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전 중구에서 새끼고양이 머리가 훼손된 채 발견된 건에 대해 경찰이 '큰 고양이'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신고자는 "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30일 대전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5일 오후 10시께 주택가 공터에서 머리가 훼손된 새끼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건에 대해 "CCTV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새끼고양이의 머리 훼손은 새끼 고양이를 물고 온 큰 고양이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자에게도 해당 CCTV 일부를 보여주고 (사체를 훼손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 증언 내용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사람에 의해 훼손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영상을 보면 큰 고양이가 30분 이상 고양이 사체를 물어 뜯는 모습이 보인다"며 "신고자에게도 CCTV 영상 주요 대목을 보여주고 목격자 증언 내용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아무개씨는 지난 25일 밤 12시께 "어미 고양이로 보이는 암고양이가 머리가 없는 새끼 고양이를 어디선가 물고 와 울고 있었다"며 "훼손된 상태로 볼 때 사람이 한 짓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수사 결론에 김씨는 "고양이 소행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경찰과 함께 CCTV를 확인했다"며 "영상에 큰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물고 오는 모습이 있지만, 머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사체를 놓고 뭔가 하는 모습이 있는데 화면만으로는 그루밍(털을 핥는 행위)을 하는 것인지, 사체를 뜯는 행위인지 분간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고양이 카페 회원들도 '수컷 고양이들이 영역 다툼으로 서로 공격하거나 물어뜯는 경우는 있지만 어미 고양이가 새끼고양이를 물어 죽인 뒤 사체를 뜯는 행위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애초 동물구조전문가가 사체를 확인 후 '누군가 고의로 목을 비틀어 잡아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며 "전문가가 사체의 훼손 부위를 보면 누구의 짓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체 확인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신고 당시 이씨에게 수사 담당자가 정해질 때까지 냉동고에 보관한 후 과학수사대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지 6시간 만인 이튿날인 26일 오전 7시께 고양이 사체를 대전 중구청에 넘겨 처리하게 했다. 수사 담당자가 정해진 건 지난 28일이었다.
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중부서 관계자가 지구대에서 넘긴 고양이 사체를 들고와 처리해 달라고 해 곧바로 버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문가에게 고양이 사체를 보여 감정을 하면 될 일을 서둘러 사체를 버린 뒤 고양이 소행으로 단정했다"며 "지금이라도 다른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