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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탱크 앞세우고 다시 광주시내 진입 시도

[김삼웅의 5·18 광주혈사 / 53회] "교란작전이면서 시민군의 전투의지를 시험해보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등록 2019.11.15 16:18수정 2019.11.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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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소
우리의 상황은 열악하다.
어둠은 깊어가고 세력은 약해지고 있다.
수년 동안 활동을 거듭해온 끝에 이제
우리는 처음보다도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적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져 있다.
적의 세력은 강화된 것 같고 적은 불굴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류를 범했고, 이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외치는 구호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의 일부를
적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해 버렸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흔들리는 사람에게」 앞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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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모습. 시내 주요 지역마다 공수부대 병력이 투입되어 시민들을 향한 무자비한 진압이 시작되었다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모습. 시내 주요 지역마다 공수부대 병력이 투입되어 시민들을 향한 무자비한 진압이 시작되었다 ⓒ 5.18기념재단

 
광주항쟁 9일째인 5월 26일, '해방연력'으로 5일째가 된다. 새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계엄군의 재진입이 예상되고, 각종 유언비어와 독침사건, 간첩조작, 이간분열책동, 어용언론들의 왜곡보도 등으로 광주시민 중에는 불안과 공포감에 쌓인 상태였다. 도청에 머물던 사람들 중에 이런 저런 이유로, 또는 말없이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브레히트시의 제목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이었다.
  

광주 양동 시장 상인들이 시민군들을 위한 밥을 짓고 있다.양동시장은 5·18 민중항쟁 사적 제19호로 지정되어 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 5.18 기념재단

 
누가 이들을 붙잡고 탓할 수 있을까.

죽음의 파도가 밀려올 때, 죽임의 맹수가 쫓아올 때 살 길을 택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들은 의열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공수부대의 학살에 의분으로 총을 들거나 시위에 참여했던 보통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이 도청을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곧 닥칠지 모르는 고난을 알면서도 시민들은 도청으로, 금남로로 왔다.

5월 26일, 날이 채 밝기도 전인 새벽 5시 무렵 농성동의 한 시민군으로부터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도청으로 흘러 들었다. 도청 안은 벌집을 쑤신 듯 벌컥 뒤집혔다. 전시민군에 초비상령이 하달되었다. (주석 1)

"탱크를 앞세운 20사단 병력이 각 방면에서 광주시내를 향해 진군해온 것이다. 이것은 광주시민에게 심리적 공포를 주려는 교란작전이면서 시민군의 전투의지를 시험해보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주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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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가?1980년 광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가? ⓒ 5.18기념재단 제공

 
계엄당국에 평화적인 사태해결을 제시하고 기다리던 때에 갑자기 탱크를 앞세운 사단병력이 몇 갈래를 통해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민들에게 특히 도청에서 밤을 세우며 대책을 논의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김성용 신부의 증언.

새벽 5시 30분경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돌연 초비상사태를 맞이했다. 전차가 진입해온다. 순간 수라장으로 화했다. 총을 가진 시민군, 학생전원이 소리를 지르며 달렸으며, 혼란은 극에 달했다.

어떻게 할 것이냐. 전원 자폭하자,
상황실에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하여 차가 출동하였으며, 여기저기 다이얼을 돌리면서 주변의 동태를 물었다. 의자에서 자고 있던 부지사가 벌떡 일어나 확인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가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또 속은 것이다.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괴롭고 불안하다. 철야로 화약고를 지키고 어떻게 하던지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설득을 계속해왔는데……….

순간, 자칫 잘못하면 광주시민은 파멸한다. 자지 못하고 끊임없이 공포와 피로에 심신이 소모된 젊은 사람들이 TNT에 불을 붙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막아야 한다. 흥분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같이 나의 머리를 스쳐갔다.

용기를 내자.
주여,
구해주소서.
힘을 주시옵소서! (주석 3)


주석
1> 윤재걸, 앞의 책, 128쪽.
2> 정상용 외, 앞의 책, 298쪽.
3> 윤재걸, 앞의 책, 128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5ㆍ18광주혈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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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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