 감독은 특별히 배우를 아끼는 것 같다. 그가 현장에서 배우를 대할 때 특별히 다른 점이나 독특한 면이 있는지.
오르테가 감독: "3개월간 <설국열차> 촬영현장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는 다양한 배우들의 심리와 장점을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 수많은 배우들과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이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촬영현장의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작업에 참가하는 이들 스스로가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해준다. 프랑스나 미국의 다른 촬영현장을 가보면 항상 그렇지는 않다. 현장의 스태프 모두 봉 감독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한다. 그는 정말 유머감각이 넘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기자님도 촬영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웃음) 봉 감독은 천천히 촬영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 'Sadly Cut'이라는 편집용어가 있지 않나. 너무 맘에 드는 장면이지만, 전체 영화의 내러티브에 어울리지 않아 버리게 된 아쉬운 장면들도 많을 것 같다. 
오르테가 감독: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우정은 인상적이었다. 다 포함하기가 어려웠다."

플뤼숑 프로듀서: "너무 많다. 오마이갓. 봉준호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심성보 작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프랑스어도 참 잘해서 우리와 불어로 시네마와 프랑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웠으나 영화와는 전혀 무관했기 때문에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진 사실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오르테가 감독: "희생자들의 유족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동안 알고 싶었던 답을 찾게 되어서 다행이지만, 동시에 잊고 싶었던 아픈 상처의 기억을 되새기게 되어 복잡한 심경일 듯하다."

- <설국열차>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오르테가 감독: ""<설국열차>의 메이킹 다큐는 봉준호 감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국과 미국의 프로듀서들과 많은 미팅을 거친 후, 2013년 <설국열차>의 프라하 촬영 두 달 전에야 합의가 끝나 급하게 짐을 쌌다. 3개월간 촬영을 했는데 내가 현장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카메라였다."
 
- <설국열차>의 메이킹 다큐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제작과정을 다룬다기보다 프랑스 만화작가, 장 마르크 로세트 (Jean-Marc Rochette)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오르테가 감독: "영화 <설국열차>에 관한 메이킹 영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DVD 보너스에 포함된 배우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특별효과 전문가 등 관계자들과의 전형적인 인터뷰 영상이고, 내가 프랑스 만화가만 다룬 다큐는 따로 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래 전부터 내게 나만의 독특한 관점을 지닌 작업을 하라는 조언을 해왔다. 나는 <설국열차> 촬영이 시작되기 몇 년 전부터 만화가를 촬영해왔다. 촬영 과정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봉준호 감독이나 특별효과 또는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만화가의 삶의 여정이 내겐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봉준호 감독도 맘에 들어한 것 같다. 2014년 여름,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이 영화 상영회를 서울에서 주최해주기도 했다."

- 만화가 장 마르크 로세트씨는 <설국열차>가 "이 영화는 사회의 평범하고 소박한 이들(modest people)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했는데, 동의하는지. 
플뤼숑 프로듀서: "그의 표현에 공감한다. 하지만, 어떻게 사회가 작동하는지도 흥미롭게 그려낸다. 마치 수술을 하는 의사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자와 빈자와의 관계를 흥미롭게 해부한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 사회의 해부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 다른 작품은 상영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데 <마더>는 20분이 조금 넘는 이유가 궁금하다.
오르테가 감독: "예산 부족 때문이다. 당시 배급사 디아파나사 (Diaphana)도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단기간 편집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총 촬영분이 1.5 테라바이트였으니 약 30시간 분량이다. 이론상으로는, 90분 다큐도 가능했었다."

