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 속 지혜 가늠하게 하는 프리즘

[서평]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검토 완료

임윤수()등록 2019.11.06 11:07
언중유골,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몸속에도 뼈가 있습니다. 몸속에 뼈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뼈를 훤히 들여다보듯 알거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꼭 살점을 헤쳐야만 뼈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방사선이나 자기적 특성을 원리로 하는 의료기기들을 이용하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몸속의 뼈는 물론 골밀도까지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선인들이나 스님들이 남긴 말들을 기록하고 있는 어록 중에는 살 속의 뼈처럼 대단한 뜻과 지혜를 이렇게 저렇게 담고 있는 말들이 아주 많습니다. 언중유골입니다. 말랑말랑한 말장난 같지만 금강석 보다 더 단단한 뜻을 담고 있는 말도 있고, 아무리 새겨도 이해되지 않는 언행 속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깨달음의 키워드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지은이 성윤갑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9년 9월 5일 / 값 20,000원) ⓒ ㈜조계종출판사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지은이 성윤갑, 펴낸곳 ㈜조계종출판사)은 임제스님이 남기신 남긴 말씀을 기록한 어록, 임제스님이 남기신 말 속에 언중유골로 들어있지만 살점에 가려 쉬 보이지 않는 뼈처럼 언뜻 보지 못하는 가르침, 지혜 등을 엑스레이를 조사하면 드러나는 뼈처럼 훤히 새길 수 있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임제록>은 당나라 때의 선승이자 임제종의 개조인 임제 의현(?~866) 스님이 남기신 언행을 기록하고 있는 언행록입니다. 임제 의현 스님은 달마의 전통 법맥을 이은 6조 혜능의 5대손으로 황벽 스님의 소개로 대우 스님 아래서 10년을 수행하지만 대우 스님의 유언에 따라 다시 황벽 스님에게 돌아가 황벽 스님의 법통을 이어받은 스님입니다.
 
두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어도 쉬 새겨지지 않는 게 선사들이 남기 선어입니다. 또렷하게 새기지 못하는 침침한 마음으로 대하면 얼토당토않은 동문서답으로 들리고, 괴팍하기 그지없는 기행으로만 보입니다. 선사들이 남긴 선어를 새기고 기행 속에 장골처럼 담겨 있는 깊고도 큰 뜻을 새기려면 시대적 표현에 맞게 풀어 설명해 주고 덧대어주는 해석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바르게 깨치지 못한 자를 잘못 인가하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그 사람만 죽이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 모두를 죽이는 일이다. 그러므로 가짜 인가를 받고 선을 알고 도를 알았다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말이 청산유수와 같다 하더라도 이는 모두 다 지옥 업을 쌓을 뿐이다. 제대로 깨치지 못했으므로 번뇌망념은 여전한 상태에서 말과 행동으로 다시 업을 짓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136쪽-
 
한자만으로 된 원문은 읽기조차 어렵지만 이렇게 풀어 설명하니 쉽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처럼 친숙합니다. 얼치기 학자들이 지식을 오염시키고, 명예에 눈먼 정치인들이 나라정치를 좀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경계한 말처럼 들립니다.
 
건국대 석좌 교수인 저자가 곱씹어 새기듯 설명하고 있는 임제록을 새기다 보면 객이 객을 간파하고,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알게 됩니다. 방에서 졸고 있는 스님은 주장자를 맞고, 임제 스님의 네 가지 할이 근본에서는 다 같다는 것까지 알고 나면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진리의 드러남임을 여실히 알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지은이 성윤갑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9년 9월 5일 / 값 20,000원)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