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사회의 협치, 적과의 동침인가, 굿파트너인가?

[뉴스 '밖' 사회의 풍경들 ⑤] 새로운 '시민력'의 구성

등록 2019.11.19 15:24수정 2019.11.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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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는 뉴스라는 "창"을 통해 사회를 바라봅니다. 더욱이 소셜네트워크의 등장과 확산 속에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뉴스거리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어떤 사람들 혹은 이야기는 뉴스라는 창 밖에 머무르며 충분하고도 적절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연구진들은 노숙인, 입양인, 난민, 유학생, 청소년, 참사피해자, 여성, 이주민, 비인간적인 것(nom-human) 등 그동안 손쉽게 지나친 혹은 잊혀진 다양한 뉴스 밖 사회의 풍경들에 관심을 갖고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총 8분의 사회학 전공자 및 연구자가 아래와 같은 주제로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 기자 말


"우수 협치사례의 숨은 공신, 자생적 주민주체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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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나 서울시로부터 우수한 협치사례로 수상도 하고 주민교육에 널리 소개되고 있는 서울시 도봉구의 '방학천 문화예술거리 조성'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행정적 홍보에 가려진 사례의 숨은 공신인 자생적 주민주체조직을 발견할 수 있다.

도봉구의 '방학천 문화예술거리 조성'은 오랫동안 주민 민원이 계속되어온 방학천 인근에 밀집되어 있는 유해업소(일명 '빨간집')들을 주민과 행정의 협치를 통해 문화예술거리로 바꾼 사례다. 협치를 통해 새롭게 접근한 내용으로 기존 단속중심에서 벗어나 업주들의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긴급지원금과 임대주택 지원, 기초수급자 신청 등을 통해 모든 업소의 자진 폐업을 이끌어냄)한 점, 방학천 거리 내에 폐업한 빨간집 하나를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공간 변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낸 점, 폐업한 빨간집을 작가 공방으로 운영하여 공간 변화의 지속가능성을 마련한 점이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물심양면으로 함께 한 '지역 내 활동가 네트워크'와 '방학천 거리변화를 위한 시민모임'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형성된 주민모임 대표, 혁신교육지구의 학부모와 교사, 시민단체활동가,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공무원 등 다양한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이들 자생적 주민조직은 매우 느슨한 연대체이며, '시민모임'의 경우는 온라인 기반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이들 주민조직은 사업 초기 공간의 공공성을 지키고 주민들의 거버넌스 참여 기반을 만들었으며, 공간 변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의 열쇳말 시민력"

도시재생이나 문화예술 정책이 만든 성공한 공간들이 시간이 지나 지속가능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는 자주 목격된다. 때문에 최근 정책 영역에서 '생태계'라는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사업 종료된 후에도 공공적 가치를 지키며 그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갈 사람과 활동이 정책적으로도 중요하게 인식된 것이다. 그러나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가 행정과 시민사회의 시간에 대한 이해의 차이다. 이 차이는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행정의 시간으로,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쉽게 정리되는 경향이 강하다.

OECD는 <성공적인 민관협치를 위한 10계명>에서 리더십의 민관협치에 대한 결단, 즉 단체장의 강한 추진 의지를 제1계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출직인 단체장의 교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대안으로 시도하고 있는 게 법조례 제정 등 제도화 전략이나 협치를 행정 내 주류화하는 문화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행정 혁신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철시키기도 어렵고, 행정과 시민사회의 일의 속도차와 그에 따른 결과물에 대한 이해의 차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는 아무리 시민의 권한이 강화된 거버넌스일지라도 시민사회의 대항력이 결여되어 있으면 정부에 포섭되거나 보여주기식 거버넌스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협력적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실질적인 힘을 가진 대항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대항력은 과거와 같이 정부에 맞서 싸우는 '적대적 대항력'과는 다른 '협력적 대항력'이라는 새로운 시민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협력적 대항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앞으로 밝혀낼 과제로 남겨 있다.

"협치에 필요한 새로운 시민력에 대한 고민 필요"

시민사회가 정부와 함께 정책을 공동 생산하고 공동 집행하는 협력적 관계에서 필요한 역량은 과거 대립적 관계에서의 역량과 사뭇 다를 것이다. 국가(정부)와 시민사회가 적대의 관계일 때 비판과 감시, 견제와 저항을 위한 역량만이 시민사회에 필요했다면, 정부와 공동으로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설득력, 공적서비스 공급경험, 전문성, 분석력 등도 요구될 것이다.

앞서 도봉구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듯, 시민사회 내부도 최근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연구원(2019)의 연구에 따르면, 그동안 시민사회의 중심적 행위자였던 운동형‧종합형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민주주의의 진전과 경제화 담론, 협력적 거버넌스의 영향으로 마을 영역과 사회적경제 부문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거버넌스형 중간지원기관들의 사회적 역할도 점차 증대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조직화되지 않은 개인들이 공익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존 시민단체조직이 아닌 풀뿌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작은 규모에서 임의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들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가 협력적이라고 해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시민사회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시민사회의 자율적‧자립적 방식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시민력은 시민사회 고유의 역할과 활동을 견지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 변화와 변화된 시민사회의 지형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민력의 뒷받침에 따라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치가 적과의 동침이 될 수도 굿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협치의 지속가능성과 실질적인 작동 여부도 바로 이 새로운 시민력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는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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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쇳말로 로컬과 협치를 마음에 품고 활동하고 있는 독립현장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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