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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챙겨보는 '임정로드' 답사기의 비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두 번 여행한다"는 조종안 시민기자 이야기

등록 2019.11.22 09:22수정 2019.11.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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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해외여행을 그렇게 다녀도 기사로 쓸 건 없던데, 여행기사 쓰는 시민기자들은 참 대단해요."
"어쨌든 여행기는 여행지에서 어떤 사건사고가 생겨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어가 달리기 때문 아닐까? 나는 해외여행 갈 때마다 언어의 장벽이 너무 크게 느껴져."


여행기사는 크게 두 종류다. 지역으로 따지면,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내용으로 따지면, 정보가 빵빵하게 들어간 현장감을 내세우는 여행기거나, 있는 감성 없는 감성 죄다 끌어모은 필 충만한 여행기거나.

내용이 담긴 여행기사를 쓰려면 기자 내공이 필요하다. 이 내공이 없으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여행 기사가 된다. 매력적인 여행 기사가 못 된다. 현장에서 시간에 쫓겨 급하게 쓴 기사보다는 돌아와서 충분히 사유하고 성찰한 글, 길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꼼꼼하게 새겨 넣은 여행기들이 독자로서 더 끌린다. 자연스럽게 나도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그곳을 넣게 된다. 여기에 눈과 마음이 탁 트이는 사진까지 얹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런 점에서 단연 손에 꼽히는 글이 있다. 조종안 시민기자가 쓴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 '임정로드'를 떠나다'로, 일종의 답사기이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임시정부 요인들이 걸은 4000km. 그 여정을, <임정로드 4000km>의 저자이자 다큐 <임정>을 만든 김종훈 기자가 함께 동행하는 교육 여행이 바로 '임정로드', 조종안 기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보고 듣고 느낀 일들을 기사로 쓰신 거다.

그가 쓴 기사들을 보며 나는 중국행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는데, 이미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뿐이랴. 기차를 타고 중국을 횡단하며 직접 '임정로드'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나도 한번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잘 쓴 서평처럼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 지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과찬이 아니다. 그리고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조종안 기자님은 여행을 두 번 하신대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여행 내내 녹음을 하시는데, 그걸 여행 다녀와서 다시 녹취하신대요. 그리고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그리고 나서 기사를 쓰신다고 해요."

 

군산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시는 조종안 기자님. ⓒ 김현석

 
대에박. 솔직히 기자인 나도 저런 정성은 없다. 많이 부끄러웠고 반성했다. 심지어 이 답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김종훈 기자마저 그 노력과 열정에 감탄했다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 말까지 듣고 나니 조종안 시민기자가 기사 쓰는 방법이 궁금했다. 답사기를 쓰는 그의 노하우가 다른 시민기자분들에게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역시 많이 부끄럽고 나를 돌아보게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 기자님이 쓰는 '임정로드 답사기'는 글 하나 하나를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묘사나 분위기가 생생하게 읽히는데요. 이런 기사는 어떻게 쓸 수 있는 건지 편집하면서 계속 궁금했어요.
"시작에 앞서 주제를 정하고 어떻게 풀어내야 독자가 흥미있게 읽을지 고민합니다. 이때 경험담 중심으로 작성할지 팩트에 무게를 둘 것인지도 함께 고민합니다. 2010년, 2011년 만주항일유적지 답사 기사를 작성할 때는 잠자리, 음식이야기 등이 상당량 차지했지만 올해 쓴 임정로드 기사에서는 음식과 잠자리에 관한 내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정리되면 본격적으로 신문, 관련 책자 및 논문 등에서 기사의 중심을 잡아주는 키워드와 핵심 문장을 골라 갈무리합니다. 검색 과정은 귀찮지만 생각지 못한 콘텐츠를 발굴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가 일단 시작되면 '첫문장'에 가장 심혈을 기울입니다. 첫문장 쓰느라 한나절은 보통이고 이틀이나 사흘이 걸릴 때도 있어요. 기사를 송고하기 직전 마지막에 퇴고를 앞두고 새로 쓸 때도 있습니다. 허허."

- 기사가 길어서 어려움이 있었을 뿐 ^^ 기자님 문장은 거의 고칠 게 없었어요. 
"'검토와 수정'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기사를 쓸 때마다 문장력과 어휘력의 한계를 느끼거든요.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검토'는 최고의 예방이자 치료제라는 생각에 읽고 또 읽으면서 확인하고 수정해요."

- 임정로드는 역사기행이니 만큼 팩트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할 것 같은데 이를 기사로 쓰는 것이 힘들진 않았나요?
"문장력이 뛰어나고, 고급 어휘를 구사해도 팩트가 어긋나면 죽은 글이 된다는 신념으로 기사 쓰기에 임해요. 그래서 현지 가이드는 물론 유명 작가나 교수의 해설도 꼭 확인해요. 왜냐면 팩트체크 과정이 '새로운 지식 쌓기'이고 '글쓰기 공부'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주로 향토사 관련 기사를 쓰다 보니 팩트는 '기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취재 때마다 배우는 자세, 즉 마음을 비우고 임할 때가 많아요."

기자님과 통화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기자님이 쓰는 임정로드 기사를 청와대에서도 꼭 챙겨본다는 거였다. 첫 번째 기사가 오름에 배치되던 6월 19일 오후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인증사무국 담당자가 쪽지를 남겼다는 것.

그 소식을 전하는 기자님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전해 듣는 나까지 반가운 일이었으니, 본인은 오죽할까. 가문의 영광도 그런 영광은 없을 터. 마지막으로 답사기를 쓰게 될 시민기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구했다.

"쓰기에 앞서 관련 기사를 많이 읽어볼 것을 권해요. 그렇다고 읽기만 하면 시간낭비, 즉 손해예요. 나름대로 편집도 해보고, 평가도 해보고, 팩트체크도 하는 가운데 내 소득이 발생한다고 봐요. 답사 때 메모는 필수인데, 가능하면 가이드 해설과 일행과의 대화도 녹음해둘 것을 권합니다. 그 자체로 좋은 자료가 되기 때문이에요.

유익한 정보가 많으면 귀로 듣는 책이 되기도 하죠. 저는 2010년 8월 만주항일유적지 답사(오마이뉴스에 24회 연재), 2011년 1월 겨울만주기행(오마이뉴스에 35회 연재) 녹취 파일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어요. 특히 2017년 1월 임시정부 유적지 답사 당시 녹취 파일은 2019년 올해 임정로드 연재기사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후배에게 "여행 내내 녹음을 하시는데, 그걸 여행 다녀와서 다시 녹취하신대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건 지난 6월의 일. 지난 8월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덴마크 행복여행'에 참가했을 때 나는 이미 그의 조언을 실천했다.

코펜하겐을 누비면서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 나라가 된 비결을 보고 듣는 동안 나 역시 다녀와서 글을 쓸 요량으로 메모를 하고, 가는 곳마다 나눈 이야기들을 녹음했다. 문제는 그 파일이 아직도 노트북에서 잠만 자고 있다는 거지만.

아, 벌써 11월인데 더 이상 미루면 곤란하다. 슬슬 나도 녹음해 둔 파일을 다시 듣고, 수백 장의 사진을 다시 들추어 보고 각종 정보를 확인하고 탐색할 때가 온 듯하다. 부디 올해가 가기 전에 시작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임정로드 4000km -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김종훈 외 지음,
필로소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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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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