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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태어나는 여의도 키즈... 정치 좀 나아졌습니까?

[인재영입을 말하다 ②] 정당 인재영입 역사 되짚어보니

등록 2019.11.21 08:40수정 2019.11.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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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에서, 당신이 현재 거주하는 지역구 의원이 재출마한다면 뽑을 의향이 있는가."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한 현안여론조사 질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답했을까. 응답자 1001명 중 "전혀 뽑을 생각이 없다(28.8%)" "별로 뽑을 생각이 없다(18.1%)"는 '교체' 응답이 46.9%를 차지했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현 지역구 의원을 바꾸고 싶다고 답하며 '유지' 의견을 앞지른 것('유지' 응답은 42.2%, 모름·무응답은 10.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총선이 다가올 때마다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이른바 '물갈이론'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표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마하겠다고 선언한 뒤 여의도 안팎을 둘러싼 물갈이론은 더 커졌다. 

이들의 일성은 '변화'에 그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영입 1호 인사'로 꼽히는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한 20대 국회는 반성해야 한다"라며 "저보다 더 새롭고 전문성·역량이 뛰어난, 공적 마인드가 충만한 정치 신인으로 교체해 달라"라고 말했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 역시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다 같이 물러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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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에서 피어오른 교체론은 한쪽에서는 '민주당 86세대 퇴진론'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당 완전한 해체론'으로 압축된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각 정당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 인물을 통해 유권자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재 영입으로 재미를 본 당은 정의당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새누리당 출신 이자스민 전 의원, 민주당 출신 이병록 해군 제독 등을 영입해 이목을 끌었다.

관심을 끌려다 삐끗한 케이스는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당의 첫 공식 영입 인사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거론했다가, 당 안팎의 비판여론에 부딪혔다. 과거 '공관병 갑질' 논란 때문이다. 결국 한국당은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보류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처럼 인재영입위원회를 공식 발족하진 않았지만 물밑으로 영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3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새 인물의 기준을 ▲ 4차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 독립운동가·국가유공자 후손 ▲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 청년·장애인·여성 등으로 제시한 바 있다.


홍준표도 시작은 '키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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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6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당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 남소연

 
당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 데려오는 '인재 영입'이 본격화한 시점은 1996년 제15대 총선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수정당이던 민주자유당의 색깔을 바꾸겠다면서 당 이름을 '신한국당'으로 바꿨고, 인물도 갈아치웠다. 그 덕에 정당 구석구석을 채웠던 군인 출신 인사들은 공천에서 아예 배제됐고, 김문수(전 경기도지사)·이재오(전 새누리당 의원) 등 당시엔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이들을 영입해 전면에 내세웠다.

검사로 활약하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정치권에 영입된 시기도 이때다. 홍 전 대표는 2011년 한나라당 신임대표 취임 뒤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그를 "각하"라 부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제가 큰절을 한 사람은 16년간 부모님 빼고 각하밖에 없다"라며 "15대 총선 때 당선된 우리들은 다 'YS 키즈(김영삼 키즈)'"라고 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김영삼 "나 이전에는 박정희처럼 쿠데타 한 놈들이니까" http://omn.kr/bkpv).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16대 총선을 진두지휘한 그는' 젊은피 수혈론'을 내세우면서 새천년민주당에 '86 운동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전대협 출신으로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대거 수혈됐다. 이인영 현 민주당 원내대표와 우상호·송영길 의원 그리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16대 총선에서 대거 입성한 이들은 당시 30대 중반이었으며, '정치권의 세대교체'이자 외부인사 영입의 성공적 사례로 회자됐다.

늘 성공했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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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0일 서울 노원구 공릉역 부근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 당시 후보였던 방송인 김용민씨가 V자를 그리고 있다. ⓒ 권우성

 
15·16대 총선 이후 인재 영입은 매 총선마다 되풀이됐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뒤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당 비대위에 영입했고, 손수조 전 주례여고 학생회장을 부산 사상구 후보로 공천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당내 취약 지지계층인 2030 세대를 공략할 전략 수립을 도왔다(관련 기사: 젊은 층 투표 두려운 새누리, 박근혜는 다를까 http://bit.ly/QQVDlZ).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민주당 의원, '고졸 출신 삼성 임원'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성공적 영입 사례 중 하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뒤 세월호유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이던 박주민 변호사는 지난 총선 때 서울 은평갑에서 당선한 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재 영입이 늘 성공했던 건 아니다. 2012년 민주통합당이 영입했던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대표적 실패 사례 중 하나다. 그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이름을 알려 서울 노원갑 후보로 출마했지만, 투표를 앞두고 과거 인터넷 라디오방송에서 했던 여성·노인 비하 발언들이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민주당의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도 꼽는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이 '1차 인재 영입'으로 발표했던 젊은 법조인 그룹도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당시 변환봉·김태현·배승희·최진녕 변호사 등이 영입돼 "우리는 1호 영입인재 중 젊은 법조인들로 이뤄진 독수리 4형제"(2016년 1월 기자회견)라며 출마 결심을 알렸다. 그러나 경선 탈락 등으로 모두 패했다. 이들과 함께 영입됐으나 '김무성 키즈(김무성 당시 대표)'로 불렸던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만이 비례대표 후보가 돼 국회에 입성했다.

"물갈이 해서 정치가 좋아졌나... 이제는 판갈이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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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총선 때마다 나오는 인재 영입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가? 일각에선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CBS라디오에서 "전체 의원의 40~50%까지 총선이 있는 4년마다 물갈이는 많이 하지 않았느냐, 그럼에도 정치가 좋아졌다고 평가받지 못한다면 물갈이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닌 것"이라며 "오히려 물갈이보다 더 중요한 건 판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한국당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 또한 단순 인재 영입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을 통해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라며 "한국당은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인품·실력 등 존경스러운 분들이 (한국당에) 많지만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면서 "새 기반에서, 새 기풍으로, 새 정신으로, 새 열정으로, 새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인재영입을 말하다]
①"심상정과 싸워도 돼요?"... 정의당 인재영입 뒷얘기 http://omn.kr/1ln4e
#인재영입 #박찬주 #이자스민 #물갈이 #선거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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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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