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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골칫거리 운동권 청소... 진보는 비겁하게 침묵했죠"

[인터뷰]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경순 감독

등록 2019.11.28 19:30수정 2019.11.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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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경순 감독 ⓒ 이민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는 얼마나 진보했나?'

경순 감독이 그의 신작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에서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이 영화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아래 통진당)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그로 인한 통진당 해산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사건을 다룬 최초의 작품으로, 제3회 리영희재단 우수 다큐멘터리 지원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제11회 DMZ 다큐 영화제에서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 관객상을 받았다.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는 통진당이 해산 당한 날인 12월 19일 서울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공식 개봉한다. 현재 배급 및 개봉을 위한 펀딩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s://tumblbug.com/jirokwima20191219)'에서 진행 중이다. 개봉에 앞서 지난 19일 서울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VIP·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가 끝난 후 경순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경순 감독은 영화에서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수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기자, 구속됐다 풀려난 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작가 홍세화, 김미희·김재연 전 통진당 국회의원 같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도 등장해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감옥에 있는 이석기 전 의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석기 전 의원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면회 갔을 때 '이 영화 개봉할 즈음에는 나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9년 받고 7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못 나오고 있어요. 내란 음모가 무죄인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경순 감독이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석기 전 의원이 지금이라도 석방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을 창설한 혐의(내란음모 및 내란선동)로 2013년 기소됐고 2015년에 징역 9년형을 확정 받았다.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부위원장, 홍순석 부위원장 등도 징역형(5년~3년)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유죄 선고는 통진당이 2014년 12월 19일 해산 당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동조한 진보지식인들... "이 사람들 아주 신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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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이미지 ⓒ 무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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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이미지. ⓒ 무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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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이미지. ⓒ 무치필름

 
경순 감독이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 건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바로 그 순간부터다.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른바 진보 지식인까지 진보당 비판에 가세한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 아주 신났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근혜가, 여타 운동권 세력이 골칫거리라 생각하는 이들을 청소해 주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진보진영에서조차 박근혜를 비판하지도 않고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모습으로 비쳐졌어요.

그 다음 정당 해산이라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지를 않는 거예요. 그게 화가 나서 모임 같은 데 가서 지금처럼 높은 톤으로 '왜 이렇게 조용하지?'라고 이야기 하니까 사람들이 나보고 통진당 당원이냐고."


영화 제작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다룬 책 <이카루스의 감옥>(문영심, 2016, 도서출판 말)이었다.

"잘 아는 선배인데, 책을 읽은 다음 곧바로 전화해서 '선배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어요. 북 콘서트 한다고 해서 거기 쫓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취재를 하게 됐고, 결국 다른 기획 다 때려치우고 '지록위마'를 시작하게 된 거죠. 문 선배가 걱정 많이 했어요. 선배가 '이런 불편한 영화 만들면 너 정말 망한다'고. 하하. 그래서 '언니, 난 늘 망한 상태가 정상이야'라고 답해 줬어요."

경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진 화두는 '우리가 정말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가?'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살짝 흥분한 듯 목소리 톤을 높였다. 동공도 커져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그의 기세에 눌려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민주주의라고 외치지만, 우리 사회가 정말 민주주의가 맞는지, 혹은 박제화된 민주주의는 아닌지, 라고요. 이 사건 자체가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금기에 관한 것이잖아요.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 사상 검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에게 내재된 검열기제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박제화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하고요. 사실, 이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결국 우리 안에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느냐 하는 문제죠.

촛불도 박근혜는 물리쳤지만 우리 내부의 민주주의는 이루지 못했어요. '통합진보당 해산에 관한 발언을 하면 죽을 수도, 미친놈 취급 받을 수도 있어', 스스로 이 틀에 갇혀 있었던 거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또한 바로 이거예요.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는 얼마나 진보하고 실현되고 있는가, 또 우리가 원하는 진보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거죠."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우리 시대를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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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경순 감독. ⓒ 이민선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제작 기간은 3년여. 3년 동안 이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에게 민주주의와 사상, 양심의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그래도 경순 감독에게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통진당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다.

그 이유를 묻자 경순 감독은 "통진당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 많았다,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다만 정당 해산이라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진보진영이 침묵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통진당이 해산 당할 때 침묵한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 비겁함을 무릅쓰고까지 침묵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통합진보당 주요 구성원들이 미워서? 놀랍게도 이런 사람이 많았어요. 그 감정의 골은 정말 컸고요. 이 주제로 토론을 하든지... 푸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까지 영화에 담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죠. 이건 욕심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지금 구성대로 간 거죠."

영화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상영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경순 감독은 "우리가 현재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두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이야기다. 그러니 "안 보면 손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선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넌지시 보여주는 자막이 뜬다.

"2016년 5월,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를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하였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에게 재심을 청구한 격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헌법 재판관들이 교체되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통된 질문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이들 전원은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하였다.

2018년 7월,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만든 '재판거래' 문건이 공개되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에 관한 내용도 발견되었다.

2019년 6월, '사법정의 회복을 위한 내란음모조작사건 재심 청구 변호인단'은 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였다. 이석기 전 의원은 '여전히' 감옥에 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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