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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인자 아비... 날 수사하라" 세월호 아빠의 검찰 앞 시위

[인터뷰] 80일 간 피켓 든 고 문지성양 아버지 "특별수사단, 우리도 검찰도 언론도 마지막 기회"

등록 2019.11.07 14:05수정 2019.11.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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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문종택씨가 6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 설치를 요구하며 지난 8월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문씨는 이날 특별수사단 사무실이 꾸려지기로 한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 소중한

 
"저희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검찰도, 언론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문지성(단원고)양의 아버지 문종택씨는 뜨거운 여름이었던 지난 8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세월호를 수사하라, 특별수사단 설치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주말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대검찰청 앞을 지켰다. 그의 1인 시위는 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한 지난 6일까지 계속됐다.

문씨의 이날 마지막 시위는 대검찰청 대신 바로 건너편 특별수사단 사무실이 꾸려질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6시 시위 현장에서 만난 문씨는 "더 이상 검찰 앞에 돗자리 깔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라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딱 1분 정도 잘했단 생각 들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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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앞서 대검찰청은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의뢰 사건 등의 수사를 위해 임관혁 안산지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사고 이후 미진했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유족의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특히 최근 참사 당일 응급헬기가 구조 대신 해경청장의 이동에 사용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상황이었다. (관련기사 : 세월호 구조학생은 배로 옮기고, 헬기는 청장이...)

1인 시위 시작 후 80일째 되던 날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문씨는 "딱 1분 정도 '시위 시작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갑자기 고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정말 지위고하 막론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걱정이 들었다"라며 "세월호 참사 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 좋은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입 떼기가 조심스럽지만, 국민과 언론이 검찰에 딱 붙어서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특별수사단이 꾸려져 어쨌든 희망이 보이지만, 검찰이 잘못해 미궁으로 빠져버리면 이제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 검찰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돼야 하지 않겠나. 이번 특별수사단을 계기로 검찰도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날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2014년 4월 16일 모든 언론이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내지 않았나. 304명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와 다짐의 마음으로 이번에 잘 좀 해줬으면 한다."

문씨는 "특별수사단은 출발할 때 명확히 방향을 정한 채 수사를 끌고 가야 한다"라며 "한 번 삐거덕거리면 다가오는 선거철에 정치적 논란에 빠져버릴 거고, 한 번 또 삐거덕거리면 그저 권력기관의 힘자랑에 그치고 말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수사단이 성과를 낸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을 넘어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 밖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곳과 연결돼 있다.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해경 등은 당연하다. 당시 군이 작전을 진행했고 '기무사 문건'도 생산했으니 국방부도 연결돼 있다. 아이들 교육 문제니 교육부도 연결돼 있을 거고, 이 사건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졌으니 문화체육관광부도 연결돼 있다. 경찰, 검찰,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304명이 수장된, 어떻게 보면 국가적 망신 아니었다. 이번에 정말 대한민국의 역량을 모아 특정 조직의 성과가 아닌 국민의 성과, 대한민국의 성과를 만들어냈으면 한다."

"결국 희생자들이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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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 설치를 요구하며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문종택(세월호 참사 유족)씨가 80일 동안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문씨는 딸의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 문지성 페이스북

 
홀로 시위를 진행했기 때문에, 문씨가 남긴 사진 대부분엔 자신의 모습이 없다. 다만 종종 시위에 동참한 유족, 시민들의 모습은 여러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응급 후송이 절박했으나 헬기로 후송되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임경빈(단원고)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도 지난 9월 2일 문씨와 함께 1인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문씨는 "지지 방문해주신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라며 "시민들은 물론, 경빈 엄마와 우리 집사람이 오고 그럴 땐 마음이 많이 짠했다. 그런 날은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고 든든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길을 지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았다.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욕하고... 차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릴 때가 많지만 입 모양을 보면 대충 알잖나. 정말 힘들었던 건 그들의 시선이었다.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나를 사람으로 쳐다보지 않아요. 같은 땅덩어리에 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적군으로 취급해버리니..."

그럼에도 문씨를 버티게 한 건 희생자들 때문이었다. 그는 "세월호 유족 아빠가 대검찰청 정문에서 맨날 시위한 덕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단을 꾸렸다면 모를까, 우리 아이들 생각하면 부모로서 항상 부끄럽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에 들린 손팻말을 내보였다. 그곳엔 "저는 살인자 아비입니다. 움직이지 마라 해놓고 가두어 수장시킨 학살자입니다. 저를 수사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문씨는 "이번 (특별수사단을 꾸린 것도) 경빈이가 도와준 걸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외치고 국민들이 함께해주고 있지만 결국 높은 곳에서 우릴 바라보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다 해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마냥 기댈 수만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비참하고 처참한 마음이 든다"라며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들의 힘으로 못해낸 게 많은데 좀 더 힘을 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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