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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람을 당선시켜라'... 엄청난 돈이 오가다

[판결문으로 본 박근혜 국정농단 17] 박근혜와 청와대의 2016 총선과 새누리당 경선 개입사건의 전모

등록 2019.11.09 10:47수정 2019.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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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시작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촛불시민혁명 3주년입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들을 다룹니다. 각 사건의 핵심내용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범죄 또는 부패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권력부패를 기억하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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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위해 현기환 정무수석, 이병기 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행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지지도를 조사해서는 안 되고, 당내 경선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 만약 그런 일을 한다면 공무원의 지위를 위한 선거운동 기획과 당내 경선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으로 처벌된다.

그러나 박근혜와 대통령 비서실 공무원들은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8개월 앞둔 2015년 8월경부터 2016년 3월까지 공직선거법을 무시하고 선거에 개입한다. 그들이 노린 것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친박계'의 대거 당선이었다. 집권 정당인 새누리당 내부의 당내 경선에서부터 '친박계'가 '비박계'를 누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박근혜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 '친박계' 인사들의 경쟁력을 조사하고 유리한 출마 지역 파악을 위해 100여 회 이상 선거여론조사 실시 ▲ 이를 바탕으로 '친박 리스트' 작성과 '친박계' 인물 발굴 ▲ 당내 경선 통과를 위한 '친박계' 인물 출마 지역 변경 ▲ '비박계' 인물 단수 공천 저지를 위한 '친박계' 인물 경선 참여 재촉 ▲ '비박계 배제'에 부응할 공천관리위원장 지명 및 위원회 구성 ▲ '친박계'에 유리한 공천규칙 마련 ▲ '친박계'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 제시와 선거 연설문 제공 등 사실상 선거캠프처럼 움직였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선거여론조사 업체와 맺은 용역계약서를 '저출산 고령화 사회 정책 수요조사' 등을 실시하는 것으로 꾸미기도 했다. 그리고 청와대 예산으로는 100여 회 넘는 여론조사 비용을 댈 수 없게 되자 국가정보원 자금을 끌어다 쓴다.

친박계 선거캠프 지휘부였던 박근혜와 청와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새누리당 경선 개입을 계속 보고받으면서 친박계 인물 공천을 독려한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도 내정하여 당내 친박계 의원들에게 정무수석을 통해 통보하기도 했다.

경선 개입 실무 총괄은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2015.7~2016.6) 몫이었다. 현기환 지시 하에 실무를 담당한 이들은 정무비서관실 신동철 정무비서관을 비롯한 행정관들이다. 신동철은 이 일을 맡기 전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었는데, 국민소통비서관으로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지시하에 현기환과 함께 보수우파 단체 자금지원 사건도 벌인 바 있었다(연재 글 5와 6 참고).

새누리당 쪽 등장인물로는 당시 친박계 좌장이었던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다. 두 의원은 현기환 정무수석과 빈번히 만나면서 친박계 공천 작전을 추진했다.

한편 이들의 경선 개입의 수혜자 또는 이들이 공천시키려고 한 친박계 인물 중에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이름이 확인된 이들은 다음과 같다. 곽상도, 정종섭, 곽대훈, 양명모, 이인선, 조윤선, 하춘수, 윤두현, 이재만이다. 실제 경선을 통과해 공천을 받은 곽상도는 대구 중남구, 정종섭은 대구 동구갑, 곽대훈은 대구 달서갑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반면 양명모와 이인선은 당내 경선을 통과해 공천되었으나 본선에서는 야당 후보나 비박계 출신의 무소속 후보에게 져 낙선한다. 조윤선, 하춘수, 윤두현은 당내 경선에서 이기지 못해 공천을 받지 못한다. 이재만은 김무성 대표가 당대표 직인을 가지고 서울을 떠나는 바람에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시기를 놓친다.

