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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투표 막은 정당, 수어통역 없는 선거방송 '차별'

인권위, 바른미래당과 지역유선방송사에 장애인 참정권 침해 시정 권고

등록 2019.10.30 12:01수정 2019.10.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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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경선이 시작된 지난 2017년 3월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현장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 남소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헌법 제24조)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은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여러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당 내 선거, 후보자 토론 선거 방송 등에 '장애인 문턱'이 여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30일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편의 제공을 거부해 투표를 못하게 만든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 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지역유선방송사에 각각 장애인 참정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시각장애인 배제한 국민참여경선... "국민의당이 편의 제공 거부해 투표 못해"

국민의당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4월까지 전국을 돌며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을 치렀다. 당시 국민의당 당원인 중증시각장애인 A씨는 그해 4월 4일 대전·충남북·세종 지역에서 진행된 국민참여경선 현장투표를 하루 앞두고 투표에 필요한 투표보조용구와 보조인, 이동편의 등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도당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아무런 편의도 제공받지 못한 A씨는 투표를 할 수 없었고, 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현재 공직선거법에는 정당 내 선거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투표용지(점자)나 투표보조용구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바른미래당은 "2017년 3월경부터 전국순회경선을 실시했는데 경선을 불과 4일 앞두고 정당 최초로 완전국민경선방식이 확정돼 시간적으로 매우 촉박한 상황이었다"면서 "전국 191개 투표소에 투표용지를 제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용 투표용지 등을 제작·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당내 경선 일정이 촉박했다는 사정만으로 장애유형을 고려해 투표용지 제작 시에 특수투표용지 등을 제작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을 실시하면서 시각장애인의 투표에 필요한 편의제공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차별"이라면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앞으로 당내 선거 시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수어통역-자막 없는 후보자 토론 방송 "청각장애인 참정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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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장애인·언론·인권 단체들이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지난 4일 강원도 산불 재난 방송에서 수어 통역과 화면 해설 등이 제공 안 돼 차별 받았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B사는 지난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수 후보자 등을 초청해 토론회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 방송은 방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 시청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B사 대표는 "지방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고, 토론회 일정에 맞춰 수어통역 전담요원 등의 섭외가 어려워 수어통역 및 자막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방선거 등 방송 프로그램은 후보자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막 및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참정권 행사를 하기 어렵다"면서, B사 대표에게 "앞으로 선거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할 경우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자막이나 수어 통역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수어통역 #바른미래당 #인권위 #장애인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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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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