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4가? 독감 예방접종, 알고 맞자!

아프기 전까지는 모른다

검토 완료

박규민(kyumin622)등록 2019.11.17 12:20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독감주의보 포스터 ⓒ 도로교통공단

 
"자연과학 전공자라면 어디 가서 이런 거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작년 생화학 수업 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이다. 나는 바이오산업과 가장 가까운 전공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었지만 병원에 가고 약을 처방받는 일에는 수동적인 시민이었다. 교수님이 그 말을 한 당시에도 웃어넘길 뿐, 의료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마침, 올해 1월 나는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다니던 아르바이트도 일주일이나 쉬면서 나만의 독방에 갇혔다. 그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이었다. 코의 가장 은밀한 부위까지 면봉을 찔러 넣어 내 몸 안의 독감 바이러스를 검사한 후 약을 챙겨 먹은 지 정확히 10일 뒤, 나는 깨끗이 나았다.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나였고, 작년에도 독감예방접종을 한 상태였다. 독감에 걸려 누워있으면서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이십 년 넘게 살면서 처음 느꼈다. 그러다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불현듯 이어서 생각난 교수님의 다음 말씀.
"어디 가서 창피하게 그렇게 모르는 티 내면 안되겠죠?"
독감에 걸린 채로 혼자 누워있으면서 억울해 하는 상황 자체가 창피한 일이었다. 접종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는바였다.  그러나 뒤에 줄줄이 따라오는 왜?에 대한 질문에 간단하고도 명료한 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마디로 모르는 거였다.
'난치병에 대한 치료법도 꾸준히 연구되는 와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예방접종의 원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아주 기본적인 교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기사를 쓰기로 정했다.
이하 기사 내용은 독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질의응답 식으로 정리했다. 또 기사 중간에 나오는 용어에 대한 정리는 비유를 통해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했다.


독감 FAQ(Frequently Asked Question)

1. 독감은 독한 감기이다?
 NO. 요즘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NO 인지에 대해서도 알면 좋다. 독감과 감기는 병을 일으키는 주체가 다른데,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기는 세균에 의해 걸리는 것이다.
먼저, 외부 환경에서 우리 몸에 들어와 '아프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물질을 병원체, 또는 병원성 항원이라고 한다. 이 병원체를 '적군'이라고 표현하고, 병원체에 맞서 싸우는 우리 몸의 군대인 면역체계의 항체를 '아군'이라고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병원체 또는 항체: 외부 환경에서 우리 몸에 들어와서 '아프다'는 느낌을 주는 적군
면역체계  : 위의 적군에 대해 맞서 싸우고, 삼키고, 때론 죽이기까지 하는 아군
 
2. 한 번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면 평생 맞지 않아도 된다?
 NO. 독감 접종은 매년 맞아야 한다. 매년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그 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구성 물질이나 구조는 다르다. 바이러스라는 병원체는 아주 간단한 생물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가 쉽다. 내년부터는 유행하는 가을 옷을 살 때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해두면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3. 그 해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면 그 해는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NO. 만약 대답이 YES였다면 올해 내가 독감에 걸렸을 때 예방접종을 맞은 병원을 고소해야 한다. 2번의 답변 내용과 같이 바이러스는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돌연변이가 아주 흔하게 일어나며, 예방접종을 맞았다 하더라도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4. 예방접종을 맞는다면 어떤 원리로 예방이 되는 걸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속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로부터 오는 적군을 막아주는 방패 같은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몸 안의 아군들은 새로 들어오는 적군의 정보를 저장해둔 후 그 적이 다시 우리 몸에 들어오면 미리 만들어 뒀던 방어기제를 실행한다. 이를 각각 '1차 면역' 과 '2차 면역'이라고 한다. 초기 1차 면역체계는 병원체에 대해 맞서 싸우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항원'이라고 하며, 항원은 병원체의 재침입시 2차 면역 체계에 의해 빠르고, 많이 만들어진다.
1차 면역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물질이 우리가 접종하는 '백신' 인 것이다. 보통 백신 안에는 병원성이 약화된 바이러스가 있다. 우리 몸을 아프게 하지는 않되, 면역체계들에게 이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줄 정도로 말이다.
 
5. 접종 3가? 4가? 차이가 무엇일까?
 매년 백신을 만들 때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고려해야 한다. 후보가 여러 가지인데, 3가의 경우 바이러스 후보가 3개, 4가 주사의 경우 4개의 약화된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당연히 더 많은 후보를 가진 주사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그렇다고 해서 4가 주사를 맞는다고 독감에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저 걸리지 않을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흔한 속담처럼 우리 몸에 들어와 상호작용하는 물질과 그 원리에 대해 안다면 독감 바이러스 뿐 아니라 외부에서 공격하는 병원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 겨울도 독감접종을 하여 격리될 확률을 낮추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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