청와대, 친박계 위한 선거여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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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6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2015년 8월경,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 기획안을 만든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은 기획안에 '후보 인지 호감도 수준 측정', '(새누리당 당내) 경선 대비 경선 룰에 입각한 경쟁력 측정' 등을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추진한다고 쓴다. 그리고 이렇게도 쓴다.
 
"친박계 인물들이 국회의원으로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친박계 인물들을 발굴하는 등 경선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이 여론조사 기획안대로 2015년 11월부터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실무는 청와대 정무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가 운영하는 업체에 맡긴다. 2015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이 업체에 맡겨진 여론조사의 규모는 10여억 원 정도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초기에 전체적으로 총선 판세를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12월부터는 친박계를 위한 여론조사가 분명해진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 지역구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후보 예정자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가 대규모로 확대된다.

정무수석실은 대구·경북이나 서울 일부 지역 등 새누리당 후보 당선이 유력한 선거구에는 5~6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반복 실시한다. 이런 곳에서만 총 40여 회 정도 여론조사를 벌인다.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지역구 80곳에서는 1회씩 실시하고 그친다.

청와대가 이렇게 여론조사를 한 이유는 친박계 인물과 비박계 인물 간의 비교 우위를 세밀하게 따지기 위해서였다. 특정 친박계 인물의 지지율이 어느 지역구의 특정 비박계 인물보다 낮으면, 지역구를 변경해 다른 곳에서의 지지율은 얼마인지를 파악한다. 그러다 보니 한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를 이곳저곳에서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비박계가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구는 여론조사 집중 지역이었다. 청와대가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비박계 국회의원인 유승민, 권은희, 류성걸, 김상훈의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를 최소 3차례 이상 실시한다.

이렇게 친박계와 비박계 인물 간의 경쟁력 비교 여론조사를 실시한 대표적인 지역은 이렇다. 대구의 10개 선거구, 경기도의 8개 선거구, 서울의 7개 선거구, 울산의 4개 선거구, 인천의 2개 선거구, 충북과 청주의 각 1개 선거구이다.

정무수석실은 2016년 3월 중순 새누리당 당내 경선이 끝난 뒤에도 여론조사를 이어간다. 이때부터는 지역구 6~7개 묶음으로 약 3회에 걸쳐 총선 판세 분석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청와대는 이런 여론조사를 통해 친박계 후보자와 다른 후보자 간 접전 지역의 여론 추이를 파악하고, 새누리당 역량을 집중해 선거운동 지원이 더 필요한 지역구를 선정한다.

이 일들은 현기환 정무수석이 신동철 정무비서관에게 지시하면, 신동철이 정무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을 데리고 실행했다.

청와대, 최경환 등과 여론조사 공유하며 친박 리스트 작성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여론조사를 마치고 나면 결과분석 보고서를 만든다. 이 보고서들은 박근혜에게 '친전' 형식으로 전달한다. 보고자료를 받은 박근혜는 이러저러한 반응을 현기환 수석에게 보인다. 예를 들어 대구 동구을 지역에 유승민은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거나, 자신이 과거 출마했던 대구 달성군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이다.

정무수석실은 경선개입 여론조사 결과를 박근혜 지시사항과 함께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의원들에게도 전달한다. 현기환은 친박계 핵심 정치인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친박계 당선 전략을 만들었다. 그가 만난 이는 당시 친박계 핵심이었던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었다.

세 사람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각 지역구별로 친박 후보로 내세울 사람의 지지도와 적정성에 대해 상호 검증하고, 새로운 친박계 인물을 추천한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내부의 경선과 공천 전략을 협의한다.

현기환은 이들과 협의를 마치면 그때그때 신동철 비서관에게 다시 업무를 지시한다.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친박 인물 현황을 지역구별로 정리해 '친박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한다. 이 리스트는 약 80명 정도의 친박계 인물을 현역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여 사람 이름과 지역구를 기재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정무수석실은 이렇게 만들어진 '친박 리스트'를 바탕으로 다시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를 2016년 3월까지 반복하면서 리스트를 계속 수정 보완한다.  2016년 2월 무렵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전체 지역구별 친박 후보자 및 지지도 현황과 당선 가능성을 담은 '현황표'를 만든다. 현기환은 '친박 리스트'와 '현황표' 역시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물론 이 자료들을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공유한다.

