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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비위 공무원에게 명예퇴직 권유... 사건 무마 의혹

지역에 소문 번지자 돌연 사표 반려, "감사 착수" 발표

등록 2019.11.04 16:50수정 2019.11.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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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청 전경 ⓒ 김남권

 
[기사 수정: 4일 오후 6시 17분]

강릉시(시장 김한근)가 내부 감사를 통해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도 4개월 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에게 명예 퇴직을 권하고 사표까지 받았지만 논란이 일자 이를 반려했다.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소장 A씨(4급)는 지난달 초 명예퇴직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퇴직 기한을 며칠 앞두고 신청서가 돌연 반려됐다. 강릉시 감사관실이 A씨에 대한 징계사유를 포착해 특별감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된 명예퇴직은 정년 전 스스로 퇴직하는 것으로 일반 퇴직과 달리 별도의 수당이 지급된다.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감사원과 검찰청, 경찰청, 내부 감사실 등으로부터 징계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회신 받은 후 퇴직 처리를 하도록 돼 있다.

강릉시는 이런 사실을 지난달 말 언론에 공개했다. 시는 "최근 강릉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중인 민가시 개두릅 묘목 400여 그루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자체감사에 착수했다"면서 "관련 공무원이 신청한 명예퇴직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4개월 전에 비리 포착... 조치 대신 무마 대응책 논의

취재결과 강릉시가 밝힌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강릉시 감사관실은 지난 6월 내부자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고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지난해 11월 초 민가시 개두릅 모종 400그루를 전·현직 시의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작물은 센터가 자체 개발한 고소득 작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해 자기부담금을 납부해야만 분양받을 수 있다. 

이런 명백한 규정 위반 사실을 확인했지만 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결정을 미뤘다. 대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묘목을 받은 당사자들은 <오마이뉴스>에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달 넘게 처분이 이뤄지지 않자 노조가 나섰다. 제보자로부터 일련의 과정을 전해들은 노조는 장시택 강릉시부시장과 만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8월 초에 성사된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감사를 실시한 지 한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은 사건을 뭉개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장 부시장은 '직원들이 많이 연루가 돼서 다칠 우려가 있고, 파종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몇 그루가 비었는지 관리가 허술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로부터 한달 반이 흘렀을 때도 시는 감사 결과에 대한 처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중순 노조가 재차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자 그제서야 감사관실로부터 응답이 왔다. 노조 관계자는 "'윗선에서 소장을 명예퇴직 처리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말을 했다"면서 "소장이 조용하게 나가면 (사건이 무마)되지 않겠냐고 판단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결정은 복수의 통로로 소장 A씨에게 전달됐다. A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나 "그런 요구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이유 여하를 떠나 모두 내 잘못이고, 조직을 위해 잘해보려고 한 것인데 이렇게 됐다. 내가 모든 걸 떠안고 떠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정치권과 지역 언론에 소문으로 퍼지자 시는 다급하게 입장을 바꿨다. A씨의 명예퇴직 신청서가 반려되고, 4개월 전에 파악한 비위사실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뒤늦게 밝힌 이유다. 

이 논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강릉시 관계자는 "감사를 마치면 일정기간 내에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데, 당시 몇 달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릉시 감사관실 감사과장은 지난 9월에 A씨에게 퇴직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했다. 

노조와의 면담에서 'A씨의 명예퇴직'를 언급한 장시택 부시장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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