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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유치원생 17만명인데, 보건교사는 달랑 1명?

[분석] 교육부는 공공유치원 확대 정책 추진하지만, 원아 안전엔 속수무책

등록 2019.11.14 19:14수정 2019.11.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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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는 17만 명에 이르지만, 정식 보건교사는 달랑 1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아가 다치는 등 급박한 사고가 터졌을 때 원아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유치원 전담보건인력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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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국공사립 학교 보건교사 배치 현황. ⓒ 전남교육청

 
14일, <오마이뉴스>가 건네받은 전남도교육청의 조사자료 '전국 국공사립 학교 보건교사 배치 현황' 등의 문서에 따르면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에 있는 보건교사 수는 단 1명이었다.

2018년 4월 1일 기준으로 계산한 또 다른 문서를 보면 전국 국공립 유치원의 전담보건인력은 모두 49명이었다. 간호사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원외 기간제 보건담당이 17명이었다. 2018년 기준으로도 정규 보건교사는 1명이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13개 교육청 소속 국공립 유치원은 전담보건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전국에는 국공립 유치원 4798개 원이 있으며, 이곳에 17만2121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앞으로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큰 폭으로 높일 예정이지만, 원아들에 대한 안전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4039개에 이르는 사립 유치원도 비슷하다.

현행 학교보건법 제15조는 '모든 학교에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도 학교다. 이 규정에 따른 보건교사 배치율은 전국 초중고가 각각 73.4%, 57.8%, 72.4%인 반면, 유치원은 0%이었다.

국공립 유치원 가운데 92%인 4390여 개 원은 초등학교와 함께 있는 병설유치원이다. 이들 초등학교엔 보건교사가 근무하고 있지만 병설유치원에 대한 정식 겸임 근무를 지시한 교육청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은 해당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에게 병설유치원 원장과 원감으로 겸임 근무를 명하고 수당(월 5~10만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보건교사에 대해서는 이런 명령 또한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과 교육기본법상으론 병설유치원 겸임을 명할 수는 있지만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엔 보건교사에 대한 겸임 수당을 언급하지 않고 있어, '병행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에 '보건교사 겸임 수당 신설'을 요구하고 관련 예산도 요청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면서 "원아들에 대한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교육부도 유치원 전담보건인력이 없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은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은 신체적 특성상 사고나 각종 감염병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안전사고 대응능력이 부족한데도 연중무휴 장시간 머물고 있다"면서 "비전문가인 유아교사들에 의해 보건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어 안전사고나 응급 상황 발생 시 초동대처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병설유치원 A교사는 지난해 벌어진 안전사고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가 눈 주변을 다쳤는데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겸임이 아니다보니 병원 동행을 못해줘서 아찔했다"면서 "결국 한 시간 동안 22명의 나머지 아이들 수업을 마친 뒤에야 다친 아이를 응급실로 데려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또 다른 병설유치원 B교사도 "우리 반에 순간적 발작 증세(아나필락시스)가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보건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한 해 내내 주사기를 들고 긴장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우리도 노력하고 있지만..."
 

한 유치원의 보건실 ⓒ 심규상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도 "우리도 우선 병설유치원이라도 해당 초등학교 보건교사의 겸임 근무 발령을 내고 싶지만, 수당 규정 등이 미비되어 이 또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입장에서도 겸임 발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원아 치료에 책임있게 나서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한다. 의료 사고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혜숙 전교조 서울지부 유치원위원장은 "교육당국은 올해에도 '에듀케어' 정책 등으로 국공립 유치원 양적 확대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은 전국 유치원에 전담보건인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공립 유치원에 돌봄이 확대되는 이때 원아의 안전을 위한 전담보건인력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치원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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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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