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운동의 관점에서 본 한일 관계

신일본여성회 국제부부장 히라노 에미코 인터뷰

검토 완료

국제전략센터(iscenter)등록 2019.11.05 14:15
 2018년 10월과 11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점기 하에서 강제 징용된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6월, 한국 대법원은 또 다른 강제 징용 피해자 그룹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은 7월부터 한국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세 가지 화학품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8월 22일 문재인 정권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종료를 발표했다. 국제전략센터 해외통신원 메르시-리아리나스 앙헬레스가 이 상황에 대해서 신일본여성회(Shinfujin, 신부인)의 히라노 에미코의 의견을 듣기위해 2019년 8월 26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라노 에미코는 신일본여성회 국제부부장이다. 1962년 창립한 신일본여성회는 일본의 최대 회원기반 여성 단체로 현재 13만명의 회원이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평화롭고, 핵무기가 없고 성평등하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신일본여성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자문단체이기도 하다.
 

2019년 5월 29일, 히라노 에미코(신일본여성회)가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빨간색 현수막에는 "아베 정권의 헌법 9조 개헌 반대", 흰색 현수막에는 "여성의 인권 침해 반대.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쓰여져 있다. ⓒ 신일본여성회

- 아베정권은 강경한 반북 입장으로 정치적 지지 기반을 만들어왔고, 현재는 북한을 빌미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 군사화를 위한 평화 헌법 9조 개정하려 한다. 아베가 이러한 정책을 펴는 이유와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여론 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들이 아베 정권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아베 정권이 대변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자행한 조선 식민지배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이 부족한 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다. 특히 아베가 2006년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한 이후, 학생들은 일본의 근현대사를 배우지 못했다. 정부의 교과서 검정이 강화되었고, 일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베가 이끄는 정부와 극우주의자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게 되었고, 심지어는 더욱 폭력적이 되었다. 또한, 아베가 주요 언론사 사장들과 정기적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아베가 주류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일반 대중이 혐한 정서를 갖게 되었다. 이것이 다수가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에 찬성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론 조사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이거나 군사적 대응이 아닌, 비폭력적이고 절제하는 방식으로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아베는 일본회의의 수장자이고, 아베 내각의 80%가 일본회의의 멤버이다. 일본회의는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는 역사 수정과 군사화를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일제 시대의 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극우주의 단체로 분류된다. 일본 국민은 일본회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회의의 권력 기반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성평등의 진전을 아베와 일본회의가 어떻게 저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일본여성회의 입장으로 대신하겠다. 신부인에 따르면, 아베와 일본회의가 일본 내 성평등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이다. 일본은 2018년 세계성격차 지수에서 개도국들보다 낮은,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110위를 차지했다. 신부인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경제계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떠한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불안정성이 높은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한편, 사회보장 제도를 불리하게 개편해 빈곤을 심화시키고 빈부격차를 확대했다. 아베는 "여성의 힘을 활용하는 것"과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아베 내각도 여성의 적극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들은 "경제성장 전략"을 위해 여성이라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만을 목표로 할 뿐, 정규직 확대와 모든 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처우 등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조치는 법안에서 빠져 있다. 2019년 3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여성지위위원회의에 신일본여성회가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일본 여성 노동자의 60%는 비정규직이며, 남성 임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2018년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의 1년 연봉은 2백만엔(약 2,400만원) 미만이고, 2016년 통계에 따르면 20세에서 64세 사이의 여성노동자 3분의 1이 빈곤 속에 생활하고 있다. 싱글맘의 빈곤율은 50% 이상이다. 저임금은 낮은 연금수령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빈곤은 오늘날 일본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문제이다.

두 번째 요인은 아베 정부가 일본 내 여성주의에 대한 백래시를 주도하는 극우주의자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회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 인권과 과학에 근거한 성교육을 추진하며 결혼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하는 등의 민법 상 차별 조항을 개정하려는 노력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고, 아베는 이러한 공격에서 핵심적인 인물이다. 일본회의는 일본이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사람들이 모여 1997년이 만든 것으로, 전쟁 전의 가부장제를 부활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성평등에 강한 적대감을 갖는 백래시 그룹으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악(CEDAW)과 성평등 사회 기본법조차 반대하며  헌법 제9조를 필사적으로 개정하려 한다. 아베 내각을 구성하는 20명 중 19명이 이 일본회의와 기타 우파 그룹에 속해 있다. 아소 다로 재무상을 비롯한 내각 구성원과 자민당 의원들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았고, 정부도 성희롱을 금지하고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의지가 없다. 그들은 CEDAW나 기타 인권 조약기구의 권고사항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2019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124석 중 72석을 차지 했다. 다수석은 확보했으나 개헌 가능선인 전체 의석 중 3분의 2는 달성하지 못했다. 아베의 주요 정책은 2020년까지 평화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개헌을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가? 이것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있다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아베의 연합이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여성, 시민, 야당 간의 연합이 거둔 주요한 승리이다. 이 선거 연합은 2015년에 아베가 전쟁법안(보안법)을 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13개 공동의제에 합의하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이 연합에서 총 32개 1인 선거구에 후보를 냈고, 이 중 10명이 당선되었다.

또한, 아베는 국민들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유권자가 자민당에 던진 총 투표수는 2016년 선거때보다 240만표 하락했고, 자민당의 총 득표율은 16.7%로, 2기 아베 정부 사상 최저치였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의석을 합쳐도 지난 선거때보다 6석이 줄어든 71석을 차지했다. 8월 17일자 지지통신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1.3%가 아베의 개헌에 반대했고, 찬성은 32.1%였다. 8월 17일과 18일에 교도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52.2%가 반대, 35.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아베는 개헌이라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고, 이미 다른 여당보다 입장이 유연한 국민민주당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국민민주당 대표는 처음에는 아베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가 야당 연합의 일원으로서 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등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아베는 자신이 고의적으로 조장하고 부추긴 국민들의 "반한" 정서로 자신에 대한 지지가 유지되는 동안 의회를 해산하고,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지금부터  2020년까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아베의 이러한 야망을 막기 위해서는 민중의 힘 또는 시민과 야당의 연합이 중요하다. 이 힘이야말로 그 동안 아베의 개헌 시도를 막아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야당을 조직하고 동원하며 이들을 한데 모아내었고, 이 연합이 굳건하고 살아 있도록 만들어 왔다. 우리가 했던 활동 중 효과적이었던 수단은 바로 "아베의 헌법 제9조 개정 반대" 서명운동이었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 아베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회원은 아베와의 싸움에서 단일 전선을 유지하고 중의원 선거에 대비하도록 야당에 요구하고, 야당을 조직하며 동원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또 다른 큰 과제는 최대한 많은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의원 투표율은 48.8%에 그쳤다. 일본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총리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으며, 주류 언론, 특히 방송국도 그러한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또한, 일본 공직선거법은 말도 안되게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선거운동원은 후보가 없는 곳에서는 후보의 이름을 거론할 수가 없다. 야당과 시민은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정보를 전파하고 투표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중의원 선거에 대한 대비를 더욱 잘 해야 한다

아베 정권을 넘어서, 더 좋은 일본 사회에 대한 비전은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베 정권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연합의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선거 의제를 충족시키는 정부, 즉 핵이 없고,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지속가능성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는 야당 연립정부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제전략센터 웹사이트(www.goisc.org)에 국문과 영문으로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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