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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반인데... 노무현 절반에도 못 미친 문재인의 개혁

[문재인정부 사회경제 개혁 어떻게 되어가나 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다면

등록 2019.11.20 08:02수정 2019.11.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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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8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여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 후 1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에 나서기보다 지표 관리와 지지율 유지에 몰두해 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에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나며 그동안 추진된 사회경제개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연재 글을 준비했습니다. - 지식인선언네트워크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재차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청년들은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N포세대로 더욱 힘들어졌다.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최고수준이다. 송파3모녀 자살에 이어 성북4모녀 자살까지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보낸 현재, 사회경제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헌법상 '경제민주화' 뒤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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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사회경제개혁의 필요성은 30년도 넘은 1987년에 소통부재의 전두환 정권조차 인식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이 직선제하에서 후계자인 노태우 후보의 득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1988년 1월 5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차기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새해 인사를 나누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적인 사회경제개혁의 필요성은 30년도 넘은 1987년에 소통부재의 전두환 정권조차 인식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이 직선제하에서 후계자의 득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헌법에 '경제민주화'조항을 넣고, 노태우 후보는 '보통사람'임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당선된 뒤 토지공개념 3개법(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제)을 과감하게 추진하였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정치민주화는 진전되었지만 경제민주화는 전반적으로 후퇴일로이다. 헌법재판소는 노태우의 토지공개념을 위헌 또는 헌법불일치로 무력화시켰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2차 연도에 대우그룹이 쪼개지는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이 작동하게 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하에 지주회사제를 도입하였지만, 임기말에는 재벌정책이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특히 삼성그룹 총수에게 유리한 재벌친화적인 정책을 썼다. '공기업도 기업'이라며 공익이 우선해야 하는 공기업을 사기업의 잣대로 평가하였다. 사기업은 물론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이 급증하였다.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비록 헌재의 위헌 결정에 좌절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었지만, 공기업 본사 지방 이전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개혁이라 하겠다. 김대중-노무현 10년간 복지지출이 늘어난 것도 부족하지만 약간의 진전이라 하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 역주행은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8년 외환위기를 은폐하기 위하여 4대강 죽이기, 자원외교 퍼붓기, 방산 비리 등 마구잡이로  예산을 낭비하고 부패 세력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쉽게 해 부동산의 지역격차를 심화했고, 다주택자의 청약과 가계대출을 용이하게 해 투기세력의 배를 불렸다. 경제구조는 질적으로 나빠졌고, 잠재성장률도 크게 낮아졌다. 공동체 사회는 고사하고 많은 가족이 해체되었다.

한마디로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망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십차에 걸친 부동산 부양책으로 '갭투자' 등 전대미문의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경영권이 세습되는 재벌총수 일가와 건물주와 고가 다주택 소유주들의 천국이요, 서민들의 지옥이요, 중산층은 점점 줄어드는 사회가 되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그 많은 사람이 모인 것에는 경제파탄에 대한 불안과 저항도 큰 요인이었다. 1987년과 2017년 30년을 비교하면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과 경제사회의 불공정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촛불정부의 역사적 책무

문재인 정부가 물려받은 것은 더욱 불공정해진 경제와 사회다. 중소 생산자본이 푸대접 받고, 부동산 투기자본이 우대 받는 나라가 되었다. 재벌이 세습까지 되는, OECD 어느 나라에도 없는 나라가 되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국정농단에 연루된 특정 재벌의 총수를 구속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렇듯 특권층을 몰아내고 공정한 사회경제를 이루는 것이 촛불시민들의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이었다. 그런데 왜 2년 반을 허송했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 대통령이 여러 번 발언한 것에 미루어,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한 것으로 본다.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이 나라는 더욱 불평등해졌고, 더욱 불공정해졌다. 따라서 결과도 더욱 정의롭지 못하다. 2003년 노무현정부 초년도보다 개혁과제의 무거움은 두 배가 넘는다. 반면에 개혁의 노력은 노무현정부의 절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과는 참담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원점에서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개혁의 열쇠

개혁의 첫째 열쇠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다. 소위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교육개혁 의지는 강해진 것 같다. 직접 법무부 장관(또는 대행)을 불러 개혁을 지시하여 여론 반전에 일부 성공하였다. 검찰개혁, 교육개혁처럼 경제개혁도 담당 장관을 불러 직접 지시하면 된다. 법을 고쳐야 하는 개혁이면 국회의 다수가 필요하지만, 행정부 차원의 개혁은 법을 고치지 않아도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동력을 얻는다.