청와대, 친박계 후보 경선 전략 제시

청와대의 새누리당 경선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친박계의 경선 전략까지도 기획해 제공한다.

2015년 12월경, 현기환 수석은 신동철 비서관과 행정관들에게 대구·경북권, 수도권 등 광역지구별로 새누리당 경선 및 선거전략 수립을 지시한다. 그래서 신동철과 행정관들은 '광역 지구별 경선·선거운동 전략' 문건을 만든다. 친박계 다수 당선을 목적으로 새누리당에서 청와대로 파견나와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던 선거 경험 많은 당직자들이 정무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과 함께 이 전략 문건을 만든다.

정무수석실은 전략 문건에 수도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등 광역 지구로 나누어 각 지구별 경선 및 선거전략을 담았다. 예를 들어 이런 전략을 제시한다.
 
"상징성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대통령의 복심을 반영하여 각 지역에 메시지를 던진다거나, 최경환 의원 등과 같은 지역구에 영향력이 크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진 의원이 개소식에 참여하여 지지를 호소한다."

또 친박계 후보들이 경선 운동 현장에서 강조할 핵심 단어로 '창조경제, 4대 개혁' 등을 준비해 지지를 호소한다는 등의 선거운동 방법도 제시한다. 지역구별로 누구를 핵심적인 인물, 즉 키맨으로 내세울 것인지도 제시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강북은 ○○○, 강남은 조윤선을 중심으로 하면 여권이 부각될 수 있다."

현기환 수석은 신동철 비서관으로 하여금 이 문건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현기환은 이 선거운동 전략 문건을 광역지구별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청와대, 친박계 후보에 유리한 공천규칙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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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새누리당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이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무성 죽여버려"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2016년 1월 말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규칙을 마련할 단계가 되었다. 그런데 당시 친박계와 갈등을 빚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0% 국민공천제 도입을 주장한다. 정무수석실은 김무성 주장대로 하면 비박계 세력들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청와대로서는 김무성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현기환 수석이 신동철 비서관에게 친박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새누리당 공천규칙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대로 신동철과 정무비서관실 행정관 5~6명이 모여 '새누리당 공천룰'에 관련된 최소 4개의 자료를 만들고 이를 현기환에게 제출한다. 물론 이 자료들은 박근혜에게도 보고된다.

정무수석실은 박근혜에게 보고한 첫 자료에서 비박계가 주장하는 100% 국민참여경선제를 비난하고, 국민참여 경선을 일부분만 받아들이되 이것 역시 전화 여론조사 방식으로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서술한다.
 
'(비박계가 주장하는) 국민참여경선을 하게 되면 현역 비박계 의원들이 현재의 지위를 계속하여 유지하게 되고, 재선에 성공한 현역 의원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호의적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당내 세력이 필요한데 국민참여경선을 하게 되면 비박계 세력이 유지되거나 확대되어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 있다.'

이어 정무수석실은 두 번째 자료에서 전화 여론조사의 구체적 방식을 제시한다. 친박계에 대한 지지도 높은 중년 또는 노년층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아닌 일반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자고 제시한다.

