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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 '투사의 노래' 부르고 각종 유인물 배포

[김삼웅의 5·18 광주혈사 / 57회] "우리의 민주화 투쟁은 하루 이틀에 끝날 수 없습니다"

등록 2019.11.19 18:22수정 2019.11.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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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앞 광장 민주화집회. 이것이 광주정신이다. 전남도청앞 광장 민주화집회. 이것이 광주정신이다. ⓒ 5.18기념사업회

광주항쟁 기간 시민들은 집회와 시위에서 어용 관제 언론에 대항하여 자체 제작한 여러 가지 유인물을 배포하고, 각종 노래를 불렀다.

작자 미상의 「계엄군과 광주시민」이란 문건이 특히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계엄군과 광주시민

 계엄군은 가짜 애국, 광주 시민 진짜 애국
 계엄군이 진짜 폭도, 광주 시민 민주의거
 계엄군은 정권강도, 광주시민 민주항쟁
 계엄군은 국토분열, 광주시민 국민총화
 계엄군은 가짜 보도, 광주시민 진짜 보도
 계엄군은 유언비어, 광주시민 양심선언
 계엄군은 이성 잃고, 광주시민 질서유지
 계엄군은 독재유지, 광주시민 민주투쟁
 계엄군은 철면피고, 광주시민 끓는 피에
 계엄군은 저주받고, 광주시민 환호받네
 계엄군은 미친개고, 광주시민 선량하네
 계엄군은 로보트고, 광주시민 자유롭네
 계엄군은 다급하고, 광주시민 여유있네
 계엄군은 강도 정부, 광주시민 인정 많네. (주석 13)


가두행진 때에는 「투사의 노래」가 많이 불렸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곡에 맞춰 편곡한 것이다.

투사의 노래

 1. 이 땅에  민주를 수호코자 일어선 시민들
    시민들은 단결하여 다 같이 투쟁하자
    피에 맺힌 민주사회 언제 오~려~나~
    강철 같이 단결하여 끝까지 투쟁하자.


 2. 부모 형제를 지키고자 일어선 시민들
   학생들과 시민들은 다 같이 투쟁한다
    피에 맺힌 전두환놈 언제~죽~이~나~
    피에 맺힌 전두환놈 언젠~죽이나~. (주석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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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버스나 움직이는 모든 차를 이용해 광주로 진입하였다. 당시엔 버스나 움직이는 모든 차를 이용해 광주로 진입하였다. ⓒ 5.18재단

 
작자 미상의 「광주시민 장송곡」도 프린트 되어 시민들에게 널리 배포되었다.

광주시민 장송곡

 무진벌의 백성들이 횃불을 들었다
 손에 손을 맞잡으니 피끓는 형제여

조국 위해 바친 몸이 무슨 죄란 말인가 독재자의 총칼 앞에 수천이 죽다니 피에 젖은 민주 함성 끝까지 지키리니 설운 눈물 거두시고 고이 잠드소서.

붉은 피만 낭자쿠나 도청앞 분수대 서러워서 못 견디는 풀잎 피리소리 가슴 펴고 외치노라 평화와 자유를 민주 혼은 살아 있다. 무진벌 골짜기 자랑스런 민주투사 젊은 영들이여 정결한 피 최후의 날 우리 승리하리라. 삼천만의 동포들아 정의의 칼을 들라 젊은 영들 목쉰 절규 어찌 잊으랴 용기있게 나가리라 민주의 봉우리 최후의 순간까지 겨레를 위하여 자랑스런 민주투사 젊은 영들이여 정결한 피 최후의 날 우리 승리하리라. (주석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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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8 당시의 아픔을 말해주는 광주현장의 사진. 5. 18기념재단이 제공한 사진전에서... 5. 18 당시의 아픔을 말해주는 광주현장의 사진. 5. 18기념재단이 제공한 사진전에서... ⓒ 5.18기념재단

 
모든 공적 정보가 통제되거나 왜곡된 상태에서 광주시민들이 정보를 얻고 행동할 수 있었던 매체는 '민주화투쟁 대학생 대책본부'가 작성한 「홍보문 - 가두방송 원고」였다. 이 내용은 차량으로 여러 차례 시내를 순회하면서 방송되었다.

                          홍보문

 시민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여기는 민주화 투쟁 대학생 대책본부입니다.

1. 우리의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답시다. 민주화 투쟁을 위해 생명을 불사한 우리의 민주 투사와 민주 시민을 애도하기 위해 우리 모두 검은 리본을 답시다.
2. 시장과 상가는 개장하였으니 생필품 구매에 이용바랍니다.
3. 식량과 연탄이 떨어진 이웃은 가까운 이웃끼리 나누어 쓰는게 민주 시민의 도리입니다. 서로 절약하고 도웁시다.
4. 생계곤란자는 동별로 파악하여 본부에 연락하시면 협조가능합니다.
5. 한국 적십자와 엠네스티에서 저희 광주 시민을 적극 지원키로 하였습니다.
6. 지금 외곽지역과 도청에는 우리의 시민군대가 우천을 무릅쓰고 광주 시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고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 가까운 지역에 음식물, 옷, 양말을 보냅시다.
7. 지금 부산에는 미항공모함 2대가 정박 중에 있습니다. 잔인무도한 자들의 살육을 더 이상 방지하고 광주 시민을 지원하기 위하여 왔습니다. 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리의 민주화 투쟁은 하루 이틀에 끝날 수 없습니다. 학생은 학교로, 직장인은 직장으로, 상인들은 상가로, 개장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통해 지구전에 대비합시다. (주석 16)


주석
13>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자료총서(2)』, 86쪽.
14> 앞의 책, 82쪽.
15> 앞의 책, 83쪽.
16> 앞의 책, 80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5ㆍ18광주혈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5ㆍ18광주혈사 # 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 #투사의노래 #계엄군과광주시민 #광주시민장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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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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