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지닌 기후 위기 대응

[뉴스 '밖' 사회의 풍경들 ④] 계급적 관점에서의 기후 위기 해결 방안 찾기

등록 2019.11.11 09:32수정 2019.11.19 16:30
0
원고료로 응원
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는 뉴스라는 "창"을 통해 사회를 바라봅니다. 더욱이 소셜네트워크의 등장과 확산 속에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뉴스거리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어떤 사람들 혹은 이야기는 뉴스라는 창 밖에 머무르며 충분하고도 적절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연구진들은 노숙인, 입양인, 난민, 유학생, 청소년, 참사피해자, 여성, 이주민, 비인간적인 것(nom-human) 등 그동안 손쉽게 지나친 혹은 잊혀진 다양한 뉴스 밖 사회의 풍경들에 관심을 갖고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총 8분의 사회학 전공자 및 연구자가 아래와 같은 주제로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 기자 말

기후위기

2019년,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넘어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또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 '기후붕괴'(climate breakdown)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급하고 긴박한 상황이 곧바로 사회 쟁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언급된다.

극한 기후와 이상 기후 등으로 기후변화가 체감될수록 긴급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다. 2018년 유럽 주요국에서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은 학교 휴교령의 원인이었다. 이제 청소년에게도 기후변화는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의 1인 결석 시위는 기후위기가 세계적 쟁점이 되는 과정에서 방아쇠 역할을 수행하였다.

기후 위기에 대한 사회적 방아쇠 작동은 이번에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강타하면서 단전과 단수 사태가 발생하였다. 병원 노동자들은 피해를 겪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피해 지역의 복구와 부상자의 응급 치료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와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이후 간호사 노동조합은 기후변화에 관한 조합원 교육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사전 작업을 바탕으로 2014년 9월에 있었던 뉴욕 기후 민중 행진에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였다. 이 행진은 자본주의 핵심국인 미국에서 민중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민중 기후 저항


국제적 차원에서도 세계 민중은 기후변화를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하였다. 1990년대부터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한 국제 기후변화 대응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진행되자, 민중은 스스로 대안을 건설하였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2000년대 민중의 분노를 낳았다. 특히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에서는 반(反)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좌파 정권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201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 민중회의'를 이끌어 냈다.

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지목했으며, '지구를 위한 세계 민중 운동'의 건설을 촉구하였다. 이는 기후변화와 사회 불평등의 결합을 주장하는 기후정의 운동의 형성에 기폭제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후정의 운동은 2008년 이후 계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혁주의 성향이 강한 좌파 정권의 정치 실패 등으로 인한) 우파 정권의 등장과 함께 동력을 잃어갔다.

세계 정치 지형에서 우파 정권의 등장은 기후를 더욱 악화시킨다. 2018년 브라질에서는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아마존은 우리 것이다"라고 외치는 보우소나루는 거대 농업기업과 손을 잡고 아마존 열대우림의 삼림 규제를 완화하였다. 그 결과 아마존 열대우림 대화재가 2018년보다 80퍼센트 이상 증가하였다.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과 현재 온실가스 배출 세계 2위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인 기후 부정론자이다. 그는 현재의 기후변화 진행 속도를 막아낼 수 없는 파리 협약조차도 탈퇴하고자 11월 4일 공식 탈퇴 절차를 시작하였다.

기후 파업

더 이상 세계 지배층에게 기후대응을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사회적 반격이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후 저항은 청소년에서 시작되어 청년 및 환경단체와 사회단체로 확대하고 있다. 11월 7일 영국 콜린스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을 선정하였다. 2019년 세계 언중은 이 단어를 전년에 비해 100배나 더 사용하였다. 기후 파업은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의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학생이 결석하고, 직장인이 결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권이 파리 협정에 탈퇴를 위한 공식 절차를 시행한 다음날, 세계 153개국 자연과학자 1만 1000명이 세계 각국이 효과적인 행동을 즉시 시행할 것을 촉구한 기후 위기 비상선언을 발표하였다. 자연과학자의 비상선언 촉구와 같은 사회적 실천 행동은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해온 세계 지배층은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고, 이러한 늦장 대응으로 빈국, 부국의 사회적 약자에게 그 피해는 더 컸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세계 지배층에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의 오명을 만든 기업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한국 정부도 빠질 수 없다.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현대제철, 포스코에너지, 쌍용양회공업, 현대그린파워, 엘지회학, 동양시멘트, 삼성전자, 성신양화, 엘지디스플레이, 지에스칼텍스, 롯데케미칼, 라파즈한라시멘트, S-Oil, 한일시멘트(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19, 국내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등은 한국 온실가스배출기관의 상위 20위에 속하는 집단이다.

정의로운 전환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Climate Action Summit)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언급하였다. 그중 하나가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이다. 이 말은 한쪽의 사실을 전하지 않는다. 향후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폐쇄되는 발전소보다 신규 발전소는 용량도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다. 환경단체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만'을 비판한다.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및 LNG 발전소 전환으로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는 해고되거나 다른 부분으로 전환될 것이다.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산업 전환으로 노동자는 고통당한다.

해고당한 노동자는 기후 저항 운동에 주체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기후 저항운동은 산업 전환으로 피해를 입는 노동자와 함께 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지만, 공해 산업의 폐쇄 및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정의로운 전환'이다.

환경 문제와 일자리 전환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면서 사회 전환의 내용은 구체화되었다. 환경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축소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정의롭게 해결하자는 방안들이 1970년대 선진 노동조합 활동가의 제안으로 등장하였다. 정의로운 전환은 사회적 차원에서 산업구조 전환을 수행하는 과정과 그로 인한 결과에서 불의가 발생하지 않는 평등에 기초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주장은 기후 저항 운동에서도 중요하게 요구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LNG 발전소의 고용 형태가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형태로 진행된다면 노동 조건은 기존보다 악화될 것이다. 노동 조건이 악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기후 저항운동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의 쟁점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6기는 포스코, SK, 삼성물산 등 기업이 사업 주체이다. 공기업보다 환경오염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사기업을 환경 규제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다. 이와 연동해서 기업의 고용 조건은 공기업의 조건보다 나빠지면 나빠지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에게 전가되는 방식으로 고용이 진행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기후 계급

기후 저항 운동에 동참할 기후 계급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주체로 노동계급은 적극적인 주체로 등장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평등하게 위험을 배분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발생한 재난에 취약한 집단이자 공해 산업의 산업재해 당사자는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노동조합운동은 기후위기 문제를 그들의 사업장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결합되어야 한다. 그 결합성은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여 이를 친환경 발전 산업으로 전환하고, 직접고용과 노동자의 경영관리 강화를 토대로 환경오염 통제를 통해 노동과 환경이 함께 존중하는 계획을 실현해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기후 대응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안전하고 깨끗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안정적인 고용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 저항운동은 공해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보수적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노동조합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발생시킨 기업과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급적 관점에서 기후위기의 해결 지점을 찾아야 한다.

세계 지배층은 1980년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린 자연과학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타이밍이 있다. 세계 노동계급의 능동성이 기후위기 시대에 발휘되어야 한다. 이는 이윤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물질대사 균열을 회복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띤 기후위기 대응의 길이다.    
#기후위기 #기후변화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그레타 툰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