세 번째 자료에서는 새누리당 경선구도에 관한 내용을 제시한다. '경선에 참여한 후보가 2명일 경우에는 현역 의원이 불리하고, 3명 이상일 경우에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현역 의원이 친박계인 지역구의 경우에는 다자 경선구도(친박계 현역 의원과 비박계 후보 2명 이상이 경쟁하는 방식)를, 현역 의원이 비박계인 지역구의 경우에는 양자 경선구도(비박계 현역 의원과 친박계 후보 1명이 경쟁하는 방식)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끝으로 네 번째 자료에서는 경선을 거치지 않는 단수 공천에 관한 내용을 제시한다. 여성, 청년, 장애인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명분으로 특정 지역구에서 친박계 여성 후보나 청년 후보 등을 단독으로 공천하고, 일부 비박계 현역 의원을 타깃으로 하여 의정활동이 불량하다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컷오프'시켜 공천대상에서 탈락시킨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박근혜, 친박계 위한 공천관리위원장에 이한구 지명

이어서 청와대는 공천관리위원장 지명을 비롯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개입한다. 경선을 비롯한 공천규칙을 확정하는 곳은 공천관리위원회이므로 이 위원회를 장악해야 청와대가 준비한 친박계를 위한 공천규칙이 채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현기환 수석에게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 의원이 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현기환이 2016년 1월경 최경환과 윤상현을 만나 박근혜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이한구에게는 자신이 직접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최경환이 '굉장히 고집이 세신 분이다'라고 말하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지시였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는 없으며, 친박계와 갈등관계에 있던 김무성 대표와도 상의를 마쳤다고 현기환이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한구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2월 4일 확정된다.

청와대는 위원 구성에도 개입한다. 현기환 수석이 신동철 비서관에게 지시하고, 신동철이 다시 행정관들에게 전체적 방향을 알려준 뒤 구체적인 위원 구성안을 마련한다. 신동철은 현기환이나 최경환, 윤상현과 만나 누구를 위원으로 할 것인지 추천도 받는다.

현기환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마련된 위원 명단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달한다. 실제 최종적으로 발표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11명 명단에는 정무수석실에서 추천한 친박계 인물 8명이 포함된다. 공천관리위원회를 좌지우지하기에 충분한 인원이었다. 정무수석실은 이를 보고 만족스러워한다.

청와대, 비박계 맞서기 위해 친박계 출마 종용과 지역 변경

2016년 2월, 정무수석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자 명단 확정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현기환 수석은 박근혜 지시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보완·수정해 온 '친박 리스트', '광역지구별 경선·선거운동 전략' 문건과 '공천룰 관련 자료' 등을 이한구 위원장에게 전달한다. 그는 공천이 확정되는 3월까지 수시로 이한구와 은밀하게 접촉했다.

그와 동시에 현기환 등은 친박계 인물 중 일부에게는 출마 지역을 변경하라고 종용하고 출마 의사가 없는 이들에게는 출마를 종용한다. 비박계 인물을 밀쳐내려면 친박계 인물을 억지로라도 나서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박계 배제를 위해 출마를 종용하거나 적극 추천한 친박계 인물 중에 대표적인 이들은 다음과 같다.

청와대는 비박계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을 배제하기 위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쟁후보로 내세운다. 애초에 곽상도는 대구 달성군에 출마할 생각이었으나 청와대는 다른 곳에 출마하도록 설득한다. 청와대는 곽상도가 대구 중·남구에 출마할 때의 지지율(2015.12.24. 양자 대결 기준, 곽상도 25.8%, 김희국 38.6%)과 또 다른 비박계인 권은희 의원의 대구 북구갑에 출마할 때의 지지율(2015.12.27. 양자 대결 기준, 곽상도 26.5%, 권은희 46.5%)을 조사한다.

그래서 청와대는 두 지역 중에 곽상도가 비교우위에 있는 대구 중·남구에 출마토록 설득한다. 곽상도를 설득하는 실무적 역할은 신동철 정무비서관 몫이었다. 결국 곽상도는 청와대의 제안대로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다.

청와대는 비박계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과 맞서도록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에게, 또 서상기 의원(대구 북구을)에 맞서도록 양명모 전 대구약사회 회장에게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하게 한다. 하춘수와 양명모는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추천한 새로운 친박계 인물이다.

