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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2020 트렌드 예측서 시즌, 눈에 띄는 이것

[읽는 존재] 인공지능 큐레이션보다 신뢰받는 서점 주장의 '추천'

등록 2019.11.13 17:11수정 2019.11.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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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경의선숲길에서 작은 책방을 1년 반 넘게 운영해 오며 책과 사람에 관해 경험한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 기자말
 

2020가까운 미래를 예측한 책들이 쏟아진다 ⓒ 전유미


2020 트렌드 예측서 시즌

제철음식처럼 책에도 출간 적기란 게 있다. 특정 시기에 제때 나와야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에, 시기를 타는 책들을 펴낼 때 출판사는 특히 촌각을 다툰다. 4/4분기는 누가 뭐래도 달력과 다이어리, 전망서의 계절이다.

역시나 올해도 10월 중순부터 가까운 미래 예측서나 2020년을 내다보는 소비트렌드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왔다. 김난도 교수가 속해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쓴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창)은 이미 베스트셀러 상위에 안착했고, 세계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 연구진이 펴낸 <세계미래보고서 2020>(비즈니스북스)와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의 <2020 트렌드 노트>(북스톤)가 뒤를 따른다.

여기에 웬만한 북튜버보다 더 열심히 책을 소개하는 김미경TV 북드라마에서 <2020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를 리뷰하면서 치고올라가고 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전망서에 대한 5분짜리 요약정리본이 쏙쏙 눈에 띈다.

미래예측서가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혹자는 현실에 대한 불안 심리가 반영되었으리라 분석하기도 하지만 올해만 이래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어서 오히려 나는 단순하게 본다. 사업계획서 시즌이 온 것이다.

일터에서 한 해 잠정치를 추산하고 평가하며 내년 전망과 사업계획서를 써내야 할 시기이니, 내년 달력이나 새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것처럼, 혹은 내년 운세를 당겨보는 것처럼, 2020년을 먼저 내다본 책을 읽고 싶은 건 전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크든 작든 조직생활자라면 누구보다 빨리까지는 아니어도, 흐름 정도는 알아둬야 하니까. 그래야 업계 동향에 한 줄이라도 써넣을 수 있을 테니까.
  

혼자는 상태가 아니라 태도다2020 트렌드 노트 '혼 0 키워드' ⓒ 전유미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의 매력

업글인간, 멀티 페르소나, 스트리밍 라이프, 처돌이, 손민수, '혼자는 상태가 아니라 태도다'는 문장까지 2020년의 트렌드를 예측한 책에는 새롭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친다.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군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드러내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정리해 놓은 글을 만나는 건 많은 수고를 덜어준다.

여러 예측서들을 훑어보다 특히 눈에 들어온 대목은 '브랜드의 인간화'.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래에는 현재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진다고, 4차 산업혁명이네, 인공지능이네 하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해석해내는 연구원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인간을 담은 브랜드, 인간 자체의 매력이 중요해진다고 본다.
 
"인공지능은 물론 많은 것을 바꾸었고 또 바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담당하는 효율, 최적, 최소화가 모든 것을 충족해주지는 않는다. 인간은 여전히 효율보다 낭만을 통해, 최적보다 수고 속에서, 최소보다는 서사적인 것에 '사랑'을 느끼고 그런 것들에 '열광'하고 있음을 데이터는 보여준다. (중략)

온라인 서점 사이트는 내 구매이력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책을 추천해주지만 정작 내가 신뢰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거리가 먼 '독립서점' 주인장의 추천이다. 서점 주인이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써서 붙인 사적인 추천사에 반응하고, 갱지에 마커로 정성껏 쓴 그 서점만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독립서점 주인장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그의 인간적인 서평과 추천을 기다린다. 플랫폼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동원해 제시하는 추천도서에는 관심이 없다. 내 워너비는 '교보문고'가 아닐 뿐더러, 교보문고 알고리즘보다는 매력적인 인간의 추천을 통해 더 나은 나로 변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 정유라, <2020 트렌드 노트> 중 '인공지능 큐레이션보다 더 신뢰받는 독립서점 주인장의 추천'에서
  

2020 트렌드 노트1은 예민하고, 2는 불편하고, 3은 은밀하다? ⓒ 전유미

  
미래가 인간에게서 멀어질수록 세계는 더욱 인간을 원한다

그랬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이고 어제의 데이터로 내일을 확정할 수 없고, 오늘의 경향이 내일의 반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예측서들이 보여주는 트렌드에 몸을 맡길지, 거꾸로 거슬러오를지, 새로운 데이터를 덧댈지는 아직 모르고,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에 따라 다시 미래는 바뀐다. 그럼에도 이런 예측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건 하나의 참조. 경향이 이럴 때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빅데이터를 긁어모으고 해석하고 정리까지 해서 내 앞에 놓인 책더미에서 나는, 미래가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 인간적이고 보다 아날로그적이며, 땀냄새 짙은 세계를 사람들이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트렌드가 무엇을 보여주든 흥미롭게 읽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세상에 폐를 덜 끼치고, 가능하다면 이롭게 할 수 있을지, 그려진 세계의 그림을 어떤 그림으로 바꾸고 싶은지, 그러니까 어떤 세계에 살고 싶은지 잠시나마 상상해보면 어떨까. 상상조차 멈춰버리면 바라는 대로 살기란 더더욱 불가능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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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Table.Book.Store. 세상에서.가장.작은.책방. 경의선숲길 번화한 거리, 새하얀 카페 본주르에 테이블 하나 놓고 덜컥, 책방을 열었다. 책에 과도하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그닥’이어서 무심히, 툭, 던지는 느낌으로 ‘옛따’책방이라 이름 붙였다. 책과 사람, 공간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끼적대며 일상과 이상을 넘나들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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