둘째 열쇠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 추진 능력이다.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판단하고 뚝심있게 추진하는 능력이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개성공단사업은 적어도 1971년 첫 출마 이후 25년 이상 스스로 갈고 닦은 내공이 깊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나 사회분야에서 내공이 깊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내공은 필요조건은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말대로 머리는 빌리면 된다. 검찰개혁이 꼭 조국만 할 수 있나? 민변 출신 변호사 등 얼마든지 '개혁 제갈량'은 있다. 사회경제개혁도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수석으로 머리를 빌릴 사람은 많다.

효율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금융위원회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조직이고, 모피아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면서 가계부채발 제4의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만 높였다. 없애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어느 OECD 국가에도 없는 조직이다. 영어로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라고 하다가 국제회의에서 왕따 당하자 슬그머니 'Strategy'를 빼고 'Economy'로 바꿨다. 비정상적 존재임을 고백한 것이다.

'기획'의 주요 내용은 개혁의 기획이어야 하고, 청와대가 직접 수행하여야 한다. 수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자들을 어느 경제부처든 임명하면, 그날로 그 분야의 경제개혁은 물 건너간다. 모든 경제 부처와 사회 부처가 검찰처럼 개혁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경제 부처와 사회 부처에 개혁 인사가 책임자로 임명되어야 마땅하다. 조직과 사람을 무시한 개혁은 '종잇장 위의 개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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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4.30 ⓒ 연합뉴스

 
셋째 열쇠는 개혁반대 세력, 즉 개혁의 적에 대한 분석과 활용이다. 불법과 부패를 일삼다가 경영권을 세습까지 하는 재벌총수들이 경제개혁의 적장들이다. 그들은 막대한 비자금으로 정치인, 고위관료, 국회의원, 판·검사·변호사, 언론인, 대학교수 등을 거느리고 있다. 길게는 50년 이상 다져온 '조폭 집단'이다.

특히 수구언론이 문제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20:80의 사회에서 20을 대표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불법부패세습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됨에 따라, 부패와 특권세력의 밑천은 점점 더 두둑해지고, 언젠가부터 민주당 정권의 청와대까지 장악하였다. 작년 5월 이재용 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뒤에 문 대통령이 이재용을 아홉 차례나 만났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건으로 오래전에 추가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어야 한다. 수조 원대인 회계 사기는 최순실-박근혜 뇌물 건보다 훨씬 중형에 처할 범죄다. 현직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되는 '법의 지배'가 경제권력자 이재용에게는 물러서 있다. 그 원인을 문재인 대통령이 밝혀내고 고치지 않는다면, 누가 그의 말을 믿겠는가? 재벌개혁 포기의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자유한국당이란 '적폐정당'은 성장률에 근거하여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민행복은 성장률 순이 아니다. 지난 2년 개선된 행복의 국제순위가 증명한다. 수구 언론과 잔당의 주장에 넘어가면 안 된다.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 책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등 그들이 강하게 반대한 정책일수록 옳은 정책이었다. 그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장관 후보나 청와대 인사일수록 '개혁인사'라는 보증서다.

개혁반대세력의 주장을 역이용하면 오히려 개혁을 일관성 있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적폐세력에는 분명 약한 고리가 있다. 가장 약한 고리는 2008년 세계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아직도 주장한다는 것이다. 금융, 환경, 노동 분야의 규제완화는 일반적으로 불공정한 제도를 더욱 불공정하게 만드는 독약임을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넷째 열쇠는 사회경제정책과 정치의 불가분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활용이다. 많은 사회경제정책이 이득 보는 자와 피해 보는 자를 낳는다. 소득분배, 자산재분배, 재정재분배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 주권자는 촛불시위를 성공시켰다. 각종 SNS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주권자의 힘을 낡은 잣대로 재면 정치적인 오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권자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개혁이 표를 깎아먹는다"는 식의 낡은 정치 셈법에 매달린다면 시민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유권자 개개인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적은 남북정상회담에도 지지율이 급등한 경험을 문재인 정부는 가지고 있다. 이재용 구속수사, 모피아 해체, 노동자 기본권 보장, 여성차별 없애기, 보편적 복지, 미세먼지 등 환경개선, 부동산공개념 확대, 교육개혁 등 80%를 위한 정책 시행과 제도개혁에 최선을 다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은 그 정치주체세력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제대로 된 개혁은 덜 불평등하고, 덜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게 되는 지름길이다. 개혁이 최선의 선거전략이다. 개혁이 최선의 정치이다.
덧붙이는 글 김태동 기자는 성균관대 명예교수입니다.
#경제개혁 #사회개혁 #문재인정부 #개혁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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