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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넓은 화장실

[몽골여행기] 몽골초원에서 배설하기

등록 2019.11.05 14:57수정 2019.11.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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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서쪽 바얀올기에 사는 카자크 유목민이 사는 집 뒤로 동물똥들이 보인다. 원형과 직사각형, 정사각형으로 쌓아놓은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유목민들은 동물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한다. ⓒ 오문수

한 언론사 뉴스에 "몽골서 5000만원에 사온 소똥구리 200마리… 말똥 구해 먹이며 애지중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몽골에서 들여온 200마리의 소똥구리가 겨울잠을 자러 동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곁들여 있었다.

어릴적 시골 농촌에서 소를 몰고 다니며 풀 베던 필자는 소똥구리가 거꾸로 서서 소똥 굴리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그런데 옛날 한국농촌에 흔했던 소똥구리가 사라져 이제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양평곤충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사료에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했고 이를 먹은 소똥구리가 죽었기 때문이다. 하찮아 보이는 소똥구리가 뭐가 그리 중요해 5000만 원이나 들여 수입했을까?

동물 똥으로 뒤덮였던 호주 초원의 해결사 소똥구리

해답은 호주에서 나왔다. 소똥구리는 생태계의 대표적인 분해자다. 가축의 분변을 빠른 시간에 분해해 생태계 물질 순환을 돕고 분변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 소똥구리가 똥을 경단 모양으로 굴리면서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토양에 다양한 영양물질이 전해진다. 토양 속 유기물질 서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유목민들이 한 곳에 모아놓은 동물똥이 보인다. ⓒ 오문수

 
질(質) 좋은 소고기로 유명한 호주에서 처음 소를 키울 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소똥으로 파리와 기생충이 크게 늘었다. 비위생적인 환경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하는 수 없어 아프리카에서 소똥구리를 수입한 후에야 문제가 해결됐다.

몽골 초원에는 6천만 마리의 동물이 풀을 뜯고 있다. 때문에 몽골 초원에서 캠핑할 때 동물 배설물이 없는 곳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동물 배설물이 없는 곳을 찾으려 하지 말고 아예 배설물과 공존하는 게 훨씬 편하다. 동물 배설물과의 공존은 유목민의 방식이기도 하다. 배설물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은 질긴 고기를 소화 시키기 위해 위에서 아주 강한 위산을 분비한다. 장의 길이도 짧다. 일반적으로 장의 길이가 자기 몸 길이의 3배 정도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다 보니 풀만 먹는 초식동물에 비해 똥 냄새가 훨씬 더 고약하다.

반면, 초식동물은 장이 몸길이의 10~12배나 된다. 장이 긴 것은 먹은 음식의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다. 풀은 고기보다 영양분이 적고 고기에 비해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분비되는 위산의 양은 육식동물의 20분의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육식동물의 똥에 비해 냄새도 덜 고약하다.

몽골 초원의 동물 똥을 완전하게 분해하는 곤충들

몽골 유목민들에게는 연료로 쓸 화목이 부족하다. 하여 냄새가 별로 나지 않고 주변에 널려있는 동물똥을 모아 연료로 쓴다. 몽골 서쪽끝 타왕복드로 가던 도중에 본 유목민들이 쌓은 동물 똥무더기는 가히 예술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몽골 초원의 주인인 동물들이 배설한 지 며칠되지 않은 똥속에서 버섯이 피어났다. ⓒ 오문수


일행과 함께 몽골 타미르 강가에 텐트를 친 필자는 아침을 먹은 후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숨을 곳을 찾았다. 1㎞쯤 떨어진 곳에 바위산이 있었다. 유목민들이 방목하는 현장을 지나 바위산이 있는 곳을 지나려는데 다양한 종류의 소똥들이 보였다.

며칠 전 배설한 똥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었고, 바위산이 가까워질수록 분해 정도가 다른 다양한 똥들이 보인다. 햇빛을 받아 딱딱해진 똥 옆에는 분해가 심하게 진행돼 곤충과 날파리들이 우글거리는 것도 있었다. 소똥구리도 있었다. 어떤 것은 거의 완전히 분해가 되어 흙으로 되돌아간 것도 있었다.

바위산 뒤에서 혼자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있는 곳에 예쁜 들국화가 피어 있었다. "아! 여기도 한국 들국화와 똑같은 모양의 꽃이 피는구나!"라고 감탄하며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본다.
  

온갖 곤충들이 달려들어 동물의 똥을 분해하고 있었다. ⓒ 오문수

   

곤충들이 똥을 분해해 자연으로 돌아가기 직전이 된 상태의 똥이다 ⓒ 오문수

 
저멀리 끝없이 펼쳐진 초원 뒤로 아스라이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설산이 보인다. 거북했던 뱃속도 편안해졌다. 하늘을 보니 타르박과 들쥐를 잡아먹기 위해 하늘을 선회하는 독수리와 매들이 맴돌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세상에 이보다 넓고 아름다운 화장실이 있을까?"

이때였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려 할 때마다 찾아오는 방해꾼이 나타났다. 이른바 똥파리다. 쫓아도 짓궂게 따라다니는 녀석들이다. 이들을 피하려면 신속히 일을 보고 흙으로 덮은 다음 일행과 함께 쇠똥을 모아 불피운 곳으로 되돌아와야만 한다. 아예 방충망을 쓰면 한결 낫다.
  

사람 눈을 피해 바위산 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순간 눈앞에 예쁜 들국화 한송이가 피어있었다 ⓒ 오문수

   

생리현상을 해결하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몽골초원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에 넋을 잃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화장실이다. ⓒ 오문수

 
일행은 달려드는 모기와 날파리들을 죽이려들기 보다는 퇴치의 방법을 택했다. 어차피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곤충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 리차드 존스(Richard Jones)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 덩어리의 똥이 땅에 떨어진 후 분해되고 흩어져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기여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기간 똥으로 거름을 만들어 온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버려진 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것은 생태계 밑바닥에서 이뤄지는 순환의 순간이다.
 

몽골 호숫가 초원위에 텐트를 치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난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데도 훼방꾼인 날파리와 모기들이 달려들어 방충망을 쓰고 마셔야 했다 ⓒ 오문수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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