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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게 이익인 '수능 확대', 이게 무슨 공정성인가?"

[인터뷰] 청와대-교육부의 ‘수능 확대’에 반대 깃발 든 김승환 교육감협 회장

등록 2019.11.06 15:54수정 2019.11.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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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장. ⓒ 송병전 전북교육청

 
"대입에서 정시-수능(수학능력시험)을 확대할 경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교육 강자다. 이게 어떻게 대입공정성 확보방안이 되는가?"

"교육 공정성에 대한 개념 파악에서부터 문제가..."

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 회장(전북교육감)은 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교육 공정성에 대한 개념 파악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국회 연설 뒤에 '수능 확대' 방안 마련에 나선 교육부를 정면 겨냥한 말이다. 인터뷰는 경북도교육청 1층에 있는 휴게실에서 진행했다.

하루 전 경북 안동지역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69회 교육감협 총회에 참석한 교육감들 가운데 12명은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정시 확대 즉각 중단 촉구!'란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냈다. 김 회장도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교육감 12명 '수능 확대'에 제동... 진보교육감 4명 빠져 http://omn.kr/1liq9)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문제' 등에서 정부 정책에 맞섰던 김 회장. 그는 정부가 바뀐 뒤에도 왜 청와대-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까? 인터뷰 내내 김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내용은 무척 강한 편이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어제 낸 성명서는 '교육감협' 명의가 아니라 12명의 교육감 연명이었다.
"성명서 모양새가 (내가 생각했던) 최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명서에 12분만 서명했다고 해서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교육감이 12명인 것은 아니다."

-그럼 '정시-수능 확대'에 반대하는 교육감은 몇 명이라고 보나?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계산하기엔 '정시 확대' 반대에 대해선 17명이 다 그렇게 생각(동의)한다. 어제 성명서에 서명한 분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진보-보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모두 반대한다."

"정시 확대는 교육감 17명 모두 반대, 진보-보수 문제 아냐"

-그런데 5명의 교육감들은 왜 서명하지 않았는가?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다. 이전에 교육감협 회장 이름으로 반대 입장을 냈는데 의견을 또 낼 필요가 없다는 것부터, 교육감에 따라서는 개별적으로 지역에서 냈는데 자꾸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정부와 교육감협이 현 시점에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게 좋을 것일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어제 성명서 글투가 강했다.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많이 절제한 것이었다."

-왜 '수능 확대'에 반대하는 것인가?
"'정시-수능 확대'를 할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교육 강자다. 고교서열화 체제에서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이 학교들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서울 강남벨트 거주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정시-수능'은 모든 학생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경쟁시킨다. 일반고와 자사고 학생들을 이런 식으로 경쟁시키면 당연히 자사고가 이긴다. 그들이 이기는 게임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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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장. ⓒ 송병전 전북도교육청

  
"학종 비판하는 분들,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 하지만 교육부는 대입공정성 확보방안으로 '수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개념 파악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공정성은 잠재력과 적성에 따라 대학 진입 기회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교육부가 생각하는 공정성은 '깔끔하게 시험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공정성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보다는 수능이 공정하다'는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학종에서 '부모찬스'라고 이야기되는 문제를 보자. 고교생이 논문에 제1저자 올려서 활용하는 것 이것은 벌써 없어진 지가 오래다. 정시 확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제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옛날이야기다. 전제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 그러니 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 문 대통령도 '정시-수능 확대'를 얘기했는데...
"대통령 시각을 오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교육 사안에 따라 대통령께 정확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누가 과연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건지 정말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나?
"대통령 되기 전에는 만났는데 되고 나서는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도 교육감협과 협의라도 하고 어떤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 발표를 강행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가교육회의에서 만든 것이 2022 대입방안이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발표하면 이것은 대입제도 예고제 훼손이다. 교육감협은 대입 예고제를 지키라고 촉구할 것이다. 정시 확대는 국민과의 약속도 저버리는 것이다."

-교육부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폐지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보나?
"잘 한 것이다. 하지만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에 폐지하겠다는 건데. 그땐 정권 주체세력이 바뀐다. 그때 폐지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시행령을 고치면 되는 문제기 때문에 2025년 이전에도 없앨 수 있다. 왜 늦추는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국제중 폐지는 빼놓고 있는 것 같다.
"서열화 고교를 폐지하는데, 중학교 서열화 문제도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 국제중도 폐지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사실 자사고 등을 폐지하자는 기자회견은 지난주에 잡혔다가 연기됐는데...
"교육부가 수도권 세 지역 교육감과 함께 부총리가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교육부가 교육감협과 그 어떤 의견교환도 없이 고교체제 개편을 발표하면서 교육감들을 옆에 세우는 것은 교육감협을 들러리 세우는 듯한 발상이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인 게 벌써 6년이 흘렀다.
"전교조 법외노조 상태를 방치하는 건 정권의 옹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앞 정권이 전교조를 밀어버리는 과정 자체가 폭력적이었다. 법외노조 통보는 흠이 있는 것이었고 엄청나게 큰 하자였다. 행정법에서는 '무효인 행정처분'이었다. 이런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을 취소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모습은 옹졸한 것이다."

-집권세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정부가 지금 국회 탓과 대법원 탓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정부의 의지 없음'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정부의 핑계가 구차하다."

"정치교육 공격, 교육감이 방패막이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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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장. ⓒ 송병전 전북교육청

 
-요즘 '정치편향교육' 논란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공격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정치를 말해야 한다.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미래의 시민이기 이전에 현재의 시민이다. 공동체의 정치 문제에 대해서 방법론을 가르쳐서 안목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교육목표다. 어느 나라든지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 나온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따른 정치교육에서 교실 속 '논쟁성 재현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관련 기사: 학생들에게 교사 이념 주입? '보이텔스바흐 원칙' 필요하다). 이때 교사가 특정 생각을 강제하거나 세뇌하지는 말아야 한다."

-혁신학교에 관한 공격 보도 가운데 일부는 과장과 왜곡이 있는 듯하다.
"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 언론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겁이 난다는 이유로 정치교육 안 하면 안 된다. 이때 교육감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교육감 3선이다. 임기 이후엔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감 자리는 개인의 자유가 차단된 자리다. 임기가 끝나면 자유인이 될 것이다.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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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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