- <기생충>의 메이킹 작업은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오르테가 감독: "이유는 두 가지다. 봉준호 감독 및 제작사는 이번에는 한국 팀을 선호하는 것 같았고, 나도 진행중이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베트남 입양아에 관한 <인 발란스 In Balance>(Des Equilibres)라는 다큐로 프랑스 국영 TV인 France 3에서도 방영되었다. 당시 4년을 쏟아부었는데 에디 플뤼숑 프로듀서와 함께 했던 작업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내외 많은 이들이 봉준호 감독의 메이킹 다큐를 제작하고 싶어할 것 같다.
오르테가 감독: "봉준호 감독이 왜 나를 선택했는지 내게도 미스터리다. 봉 감독에 대한 다큐가 몇 편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또, 전 세계에 많은 감독들이 내 일을 하고 싶어한다. 내 생각엔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 <살인의 추억>으로 그의 천재성을 알아 본 나의 관심과 열정에 감동했던 것 같다. 혹은 사생활을 존중하는 내 태도를 좋아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실제로 한국의 한 작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때 그 이유를 물었는데, 봉준호 감독도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웃음)"

플뤼숑 프로듀서: "내 생각엔 봉준호 감독이 오르테가 감독의 능력을 믿고, 그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 언어장벽으로 촬영하는데 애 먹지는 않았나.
오르테가 감독: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은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다. 언어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우리와 스태프간의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장점도 있다. 우리가 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은 오히려 인터뷰이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안전한 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가 소통을 하고자 하면, 공통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고,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순간에는 각자의 언어를 구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이들의 인터뷰 일정 조율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살인의 추억> 메이킹 다큐 현장. 봉준호 감독을 촬영 중인 오르테가 감독과 플뤼숑 피디. ⓒ 공동욱

 
- 이런 언어장벽 및 재정부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계속 작업을 지속해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오르테가 감독: "위대한 감독의 작업을 기록한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내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봉준호 감독 작품들의 의미와 그의 영화세계를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그가 휴머니티에 관해 그리는 그림은 무척 흥미롭다. 이 여정을 지금 그만둘 수는 없고 앞으로도 계속 탐험하고 연구하고 싶다. 평생 가난하게 살더라도 난 상관없다."

- 앞으로도 봉준호 감독의 메이킹 다큐 작업을 계속할 계획인가.
오르테가 감독: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선, 공식홍보영상을 제작하면 돈을 벌 수 있고, 다음 작품 제작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내게 더 흥미로운 점은 나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에 관한 다큐를 제작하는 것이다."
 
-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기생충>이 유난히 프랑스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르테가 감독: "현 프랑스의 정치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중산층이 점점 몰락하고 있고, 시민들은 노란조끼 운동으로 표출된 프랑스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정치적 기류가 <기생충>의 흥행 성적에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플뤼숑 프로듀서: "봉감독은 관객을 존중한다. 그는 관객의 지성을 믿는다. 할리우드 디즈니 영화처럼 명백한 흑백 논리로 교훈적 메세지를 던지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아울러, 관객을 의식해서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제공한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의 무엇이 매혹적인가.
오르테가 감독: "봉준호 감독은 인간과 사회를 비틀어진 렌즈로 들여다본다. 처음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비튼다. 그의 영화세계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비극적이다. 무섭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그는 이 모든 다양한 감정들을 축소해서 필름 형태로 담아낸다. 삶을 영화 포맷으로 옮겨놓는다."

- 봉준호 감독 이외에,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감독이 있다면.
플뤼숑 프로듀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으니까."

이 두 명의 프랑스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제작한 <살인의 추억> 메이킹 다큐는 나름 흥미롭다. 소품 담당을 했던 이용주 조감독은 <살인의 추억>에 참여했던 것이 "영화하면서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배우 김상경씨는 촬영기간이 6개월이 넘어서인지 "당시 단체사진이 가족사진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심성보 작가는 "바쁜 촬영 와중에도 축구를 함께 즐겼던 고즈넉한 시간이 그립다"고 전했다.

이들의 향수어린 말들이 내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살인의 추억>에 대한 더 많은 분량의 영상기록이 궁금해진다. 영화 <살인의 추억>도 명작이지만, 그런 영화작업을 만들어냈던 과정에 대한 기록도 유의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봉준호 살인의 추억 제쥐 카스트로 오르테가 에디 플뤼숑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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