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감추는 욕망, 욕망을 만드는 도시

'2019 이룸영화제'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등록 2019.11.03 20:10수정 2019.11.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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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하 '이룸')이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충무로 코쿤홀에서 '2019 이룸영화제'를 개최한다. '이룸'은 다양한 위치에 있는 성판매(경험)자의 피해를 지원하고 현재 한국 성매매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정치화 하기 위해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현장단체다. 한국 여성/소수자운동 지형 속 제도 안팎, 진영 논리 안팎을 넘나들며 성매매 구조를 뒷받침하는 법 제도와 문화에 균열을 내고 성매매 담론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15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2009년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였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을 운영 중이다. 

'2019년 이룸영화제'는 그동안 '이룸'이 성매매-성산업의 현장을 오가며 갖게 된 고민을 보다 다양한 이야기들과 연결 지음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기획 중인 프로젝트다. 이틀간 총 다섯 편의 상영작과 씨네토크 및 라운드테이블 등의 행사를 통해 나와 주변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가부장제 자본과 국가의 지배를 감지하고, 이를 도시 속 구체적인 성산업의 구조와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는 여성주의적인 사유의 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절망을 감추는 욕망, 욕망을 만드는 도시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절망을 감추는 욕망, 욕망을 만드는 도시 
  

'2019 이룸영화제'의 슬로건은 절망을 은폐하면서도 절망에 의존하여 증식하는 욕망의 생산방식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시아 성산업 속 젠더화된 빈곤은 여성들의 욕망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꿈'을 꾸게 만듦으로써 국경을 넘고 도시를 이동하며 일상적인 소진을 경험하게 만든다. 빈곤한 여성들이 딛고 있는 열악한 삶의 조건은 가부장적 자본과 국가의 공모관계가 약속하는 '꿈'을 더욱 빛나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미친듯이 일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려하면, 사회는 '니가 다 알고도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9 이룸영화제'의 첫째날(11월 9일 토)은 "섹션1. 새로운 배치 '성매매를 말하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상영작을 준비했다. 홍효은(2012) 감독의 장편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꿈>과 김정은(2017)감독의 단편작 <야간근무>를 통해서 '성매매여성'이라는 범주 자체가 구획되어온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살아가는 시공간과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성'이 살아가는 시공간을 이분화하고, '성매매 여성'으로서'만' 말하고 존재하게 하거나 그 경험을 누락해야만 말하고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현실을 톺아보려 한다. 

<아무도 꾸지 않는 꿈> 상영이후에는 홍효은 감독과 함께하는 씨네토크가 준비되어 있으며 김주희(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임윤옥 한국 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과 이룸의 활동가 유나가 패널로 참여한다. 섹션1의 두번째 상영작인 <야간근무>의 경우, 상영이후 라운드테이블을 통해서 '2019 이룸영화제'의 기획단과 관객들이 '이십대여성의 빈곤과 자원'을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둘째날(11월 10일 일)은 "섹션2: 한국, 아시아, 성산업: 젠더화된 빈곤의 풍경"이라는 제목과 함께 세 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고운(2016) 감독의 <호스트네이션>, PJ라발(2018) 감독의 <혐오의 시대(Call Her Ganda)> 그리고 강유가람(2016) 감독의 <이태원>을 통해서 서울의 대표적인 기지촌인 '후커힐'과 군산의 '아메리카 타운', 그리고 필리핀 수빅 만의 올롱가포를 넘나들며 각각의 시공간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포착하고 연결지으려 한다. 

미군남성에 의해 발생한 살인사건(증오범죄)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성판매여성의 죽음의 애도(불)가능성을 모색하는 <혐오의 시대> 씨네토크는 강유가람('영희야 놀자')이 진행을 맡고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의 루인과 이룸의 활동가 차차가 패널로 참석한다. <호스트네이션> 상영이후에 준비된 씨네토크의 경우, 감독 이고운이 직접 출연하고 기지촌여성들의 삶을 돕는 인권단체 두레방의 김조이가 패널로 참석해서 성산업-유흥산업의 구조 속에 위치한 이주여성의 빈곤에 대해 논한다. 영화제의 마지막 상영작인 <이태원>의 씨네토크에서는 용산미군기지촌 주변의 유흥산업이 개발과 재개발의 대상이 되는 역사 속에서 성판매여성들의 나이듦과 노년의 시간을 조명한다. 류진희(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가 진행을 맡고, 강유가람 감독과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전희경과 이룸의 활동가 혜진이 패널로 출연한다. 

'2019 이룸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과 전시 


'2019 이룸영화제'에서는 퀴어 페미니스트 드랙킹 아장맨의 퍼포먼스(첫째 날 초청공연)를 관람할 수 있다. 아장맨은 퀴어 페미니스트 드랙킹 퍼포머로, 생물학적 성별에 기반한 이분법적 규제를 고민하는 퍼포먼스를 창작해왔다. 이룸영화제 에서는 '성매매 여성' 으로 은폐된 여성에 대한 처벌과 낙인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퍼포먼스를 공연한다. 알선자와 구매자, 검·경찰과 공무원, 은행과 대부업자, 성형외과 의사 등의 모습으로 정상화된 한국 사회 전반이 여성을 포획해온 말들을 폭로하는 자리이다. 

또한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갱상도 언니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이틀간 전시를 진행한다. 불량언니 작업장은 청량리588 집결지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일을 해왔던 '언니'들이 집결지폐쇄 결정 이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시작한 공동작업장이다. 불량언니 작업장에서는 매달 레몬청과 향초, 수제 비누를 비롯하여 손뜨개로 만든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갱상도 언니'가 작업장에서 판매할 물품을 다 만들고 나서도, 불면에 맞서기 위해 멈추지 않은 형형색색의 손뜨개를 전시한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면을 가시화하며, 손뜨개로 만든 사물을 매개로 관객들과 연대의 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이다.
#2019 이룸영화제 #성산업 #여성빈곤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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