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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자들 말에 휘둘린 정부, '찔끔' 규제로 생색

[해설] 분양가상한제 서울 27개동만 지정... 시행도 6개월 뒤에야

등록 2019.11.06 14:05수정 2019.11.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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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켜진 부동산시장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등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정부가 집값 잡을 생각이 없다니까요."(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

말 그대로 '찔끔'거렸다. 정부가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지정했지만, 서울 극소수 지역만 지정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하면 집값 급등"이라는 부동산업자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정부는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발표했다. 전국 모든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했던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서울 극소수 지역만 대상지로 지정했다.

서울 467개 동 가운데 27개동으로 적용대상 축소 발표
 

서울 시내 467개 법정동 가운데 상한제 대상 지역은 27개동, 비율로 치면 5.8%에 불과하다. 영리한 '핀셋 규제'라기보다는 소심한 '찔끔 규제'다.

최근 집값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은 모든 자치구가 상한제 지정을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매매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상승했거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1 초과하는 등의 정량 요건도 충족돼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대상 지역을 27동으로 대폭 줄여버렸다. 지난 10월 1일 분양가상한제 보완 방안에서 '동'별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핀셋 규제'를 예고했다. 그렇지만 이번에 지정된 27개 동은 지나치게 규모가 작고,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국장은 "정부가 상한제 지역을 축소 지정한 것은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동별 지정을 하면서, 어느 지역은 이윤을 막 가져가고, 어느 지역은 막는다고 하면서 부동산업자들이 형평성을 제기하고 나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찔끔 지정, 결국 부동산업자들은 버티기 들어갈 것"

그는 이어 "이렇게 찔끔 지정을 하면, 해당 지역 사업장들은 언젠가는 해제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상 지역이 지정됐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당장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상한제 보완 방안을 통해, 2020년 4월 이전에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대해선 상한제 적용을 면제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 발표는 사실상 '예고' 수준이다.

이번 지정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속도전을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내년 4월까지는 상한제 대상 지역에서도 고분양가 아파트가 쏟아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고분양가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집값 불안 양상이 지속되면 부동산업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분양가상한제 탓"을 하면서 몰아붙일 것도 뻔한 그림이다.

김 국장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은 유예 기간 동안 속도전을 하면서 다 빠져 나갈 것"이라며 "정부가 상한제 효과로 집값이 뛴다는 근거도 없는 이상한 언론 보도에 휘둘리면서, 분양가상한제라는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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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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