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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현동 참사 20주기 추모제... "못난 어미 용서해줘"

인천시부시장 "늦었지만 희생자 가족에 사과... 추모비 공간 개선 사업 노력하겠다"

등록 2019.10.30 11:52수정 2019.10.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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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김성욱

 
"아들아, 딸들아! 그 싱그러운 웃음, 그 풋풋한 젊음 가슴에 다 피우지 못하고 삼백예순날 안부밖에 물을 수 없는 이 못난 아비, 못난 어미를 용서해다오."

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는 허종식 인천광역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허종식 정무부시장은 추모사에서 "참사 당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인천시를 대표해 너무 늦었지만 희생된 청소년들의 어머니, 아버지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희생된 아들, 딸에게도 정말 죄송하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는 20년 전인 1999년 10월 30일 인현동 4층 상가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 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져 대형 참사로 이어진 비극이다. 당시 호프집에 있던 중고생 52명을 포함해 57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인근 고등학교 십여 군데에서 가을 축제가 끝난 뒤 뒤풀이를 하기 위해 모여든 고등학생들이었다.

참사 이후 수사 과정에서 불법 영업을 한 호프집과 경찰, 공무원 사이의 유착이 드러났다. 소화기 부재, 석고보드로 가려진 창문, 탁자나 의자가 잔뜩 쌓여 통행을 막던 통로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허 부시장은 "참사 당시 사회와 언론은 책임은 말하지 않고 희생된 청소년을 불량 청소년이나 비행 청소년으로 매도하기 급급했다"면서 "추모비 공간 개선 사업을 비롯한 추모 사업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도 "인현동 화재 참사는 어른들의 부도덕성과 사회가 묵인한 적폐가 아이들을 희생시킨 안타까운 사고"라며 "과거의 왜곡되고 축소된 화재 사건을 진실·회복을 거쳐 새로운 기억과 다짐으로 승화하고, 미래지향적 보편적 가치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은 또 "인천시교육청은 이 참사를 기억함으로써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원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장(68)은 "20주기를 맞아 시민단체를 비롯해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인천시의회와 함께 추모제를 함께 해 감회가 새롭다"라며 "유가족 추모제가 아닌 새로운 추모제로서 시민과 공감하는 첫 출발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행사가 인천 안전 교육의 계기가 되고 지금까지 고통받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헌시가 낭독되자 눈물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 주차장 쪽에 있는 위령비에 헌화한 유가족들은 자식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석을 손으로 문지르며 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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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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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김성욱

#인천인현동화재참사 #20주기 #인천 #인현동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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