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방사능 성화'에 불을 붙이려 하나

[주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은폐하려는 일본... 지속적인 관심 기울여야

등록 2019.11.19 10:00수정 2019.11.19 10:23
0
원고료로 응원
일본 정부는 '부흥 올림픽'이라는 구호 아래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동일본 대지진과 핵발전소 사고 피해 지역을 선전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에는 후쿠시마산 꽃으로 만든 꽃다발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꽃다발을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선수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스런 그 순간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후쿠시마산 꽃다발을 증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올림픽 개최국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하고, 의미 있는 지역을 성화 봉송 경로로 선정한다.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의 경로를 성화 봉송 시작부터 3일간 후쿠시마 곳곳을 누비도록 구성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책본부로 쓰였던 축구훈련센터 J빌리지에서 출발한 성화는 그 뒤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20~30km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지역을 경유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이 중에는 현재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된 후타바정, 오쿠마정, 나미에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곳들은 모두 토양에서 몇백 베크렐에서 몇만 베크렐씩 세슘이 검출되는 곳이고, 세슘뿐 아니라 뼈에 흡착되어 백혈병을 일으키는 스트론튬 역시 검출이 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와키시민측정실 2019년 4월 방사능 검사결과 ⓒ 최경숙

 
'부흥올림픽'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은폐를 위한 도쿄올림픽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중이다.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 봉송의 출발 지점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결정을 했다. 야구와 소프트볼 여섯 경기를 후쿠시마현의 아즈마 경기장에서 진행하고, 미야기현 미야기경기장에서는 축구 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 우려가 높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지 목재를 이용해 올림픽 메인경기장으로 쓰일 신국립경기장의 출입구와 선수들의 휴식공간인 빌리지플라자 건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후쿠시마지역 식자재와 지역특산품을 적극적으로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다.

해당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피해 복구를 복구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크다. 특히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의 경우 일본 국민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기에 세계 각국 선수단에 이들 식품을 제공하여 '문제없음'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로 재오염

후쿠시마 지역의 70%는 산림 지역이고, 원전 사고 이후 주택지 근처 20m까지만 제염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산에는 원전 사고 당시 가라앉은 고농도의 방사능이 남아 있었는데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면 산림에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이 토사와 함께 흘러내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태풍이 지나간 직후인 지난 14일 한 주민이 채취한 토사에선 1만1000Bq이 넘는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도쿄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결국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산림에서 내려오는 방사성 물질로 인해 제염 작업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후쿠시마뿐 아니라 인근 현인 토치기현에서까지 제염토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염토가 담긴 가방에는 1개당 1톤 정도의 무게가 나가고, 세슘을 비롯한 수많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nhk뉴스(비어있는 페기물자루) ⓒ 화면 갈무리

 
후쿠시마현에서는 2015년에도 폭우에 폐기물 자루 240개가 유출됐고 일부는 내용물이 새 나간 경험이 있으나 허술한 방사능 폐기물 보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반복되는 방사능 폐기물 유출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폐기물 임시저장 시설들이 모두 강가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유실에 대비해 방사능 폐기물 자루를 고정하는 등의 관리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후쿠시마현에서 방사능 오염토의 유실을 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방사능 폐기물이 유출된 것으로 곳 중 하나인 아부쿠마강은 후쿠시마현 남쪽으로 흘러 미야기현을 지나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강이다. 이번에 유출된 방사능 폐기물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 결국 태평양을 오염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수로 인해 후쿠시마현의 강과 저수지가 범람하면서 강과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수만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진흙이 후쿠시마현을 뒤덮었다. 일본의 시민단체는 홍수로 발생한 진흙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수 뒤 진흙으로 뒤덮인 후쿠시마 모토야마시 NHK 뉴스 ⓒ 화면 갈무리

 
일본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이 빠지며 진흙이 마르는 과정에서 호흡기를 통한 피폭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집안으로 방사능 오염 진흙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방사능 오염 진흙으로 인한 재오염을 염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두의 데이터의 11월 1일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홍수로 생긴 진흙의 방사능 검사결과 중 일부 ⓒ 최경숙

 
성화 봉송 과정은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곳곳을 돌며 성화 봉송을 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고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크다. 그러나 앞서 자료에서 보듯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오염은 나아지지 않았고, 아직도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 지역을 오가며 성화를 봉송하고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러내야 하는 개최국의 윤리적 입장에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후쿠시마 산 식재료 선수촌 공급, 여전히 방사능 검출이 되고 있는 농산물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한 술 더 떠 올림픽 관람을 위해 방문한 관광객에게 '후쿠시마 도시락'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후쿠시마현 산 쌀의 방사능 검사결과를 보면 일본 정부 기준치(100Bq/kg) 이하이긴 하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원전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농수산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림픽을 위해 방문한 선수들과 관광객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선수촌 공급은 올림픽에 출전하여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꿈을 이루려는 선수들과 올림픽 관람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방사능 테러를 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후쿠시마산 쌀의 방사능 검사결과 후쿠시마현청 ⓒ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를 비롯한 여러 국내 환경단체와 국제 환경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도쿄올림픽을 방사능 올림픽으로 만들지 말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반응도 하고 있지 않다. 방사능 오염수와 방사능 제염토등 모든 상황을 은폐하며 더 적극적인 후쿠시마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에 꾸준한 로비를 통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수입 규제를 완화를 요구하며, 실제로 몇몇 나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 앞에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선수촌 공급과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일부 경기를 막아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져 있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은폐하려는 일본의 꼼꼼하고도 끈질긴 노력을 저지하려면 우리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후쿠시마를 잊는 그 순간 일본은 우리 앞에 방사능 오염수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가져다 놓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고 최숙현 동료들 "팀닥터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3. 3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4. 4 '세계1위 한국라면' 보도의 깜짝 놀랄 반전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