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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그 이름 '핵 발전소'

'공극'은 어떻게 원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가

등록 2019.11.21 17:12수정 2019.11.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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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봐도 복잡한 원자로 구조 그림, 그런데 이것도 많은 부분이 생략된 거라고 합니다. 이것들의 한부분만 잘못되어도 사고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외에도 인적인 조건, 환경적인 조건들도 사고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땅이 넓은 나라는 그 지역에서 이주시키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어쩌지요?"라며 유금자 대표(초록교육연대)는 강의 소감을 밝혔다. 

지난 13~14일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에서 이틀간 강연을 진행한 일본의 원전 전문가 고토 마사시. 첫 번째 강의에 이어("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나미' 아니라 '원전 결함과 지진'이 원인" http://omn.kr/1lm75) 다음날 이어진 두 번째 강연에서는 주로 원자력발전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토 마사시가 보여준 원전 설계도면은 생략된 부분이 많다고 했음에도 꽤나 복잡해 보였다.

일본 원전 방식인 비등경수로(Boiling Water Reactor: BWR) 우리나라 원전 방식인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와 같이 195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BWR는 명칭 그대로 핵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 용기 내에서 냉각재가 끓어 직접 증기가 생산되는 개념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법과 같다. 최근의 BWR의 전기출력은 약 570 ~ 1300 MWe이며, 열효율은 PWR과 같이 약 33% 정도이다. ⓒ 고토 마사시



"비상용 디젤 발전기 하나에도 배관이 굉장히 많이 달려있다. 윤활유계가 멈추면 발전기도 멈추고, 연료가 없어도 멈춘다."

원전은 중요한 장비 하나에 달려있는 부품에 또 많은 부품이 연결되어 있는, 고장 날 확률이 높은 구조에 놓여있었다.

"더군다나 오작동 날 것을 대비하여 몇 개씩 비상용 발전기를 준비하지만 비상용이라 평소에는 안 쓰니까 작동이 잘 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으며 비상 상황이 터질 때는 작동이 안 될 수도 있다"고 고토 마사시는 덧붙였다.

원전의 취약성

또한 고토 마사시는 소화용 설비에 대해서도 "못 쓰는 장치에 불과하다"며 이어 "수소로 인해 원전이 폭발하지 않도록 수소를 처리하는 장치도 있는데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굉장히 적다. 원전이 터지고 나서 발생하는 수소는 사실상 처리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현재 원전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에 대해서 밝혔다. 


이에 대해서 마침 강의에 참가한 울진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사업 당시 사업기술책임자였던 문인득 대표(트레이스ENG)에게 보충 설명을 요청했다. 
 

격납 건물 내부와 벽체에 따라 설치된 살수 배관(살수기) 살수계통은 압력 상승을 제어할 상황이 생기면 가압기 상부의 증기 영역에 물을 뿌려 증기를 응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 문인득


"소화용 설비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원자로 내부에 천정에서 자동으로 살수되는, 쉽게 말해 살수기(스프링 쿨러) 역할을 하는 안전장치를 가리킨다. 원자로 냉각재 누설사고 발생 시 격납건물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물을 쏟아내는 역할을 한다" 

문 대표는 "원자로 건물(격납 건물) 내부의 압력은 외부 보다 항상 낮게 유지(정부압 상태)되어야 운전 중에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그런데 격납 건물 콘크리트 안쪽에 있는 CLP(6㎜ 두께로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철판)가 부식으로 인해 균열이 나면 외부 공기가 공극(콘크리트벽과 CLP 벌어진 틈) 사이로 유입되어 격납건물 안은 정부압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난 것이 천운

"지난 7월 영광에서 발생된 한빛 4호기에서 157cm의 터널(공극이 커져 구멍이 된 상태)이 존재하면 공기 유입은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정부압 상태가 깨지면서 살수기가 작동이 안 되고, 원자로 사고가 났을 때 압력을 낮출 수단이 없다. 결국 취약한 터널 위치의 CLP가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격납건물은 폭발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난 것을 천운으로 보아야 하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이어 문 대표는 공극과 수소의 관계에 대해 "원자로에서 핵반응을 하면 수소가 원자로에 있는 파이프를 통해 조금씩 새어 나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 양의 수소를 포집하는 PAR(피동수소포집기)가 격납 건물 내에 여러 군데 설치가 되어있다. 그러나 원자로 배관이 터지고 원자로 용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방출되는 수소의 양은 엄청 나기에 PAR로도 감당이 안 된다"며 고토상이 격납 건물에 구멍이 난 것을 걱정하는 것은 이 부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극. 보완은 잘 되어가고 있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고토 마사시는 "공극 검사를 한다고 철판을 절단해서 보수 용접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설령 보수를 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기능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원전 사고는 피해를 산정할 수 없다"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나선인가 동그라미인가 손가락으로 빨간 줄을 따라 그어보세요 ⓒ 고토 마사시


보고 있어도 나선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그림. 그런 "(안전에 대한) 확신을 가져버리고 원전을 바라보고 있는 격이다"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최악의 실수는 항상 있다. 인간의 실수로 인한 사고는 백프로 관리하기 어렵다. 실수를 해도 문제가 없게끔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한 고토 마사시. 하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인가?

이에 대해 문인득 대표는 "그 당시 수준에서는 공학적으로 완벽하다고 했을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설계에서부터 발견하지 못한 불완전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 당시 기술로 지어놓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기술적 한계도 있지만 점검 및 보완도 잘 안 되는 실정에 대해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원자로 발전소 운영허가 전에 마지막으로 원자로 격납용기 '종합누설율시험'을 하도록 기술기준에 규정되어 있다, 아무리 시공을 잘하였다고 해도 압력이 누설될 수 있으므로 가동하기 전에 허용범위 내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수개월 전에 원자로격납건물 누설시험을 한 주기(1년 6개월) 운전 후에 하겠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였고 어이없게도 조건부 허가를 해주었다"며 목청을 높였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다. 2시간 내내 원전 그림을 보며 강의들 들으니 원자로가 큰 나무처럼 보였다. 나무는 가지 하나가 다치거나 죽으면 잘라내버리면 되지만 원자로 나무에 붙은 가지는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에 이 많은 원자로 나무들을 잘라내어 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선은 이 많은 가지들을 잘 지켜보며 계속해서 치료를 해갈 수밖에. 다가오는 25일에는 높은 담장 안에 가려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던 원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것이다. 
 

한울 3호기, 4호기 원전의 위험에 대한 기자간담회 원전에 대해 좀더 알고자 하는 분들은 참석 가능합니다 ⓒ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원전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고토 마사시 #문인득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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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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