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침뱉고 '죽일 수 있다' 협박"... 전남대 대자보 사건의 전말

[스팟인터뷰] 광주 전남대 대자보 관계자 "광주는 홍콩에 연대한다"

등록 2019.11.18 15:10수정 2019.11.18 15:10
16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14일 전남대학교 인문대 쪽문 벽에 붙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 현재 한국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는 강제 철거당한 상태다. 위 사진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관련 대자보 위에 비방 문구를 적은 것이 나와있다. ⓒ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

 
a

광주 전남대학교 인문대 쪽문에 붙었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는 불과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중국인 유학생에 의해 강제로 철거됐다. 이후 그 자리에는 대자보 작성자와 홍콩시민들을 비난하는 종이가 붙었다. ⓒ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

지난 15일 저녁, 광주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인문대에 걸었던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 두 장이 찢겨 나갔다. 하루 전인 14일 인문대 쪽문 담장에 붙었던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도 훼손됐다.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였던 자리에는 대자보 작성자와 홍콩 시민들을 비난하는 종이가 붙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지지를 하냐, 신경꺼라", "광고비 냈냐", "폭행(홍콩 시위)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등의 내용이다. 대자보와 현수막을 훼손한 것은 전남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로 확인됐다.

"대자보를 붙이자, 20여 명의 중국 학생들이 저희 앞에 몰려들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4명 정도였죠. 중국 학생들은 벽보에 침을 뱉으면서 심한 욕설도 했습니다. 나중에 전남대 총유학생회실에서 (중국 유학생들과) 대화를 진행했는데 대화도 잘 안 됐습니다. '저 벽보를 무조건 떼야 한다'면서 '(안 뗄 경우) 죽일 수 있다'는 협박도 했습니다."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가칭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 관계자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이날 오전 전남대 학생들은 훼손된 현수막을 거두고, 다시 새로운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씨는 "이러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1980년 5월 21일 광주 보는 듯해"
  
a

15일 오후 3시경, 전남대학교 인문대 쪽문에 홍콩 민주화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 2장이 게시됐다. 하지만 위 현수막은 15일 저녁에 커터칼로 추정되는 것에 의해 훼손당한다. ⓒ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

  
a

지난 15일 밤, 광주 전남대학교 인문대 쪽문에 붙은 현수막은 커터칼로 추정되는 것에 의해 훼손당했다. ⓒ 벽보를 지키는 시민들


- 14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전남대에 붙였다. 광주에서는 처음인데?
"광주와 홍콩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광주 5.18 항쟁과 홍콩 시위 모두 시민들이 국가 권력에 항거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즉, 본질은 잘못된 정권의 폭력행사에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광주는 더더욱 연대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서 행동하게 됐다."

-광주와 홍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사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홍콩은 1980년 5월 21일의 광주를 보는 듯하다(1980년 5월21일은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날이다-기자 주). 심지어 중국 군마저 현장에 투입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시민을 향한 폭력적 진압이나 발포 등은 어떤 상황에도 용납될 수 없다. 지금 홍콩은 정세의 변화를 위한 모멘텀을 맞고 있다고 본다."
  
- 15일, 대자보와 현수막을 두고 중국 유학생들과 마찰이 발생했다. 당시 중국 학생들의 논리는 무엇이었나?
"대체로 '너네가 무슨 상관이냐', '남의 나라 일에 신경쓰지 마라', '너희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면 기분 좋겠냐'는 말이었다. 최근에 홍콩에서 일어난 집회 영상을 보여주며 '이런데도(폭력적) 지지할 거냐'는 말도 했다. 벽보를 안 뗄 경우 '죽일 수 있다'고 협박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중국 학생들은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의 역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또, 대자보를 뜯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며 함께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부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들의 입장을 강요하면서 한국의 헌법적 가치와 민주화의 역사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런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현수막 훼손 행위의 경우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포함되어 있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광주북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15일 밤에 훼손된 현수막은 전남대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이 현수막이 광주가 홍콩에 연대한 시작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수막 및 대자보로 표현된 민주화의 요구가 모두 훼손되지 않았나.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했다는 의미다.

전남대학교는 518 항쟁이 시작된 곳이다. 광주 항쟁의 정신이 홍콩 시위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학교 측은 어떤 입장을 보였나.
"전남대 학생처·학생과를 비롯한 대학본부는 이와 관련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와 현수막이 모두 훼손됐는데도 학교 측에서 어떤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히 경고하고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지시했어야 했다. 

현재 우리는 이와 관련해 학교 본부에 항의한 상태다. 현수막도 새로 걸었다. 중국 학생들의 동향도 좀더 지켜볼 예정이다. 또, 인문대 학장과의 면담도 주선할 예정이다. 인문대 내부에 공식적으로 레논월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 대학 내 홍콩 유학생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
"직접적으로는 없다. 다만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많은 홍콩인들이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반응이 올라온다. 이런 걸 보면서 연대의 힘을 실감한다. 광주의 일에도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는 절대 침묵하지 않고 홍콩과 연대하겠다는 것. 그 뿐이다."
#홍콩 #홍콩시위 #중국 #민주화 #광주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