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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피할 수 없는 기본소득, 우리에게 기회 요인"

2020년 예산에도 청년기본소득 1,054억 원 반영... “복지 지출, 정부 역할 확대해야”

등록 2019.11.04 20:00수정 2019.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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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20년도 경기도 본예산 편성안을 발표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기본소득제도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그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의 여론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확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해(1,227억 원)에 이어 내년에도 청년기본소득 예산으로 1,054억 원을 편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복지 예산 증액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반박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성과 방안 등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다.

이 지사는 "'서구 선진국도 못했던 기본소득을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느냐'라고 하지만, 오히려 저는 기회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서구 선진국들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복지 지출 비중이 높지만, 우리는 거기의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부분을 기본소득 형태로 온 국민에게 지급한다면 그 측면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복지 지출 계속 늘려야... 기본소득 도입에 유리한 환경"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을 말한다. (출처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소득과 자산에 따른 심각한 사회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은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도내에 3년 이상 연속 또는 합산 10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소득 등 자격조건과 관계없이 분기별로 25만 원씩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기술, 자본, 교육, 자원들을 늘려가는데 과거에는 역량이 생기면 얼마든지 생산에 투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어 "기술력이 점점 더 발전하고 생산력은 점점 높아지는 데, 총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대중의 삶은 팍팍해진다"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되면 결국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고, 현재 경기 침체나 국내외 경제 위기도 그런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투자할 곳, 소비 여력, 국민 개개인으로 본다며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자본주의 시대의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며 "자원과 기회가 사장되지 않도록, 한쪽에 몰려서 썩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나 예외적인 보편적 복지로는 현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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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1박2일간 화성 YBM연수원에서 도민참여단 165명이 참석한 가운데 ‘복지정책의 미래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2019 경기도 도정정책 공론화조사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결국 기술 융합을 통해서 생겨난 과다한 이윤을 특정인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환수해서 모두가 나눠 쓰는 것이 모두가 행복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온 국민이 공평하게 우리가 가진 능력과 자원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골고루 나눠 가져야 지금 의존하고 있는 시장경제 질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런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정말 중요한 시스템이고, 이걸 피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다만 '그게 언제냐'인데, 경제가 어렵다 보니 새로운 정책과 제도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많아서 그 시점이 제가 예상하는 것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우리나라 복지 지출이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서구 선진국, 소위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평균 부담률이 서구 선진국보다 매우 낮아서 복지 지출뿐만 아니라 정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 지출 비율은 11.1%였다. 지난해 공공사회 복지 지출 비율을 OECD에 제출한 회원국 29개 국가 중 꼴찌다. 이들 국가의 공공사회 복지 지출 규모는 평균 국내총생산의 20.1%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18.8%로 OECD 평균 24.9%보다 6%포인트 가까이 낮다.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 비용 등을 더한 국민부담률 역시 국내총생산 대비 25.4% 수준으로 OECD 평균(34.2%)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재명 지사는 "우리는 복지 지출을 계속 늘려가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소득 형태로 확대해 나가면 서구 선진국보다 (기본소득제 도입이)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소수의 특수한 대기업에 대한 누진 증세를 해야 한다"며 "또한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불로소득이 높으니까, 국토보유세를 부과해서 온 국민이 나눠 가지면 전체 국민의 95%는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게 더 많아서 조세 저항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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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수원역 11번 출구 앞 팝업무대에서 열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락(樂) 페스티벌에서 개그맨 출신 MC 노정렬씨, 김제영 청년기본소득 청춘크리에이터 대표 등과 함께 ‘청년 Q&A(“청년이 묻고, 지사가 답하다”)’를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와 관련 경기도가 최초로 진행한 '기본소득제 도입 공론화조사' 결과, `기본소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5.8%로 나타났다. 또한 기본소득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75.1%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보기 : "기본소득 도입 필요 75.8%, 세금 더 내겠다 75.1%"]

"`농민' 아닌 '농가'기본소득은 남녀 성평등 문제 등 야기"

반면 이재명 지사는 청년기본소득과 달리 농민기본소득 도입의 어려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현재 농민기본소득으로 불리는 농민수당은 '농민' 수당이 아니라 '농가' 수당, 즉 '가구당 얼마' 이렇게 지원하는 것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이라 하기 어렵다"며 "농민 개개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책적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농가기본소득으로 하게 되면 농가의 세대주를 지원하는 꼴인데 주로 세대주는 남성"이라며 "남녀 성평등 문제도 있고 해서 정책적 고민이 많아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다. 그래서 내년 예산에는 편성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청년기본소득 #기본소득제도입 #기본소득재원 #농민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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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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