또 청와대는 비박계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을 배제하기 위해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박계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을 배제하기 위해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박계 대표주자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을 배제하기 위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출마하게 한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을 배제하기 위해 이인선 전 경상북도지사를,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을 배제하기 위해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을 출마하게 한다. 곽대훈은 현기환 수석이 발굴한 인물이다. 서울에서도 비박계 김희선 의원(서초갑)을 배제하기 위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경선에 출마하게 한다.

청와대는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친박계 인물이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는 걸 걱정한다. 특히 친박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비박계 유승민 의원과 경선 진행 중에 유세를 잘 하지 못하고 지지도가 오르지 않자, 청와대는 조바심이 났다.

그러자 박근혜는 현기환 수석에게 전화하여 이재만 후보의 연설을 지적하고, 이재만이 사용할 A4 용지 3~5장 분량의 연설문을 친전용 봉투에 담아 현기환에게 보낸다. 대통령의 질타를 들은 현기환은 이재만에게 전화하여 연설문을 보내줄 테니까 그것을 중심으로 연설하라면서 연설문을 보내준다.

이런 청와대의 친박계 경선개입과 공천 작전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곽상도, 정종섭, 양명모, 이인선, 곽대훈은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다. 양명모와 이인선은 총선에서 낙선하였고 곽상도, 정종섭, 곽대훈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친박계 인물인 하춘수, 윤두현, 조윤선은 경선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비박계 유승민을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하자 유승민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친박계 이재만이 경선 없이 단수 후보로 결정된다. 하지만 이재만은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 직인을 가지고 부산으로 잠적하는 바람에 공천장을 받지 못해고 결국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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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정한 보수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집단탈당 및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청와대, 부족해진 경선여론 조사비용 10억 원 국정원에 요청

청와대의 새누리당 경선 개입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국정원 자금이었다. 이 같은 여론조사는 청와대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국정 현안 등 정책 관련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청와대 예산도 이 여론조사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무수석실은 친박계 후보자에 대한 선거여론 조사임에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 정책 수요조사' 또는 '4대 개혁과 갈등관리 방안' 등 정책현안에 관한 여론조사인 것처럼 여론조사 용역계약서와 세금계산서를 꾸민다. 그래서 합법적인 여론조사에 청와대 예산을 사용한 것처럼 위장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예산만으로는 부족해졌다.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를 대규모로 확대 실시하는 등 여론조사 실시 횟수가 많아지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2016년 3월경,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국가정보원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현기환이 이를 승낙하자, 3월 8일 신동철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만난다.

그는 이헌수에게 10억 4천만 원이 기재된 여론조사비용 산출내역을 보여준다. 여론조사의 일시와 횟수, 비용 등이 적힌 문서였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서 선거에 내보내야 하고, 현재 총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사람들 중에 선거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비용을 국정원에서 지원해달라."

이헌수는 액수가 커서 자기 혼자 결정할 수 없고 국정원장과 이야기해보겠다고 답한다. 이헌수는 이병호 국정원장을 찾아가 신동철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비용 산정표가 담긴 A4 용지를 보여주며 지원 요청 금액이 1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이병호가 이렇게 답한다.
 
"10억 원은 너무 크니 반만 지원하라."

이즈음 이병호는 국정원 예산에서 매달 1억 원씩을 박근혜에게 상납하던 중이었다(연재글 1 참고). 국정원장 승낙을 받은 이헌수 기조실장이 신동철 비서관에게 전화한다. 5억 원만 지원하겠는데, 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국정원, 청와대 독촉받은 뒤 선거여론 조사비용 5억 원 제공

그런데 총선이 끝난 4월 말까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돈을 보내지 않고 시간만 보낸다. 이헌수 실장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4월에 신동철이 정무비서관에서 물러나는데,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다시 오지 않으면 약속했던 5억 원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총선 후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있었고 선거여론 조사를 주도했던 현기환 수석도 2016년 6월에 물러난다. 6월 9일에 후임자로 김재원 수석이 임명된다. 그런데 8월경에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미납대금을 달라고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을 독촉한다. 그래서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이 정무비서관에서 물러난 신동철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본다. 그러자 신동철이 이렇게 말한다.
 
