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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김세연 "한국당은 생명력 잃은 좀비... 해체하자"

황교안·나경원 등 108명 의원 전원 불출마 요구... "완전 백지상태서 새로 시작해야 해"

등록 2019.11.17 11:43수정 2019.11.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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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또 김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 전체가 총사퇴하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9.11.17 ⓒ 연합뉴스

   
[기사대체 : 17일 오후 3시]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습니다."

3선 중진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금정구)이 17일 내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6선. 부산 중구영도구), 유민봉 의원(초선. 비례대표), 김성환 의원(재선. 경남 창원진해)에 이은 네 번째 불출마 선언이다.

그리고 가장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불출마 선언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당의 해체를 주장했다. 또 당의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당내 모든 현역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그가 만 47세(1972년생)의 나이에 자신의 아버지인 고(故) 김진재 전 의원 때부터 닦아 온 지역구도 포기하고 당 해체와 현역 전원 불출마를 주장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결국 이제는 측은한 마음만 남게 됐다"

김 의원이 가장 먼저 밝힌 이유는 '정치현실에 대한 피로함'이었다.

그는 "저는 정치인이 되고자 정치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정치권에 파견 나와 있는 건전한 시민'을 저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의정활동에 나름 최선을 다 해왔다"며 "적어도 공직에 있는 동안 사사로운 일을 공적인 일에 앞세우지 않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는 한 순간도 흩트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되어 버린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며 "권력을 가졌을 때와 놓쳤을 때 눈빛과 어투와 자세가 180도 달라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서 결국 이제는 측은한 마음만 남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며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이제는 정치에서는 그칠 때가 됐다.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불출마의 이유는 자신이 한때 자부심을 가졌던 당의 추락에 있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돼 한나라당(현 한국당)에 입당했다. 그 후 개혁 성향 초선 의원모임인 '민본 21'에서 활동하는 등 당내 소장파로 역할했다. 19대 국회 때도 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간사 및 대표를 역임했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에 나섰다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당했다.

이에 대해 그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골육상쟁이 다시 한 번 펼쳐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나름 괜찮은 중도보수정당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집권 후 (경제민주화 등) 그 약속들은 하나둘씩 지워졌고 급기야 '바른 말' 하는 당내 동지들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또한, "새누리당 말기의 비이성적 상황들을 극복하고자 바른정당 창당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동지들을 살리기 위해 택한 복당도 동지들을 살리지 못하는 실패로 귀결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면서 당 해체와 현역 전원 불출마를 주장했다. 그는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계시는 분들 중에 인품에서나 실력에서나 존경스럽고 나라를 위해 더 봉사하셔야 할 분들이 계시지만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납시다. 황교안 당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시면서 당을 이끌고 계신 점, 정말 경의를 표한다. (중략) 그러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합니다. 미련 두지 맙시다. 모두 깨끗하게 물러납시다."

"한국당은 버림 받았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버림 받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 명 남짓 참석하지만, 한국당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며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여타 정당 중) 비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급 1위다. 감수성이 없다. 공감능력이 없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섭리다. 섭리를 거스르며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최근 당 일각의 '중진 용퇴론' 및 '험지출마론'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을 향해서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또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이전에 당에 몸 담고 주요 역할을 한 그 어떤 사람도 앞으로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키고 세워나갈 새로운 정당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뜻밖의 진공상태를 본인의 탐욕으로 채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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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또 김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 전체가 총사퇴하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연합뉴스

 
"보수통합 염두에 둔 제안 아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통합도 지지부진하고 쇄신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총선을 맞게 되면 나라가 지금도 위태로운데 훨씬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돼 충정 어린 고언으로 오늘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누구와 따로 논의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과의 통합 논의를 염두에 둔 결정이냐는 질문에도 "현재 한국당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은 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드린 말씀"이라며 "통합에 대한 그림을 염두에 두고 전제해서 드린 말씀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 해체의 방법에 대해선 "불출마를 자발적으로 하는 방식이 되든, 현역 의원 전원에 대한 대결단이 당 차원에서 이뤄지든 우리 모두 불출마를 하자는 것"이라며 "현 구성원들이 다 함께 역사적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나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당 현역 108명 의원 모두에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인가"란 질문에도 "그렇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답했다.

현 지도부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당 해체 가능성엔 "지도부가 결단할 수 있도록 제 제안을 기회로 당내 여론이 일어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자리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며 "누군가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구심점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의 요구는) 현 직무에서 물러나란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희생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현역 전원 불출마 이후의 일'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후의 일은 다음 세대의 역량을 믿고 맡겨야 한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가 이끌어 가야 할 정당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당을 이끌 새로운 인재의 상을 묻는 질문엔 "권력욕이 앞서는 사람이 들어와선 안 된다. 그런 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을 맡으면 본인의 에고(ego) 충족을 위해 이상한 결정들을 할 수 있다"며 "애초에 왜곡된 인센티브에 유혹돼 정치에 입문하지 못하도록 정치인의 의전 수준이나 특권을 대폭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현가능성이 낮다", "모두 불출마를 택한 이후의 공백은 어떻게 하나" 등의 지적엔 "기술적·공학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겠다는 접근으론 현 상황을 풀기 어렵다"면서 "그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하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이 '일을 준비함에 있어선 철저히 하고 일을 행함에 있어선 사력을 다하고, 일을 마치고 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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