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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은 IMF 상태... 문재인 정부도 결국 똑같았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 농업정책] '사람중심' 농정 실현하려면 생계유지 등 보장해야

등록 2019.11.18 20:04수정 2019.11.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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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개혁을 완수해야 할지 여러 의견을 소개합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기획은 모든 시민기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문재인 정부가 11월 9일을 기점으로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대통령 스스로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며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이끌어 사람 중심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엄동설한에 함께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전폭적인 지지로 화답했다.

농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남기 농민이 서울 종로 길거리에서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맬 때 촛불을 들고 병상을 지켜내며 횃불을 만들었다. 농민들이 '촛불 탄핵'이라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그 자체로 감동과 희망이었다.

적어도 촛불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정부이니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기대와 바람은 농민 스스로를 옭죄는 희망고문이 됐다.
 

청와대 앞 단식농성2018년 농정대개혁, 대통령면담 촉구 단식농성장 ⓒ 박웅두


개혁의 적기를 망친 무책임한 농정관료와 대통령의 무관심

농정의 변화를 애타게 바라는 농민들의 심정과 다르게 농정을 책임지는 관료들의 생각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촛불정신을 담아 빛의 속도로 빠르게 개혁의 걸림돌을 처리하지 않으면 저항 세력의 반발에 좌초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이전 민주정권 10년의 경험에서 충분히 학습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장관(김영록)과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신정훈)의 임명은 농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행히 두 명 다 농업을 잘 알고 있는 듯했고, 농정개혁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 농정책임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느라 '농정의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퇴를 함으로써 사상 초유의 농정 공백이라는 사단을 일으켰다. 역대 어느 정권도 한 부처의 장관을 5개월 이상 공석으로 둔 적이 없었으며, 농정책임자 두 명이 동시에 사퇴하는 황당한 상황을 방관하지도 않았다.

또한, 어렵게 임명된 장관(이개호)과 농해수비서관(최재관) 역시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연이어 사표를 제출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결국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에 장관과 비서관이 세 번째 임명되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장관과 비서관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자신을 대신해 농정개혁을 이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위해 임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이는 대통령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이거나 대통령의 농정에 대한 무관심, 홀대가 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단식농성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농정개혁에 대한 요구

지난 2018년 추석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가을, 청와대 앞에는 농정대개혁을 요구하는 비닐천막 농성장이 설치됐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실종을 지켜보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독자적으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 설치' '직불제 개혁'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단식농성이 한 달째 접어들자 다급해진 청와대에서는 결국 대통령 면담을 약속했다. 또, 여야 당대표 면담 등 정치권을 압박한 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1호라고 할 수 있는 '농특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기다리던 대통령 면담은 한 해가 다 저무는 12월 27일에서야 성사됐다. 이마저도 중학생 농부를 앞세운 '이벤트성 간담회'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7월 농업전문지 팜인사이트가 조사·보도한 문재인 정부의 농정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농정 개혁의 험난한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팜인사이트가 창간 3주년을 맞이해 농축업전문가 및 언론인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농정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긍정적 답변이 35.2점에 불과했다. 특히 8개의 질문 중 가장 박한 점수를 받은 부문인, '농업·농촌을 타산업과 비교해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결과는 현 정부의 농정에 대한 현장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도 농업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소외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 농업예산에 대한 홀대론이 이를 반영한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2020년 농업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4.4% 늘어난 15조 2990억 원으로 편성돼 있다. 정부는 전년도에 비해 늘었다고 강변하지만 전체 예산 증가율인 9.3%를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비중이 축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에서 농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98%에 불과하다. 농업계가 요구하는 '국가 전체 예산의 4% 이상 편성'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문재인 정부가 농정을 홀대하고 있다는 근거는 더 있다. 일방적인 농업통상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25일 WTO개도국 지위 포기를, 11월 4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 타결을 발표했다. 이 두 사안이 향후 우리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역대정권이 그래 왔던 것처럼 또다시 농민을 배제하고 변변한 토론과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민들은 지금처럼 수입 개방이 확대되는 상황에선 어떠한 농업 정책도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없다는 깊은 패배감에 빠져 있다.

이렇듯 농업 예산은 쪼그라들고 수입 개방은 확대되는 상황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이 역대 정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임을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이지만, 농정에 대한 신뢰는 신기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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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축산연합회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WTO농업분야 개도국 포기 규탄 전국농민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사람중심 농정'?... '농민중심 농정'에서 시작해야

문재인 정부의 농정 방향은 기존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고 직불제를 개편, 소득안정망을 확충해 다기능 농업으로 전환하는 '사람중심농정'이라고 한다.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공익적 보상과 증진을 중심으로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격 안정을 통한 소득 보장 없이 '문재인표 농정'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 농촌에서는 1997년 IMF가 다시 시작됐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 하락이 특정 시기에 특정 품목에 의해 발생하던 이전의 흐름들과 달리, 올해는 연중 전 품목에 걸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54개국과 의욕적으로 맺어온 16개의 FTA가 효력을 발휘해, 우리나라 농업을 자유무역체제 안에 완전히 편입시켰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농사를 지어서는 정상적인 생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유지 온전할 수 있을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책 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먼저 내놓고 농정 전환을 이야기해야 한다.

안정적인 식량 수급과 적정 농지 유지, 최소 가격 보장과 농업 인력 확충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농정이 가능하도록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먹거리의 선순환과 안전성 확보가 중심이 되는 농정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것이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후반기 농정 과제이다. '농업 홀대, 농업 패싱'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가격 안정과 농민 소득 보장 없이 겉모습만 아름답게 치장하는 기만과 '악세사리 농정'을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웅두씨는 정의당 농어민위원장(전 곡성군농민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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