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비봉, 대규모 돼지농장 재가동 놓고 갈등

주민들, 돼지농장 반대 2차 상경집회

등록 2019.11.08 14:43수정 2019.11.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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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절대 반대대기업의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기 위해 상경집회에 나선 완주 주민들 ⓒ 안건모

   
[기사수정 : 10일 오후 4시 35분]

한 양돈 대기업이 지역주민들이 반대해 온 전북 완주의 비봉돈사 개보수에 이어 돼지입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재가동 철회'를 촉구하는 2차 본사 상경투쟁에 나섰다.

가을겆이로 바쁜 때 주민 120여 명 서울까지 상경

7일, 전북 완주의 30개 단체가 참여하는 '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이하 '이지반사', 상임대표 여태권)는 이지바이오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에 있는 유니온센터빌딩 앞에서 2차 상경집회를 벌였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비봉의 돼지돈사 현지법인(부여육종) 지분 100%를 이지바이오(주)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까지 참여해 1차 상경집회 때의 두 배에 이르는 주민 120여 명이 전세버스 3대를 이용해 상경했다. 이 중에는 지역 출신 서남용, 임귀현, 최찬영 군의원 등 정치권도 주민들과 함께 참여했다.

아침 서리가 간간이 내리는 11월이 되었어도 농촌은 아직 가을걷이로 눈코 뜰 새가 없는 시기, 잠시 한숨을 돌리는 단풍관광도 아니고 '거대 돼지농장이 사라진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돼지농장 재가동되면 심각한 악취로 고통

차남호 이지반사 집행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공장식축산 억제와 감축 논의가 확장되고 요즘, 돈사 16동에 최대 1만2천 마리를 키울 수 있는 규모의 이 돼지농장이 재가동된다면 엄청난 악취는 물론 대기업의 양돈시장 잠식이 불러올 인근 주민들의 축산농가 생존기반 위기까지 느낀다"라며 "이지반사의 조직체계도 공동대표제에서 상임대표 단일집행체제로 전환했다. 재가동 방침을 접을 때까지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해서 막아낼 것"라고 말했다. 

완주군에 따르면 이지바이오의 현지법인인 부여육종(주)은 최근 "11월 10일께 개보수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조만간 가축사육업 허가 신청서를 내고, 돼지를 입식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대규모 돼지농장 재가동을 막기 위해 지난 10월 10일, 1차 이지바이오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날도 항의집회를 연 뒤 본사 임원을 만나 "농장 재가동 의사를 철회할 것을 정중히 요청하며, 이를 대신할 대안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함께 논의하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재가동시 수질오염총량제로 관광, 산업 등 지역 개발까지 타격

완주 비봉의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악취 등 심각한 환경문제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이지바이오의 돼지농장 재가동으로 인해 수질오염총량제 등에 따른 축산폐수 배출한도를 잠식함으로써 축산농민과 관광업 등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하천의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 관리하는 제도인 '수질오염총량제'는 관리하고자 하는 하천의 목표수질을 정하고, 수질오염 물질의 허용부하량을 산정해 해당유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배출총량을 규제하는 제도다.

이날 상경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이지바이오에서 돼지 사육을 시작하게 되면 '만경강A구역 수계'는 오염물질 배출총량에 제한을 당하게 되고 신규 개발사업에 제약이 생길 것"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위해 관광, 산업, 축산 등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4일 완주신문의 유범상 기자는  "돼지농장이 재가동하면 수질오염총량제로 지역 개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관광, 산업, 축산 등은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으로 목표수질에 의한 단위유역별 오염부하량을 할당할 수밖에 없다"는  완주군 관계자의 이야기를 확인한 바 있다.

대규모 돼지농장으로 인한 오래된 피해

사실 주민들이 '이지반사' 모임을 꾸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기 이전부터 완주 비봉의 주민들은 오랜 동안 이 돼지농장의 악취로 고통을 받아왔다. 대규모 돼지농장이 매각되고 소유주가 바뀌어도 악취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축분을 무단방류하는 등으로 인해 악취에 고통받아 온 주민들이 참다 못해 당시 이 돼지농장의 소유주인 (주)동아원을 상대로 천막을 치고 무기한농성을 벌인 것이 2011년의 일이다. 

이후 2012년 2월 완주군은 (주)동아원에 '가축분뇨 배출시설 설치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2014년 말부터는 여러 축산업자들이 농장 매입을 타진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여론을 확인하고 매입의사를 철회했다. 이후 2015년 (주)부여육종이 농장을 매입했다. 주민대책위에서는 축산폐수 무단방류에 따른 주민피해 방지와 환경보전을 위해 완주군이 농장을 매입할 것을 건의, 2016년 6월 완주군과 (주)부여육종이 함께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에 따라 농장을 매매하기로 의견접근을 이룬 상태에서 (주)부여육종이 "매매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대지 2천 두를 사육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매매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날 상경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이 휴면농장을 재가동할 경우 사는 마을이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버려진 땅이 될까봐 두렵다. 2016년 11월에는 (주)부여육종이 농장에 돼지(모돈)를 밀반입하자, 주민대책위에서는 천막농성을 하는 등 주민들은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왔다. 이제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재가동한다면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한 주민은 "극심한 악취에 시달리다 농장이 멈춘 최근 몇 해는 숨 좀 제대로 쉬고 살았다"고 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돼지농장을 재가동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재가동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강행하려는 기업의 갈등은 현재로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2차 상경집회를 마친 후 여태권 이지반사 상임대표는 이지바이오 본사 앞에서 대규모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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