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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무위 대변인의 첫 담화... 북한의 최후통첩일까

미국 '한미연합훈련 조정가능성' 시사... 전문가들 "김정은 의지 담긴 담화"

등록 2019.11.14 18:45수정 2019.11.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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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7.1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향한 북한의 최후통첩일까. 북한이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정한 '연말 시한'을 45일여 남은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이 담화를 발표하자 미국도 반응을 보였다. 미국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3일(현지 시각)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 차 오른 한국행 비행기에서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강력하게 불만을 드러낸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이 하루도 안 돼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담화에 미국이 화답식 반응을 보인 걸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바라고 있으며, 북한을 달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의 불만...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온 시간"

이날 북한 국무위 대변인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남한) 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적대적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 하는 군사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해 공약한 대로 미국이 우려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중단하고 가능한 신뢰적 조치들을 다 취했다"라며 "그러한 우리의 노력 덕분에 미국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의 치적으로 꼽는 성과들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 미국 측은 이에 아무런 상응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라고 비난했다.

국무위 대변인은 북한이 인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대변인은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남한)의 합동군사연습 때문에 조선반도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해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위 대변인 담화는 김정은의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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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타고 백두산 오른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1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이번 담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담화의 주체다. 2016년 북한이 국무위를 설립한 이후 국무위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국무위는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군, 내각의 최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북한의 최고 통치기구다. 국무위의 수장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국무위의 대변인 담화가 앞서 나온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보다 김 위원장의 의사를 더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은 조직의 대변인 담화는 다른 담화에 비해 무게감이 다르다, 국무위는 공식적으로 김정은의 의사를 대신하는 곳"이라며 "북한이 담화 주체의 격을 높이며 북한의 의사를 세게 전달했다"라고 풀이했다.

담화를 발표한 주체는 높아졌지만, 내용은 북한이 앞서 발표한 담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6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를 통해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북미 협상의 산증인인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내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이 꾸준히 말해왔던 내용을 담은 담화다, 새로운 내용을 담거나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말은 없다"라며 "북한이 정한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강도 높은 미사여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이번 담화를 분석했다.

북한이 담화에서 밝힌 '(미국을 향한) 더 큰 위협'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등을 암시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이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상근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에 원하는 실제적 조치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이라는 것도 콕 짚어 말했다"라며 "이것만 미국이 제대로 조치하면, 협상에 나오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은 연말까지 협상을 깰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욱 연구교수 역시 "북미 협상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실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에 협박하며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 (추가 미사일 발사라는) 주먹을 휘두르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트럼프 #비핵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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