"어, 아직 돈 안 줬나? 그거 국정원에서 줄 거야. 그런데 수석이 통화를 한 번 해야 될 거야. 수석에게 보고를 해라. 그냥 그렇게만 말씀드려라."

8월 22일, 신동철이 이헌수 실장에게 먼저 연락해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5억 원을 정산해달라."

이헌수는 신동철의 연락을 받은 바로 그날, '해외정보협력 활동' 명목으로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에서 1억 원을 현금으로 불출한다. 이헌수는 이 1억 원을 이미 5월 27일에 '대외기관조정 활동' 명목으로 마련해 둔 3억 원, 7월 12일에 '정보협력 활동' 명목으로 마련해 둔 1억 원과 합쳐서 자신의 집무실 금고에 넣어둔다. 신동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김재원 수석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총선 당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정무수석실 예산 범위를 넘어서 조사를 하게 되어 8억 원가량 미납된 대금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신동철 비서관과 현기환 수석이 그만두게 되었다. 오늘 신 비서관과 통화를 해보니 국정원에서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석님께서 직접 통화를 하셔야 된다고 한다."

이렇게 보고를 받은 김재원이 8월 23일에 국정원 이헌수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신 비서관이 이야기했던 것이 준비되었으면 해달라."

이헌수는 하루 전날 신동철에게 연락을 받은 바 있는데, 김재원으로부터 또 자금제공요청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이헌수가 이를 이병호 원장에게 보고한다. 그러자 이병호는 약속대로 자금 집행을 지시한다.

이에 따라 이헌수는 현금 5억 원을 자금 출처가 드러나지 않도록 은행 등 표시가 없는 띠지와 고무줄로 묶어 5천만 원 다발 10개로 만들어 가방에 담는다. 그런 뒤 8월 26일 김재원 지시를 받고 사전에 약속한 장소인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북악스카이웨이 올라가는 길에 있는 인적 드문 주차장에서 정무수석실 선임 행정관을 만난다.

이헌수와 함께 온 국정원 직원이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탄 채 기다리고 있던 청와대 선임 행정관에게 돈가방을 전달한다. 그 선임 행정관은 근처에 와 있던 여론조사 업체 대표에게 그 돈가방을 곧바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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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이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

박근혜는 이 범행으로만 기소된 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처벌받았다. 박근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되었다.

현기환 정무수석도 1심과 2심에서 친박 세력 확대를 위한 선거운동 기획 등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국정원에 여론조사비용을 요구하고 받은 점 등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 등 손실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았다.

다만 김재원 수석은 국정원으로부터 여론조사비용을 달라고 한 점에 대해 기소되었으나 법원에서는 무죄(뇌물 및 국고 등 손실죄)를 선고받았다. 청와대 쪽 요구나 국정원 쪽 자금준비는 김재원이 국정원 쪽에 연락하기 이전에 이미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요청대로 국정원 예산을 선거운동에 필요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지원한 이병호 국정원장과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도 재판에서 처벌받았다. 이병호 원장은 국고 등 손실죄와 함께 국정원의 정치개입 금지 의무를 위반하여 국가정보원법 위반죄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 실장의 경우에도 국고 등 손실죄(공범)로 처벌받았다.

이 범행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사건의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에 대한 1심은 서울중앙지법 2018고합119 사건, 2심은 서울고법 2018노2151 사건이다. 현기환과 김재원에 대한 1심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114, 2018고합116(병합), 391(병합) 사건이고, 2심은 서울고법 2018노2856 사건이고, 상고심은 진행 중이다. 이병호와 이헌수에 대한 1심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 1233, 2018고합118(병합) 사건이고 2심은 서울고법 2018노1729 사건이고, 상고심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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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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